▲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현장을 점검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300조원(7월 14일 종가 기준 321조1743억원)이다. 2020년 우리나라의 연간 국가예산이 약 513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규모만 큰 회사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하는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Top 100의 순위를 발표했다. 포브스는 매년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순위를 매긴다. 이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 531억달러(약 64조651억원)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코카콜라에 이어 전체 7위를 차지했다. 여기에서 7위가 과연 충분히 의미 있는 높은 순위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보다 순위가 낮은 기업들을 보면 된다. 8위는 ‘어벤져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마블 스튜디오의 주인 월트 디즈니, 9위는 일본의 ‘국민 기업’ 토요타 자동차, 10위는 세계 최대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다.

‘영화 같은’ 역사의 시작 

현재 삼성전자의 사업은 크게 CE(생활가전), IM(IT·모바일), DS(반도체), HARMAN(전장부품) 등 4개 부문으로 구분돼 있다. 각 사업부문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은 현재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일류 브랜드 취급을 받고 있으며, 대중적으로는 스마트폰 갤럭시(GALAXY)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글로벌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은 반도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역사는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미국과 일본은 각자가 개발한 반도체 칩들을 생산하며 세계 전자업계를 주도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부가가치가 있는 반도체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74년 1월 KEMCO와 미국 현지법인 ICⅡ의 합작으로 ‘한국반도체’가 설립된 이후부터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은 가전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오일쇼크로 가전 수출길이 좁아지면서 삼성전자 역시 어려움을 맞았다. 이 때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이를 구체화시킨 것이 바로 이건희 회장이었다. 

그는 첨단기술의 핵심인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것에 삼성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주장했고, 삼성전자는 1974년 12월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인수한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삼성의 반도체사업은 큰 부가가치를 내지 못했고, 부진한 실적으로 그룹의 ‘돈 먹는 기계’ 취급을 당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본인 스스로 반도체 공부를 해나가는 한편 실리콘밸리를 돌며 현지의 유능한 인재들을 파격적으로 영입했다.

1983년 2월 8일 삼성은 물론 한국 반도체 역사의 이정표를 세우는 대형 이벤트가 벌어진다. 이병철 회장이 일본 동경에서 “반도체에 투자만 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여론은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반도체는 무슨…” 이라면서 냉소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달랐다. 그해 12월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64K D램 개발 성공을 시작으로 영화같은 반도체 성공신화를 써 내려간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D램 반도체 점유율은 44.1%로 이는 전체 순위 1위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2019년 미국 인텔(Intel)에 내주기 전까지 글로벌 반도체 업계 매출에서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 삼성 반도체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 출처: 블로그 삼성반도체이야기

코로나 위기, 저울질과 강공(强攻)     

코로나19 팬데믹은 삼성전자 반도체 수출 여건에도 악재가 됐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의 가장 큰 수요처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자칫 잘못하면 반도체의 수요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악재가 될 수 있는 외부 여건들을 차분히 조율하면서 동시에 최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매일같이 코로나19 검진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중국 사업장으로 직접 향해 현장의 분위기를 살핌과 동시에 미국과의 갈등으로 격앙된 중국을 진정시켰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포함한 서구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음으로 저울질을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개발을 위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악재 가운데서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산학협력 연구 지원의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며 올 한 해 동안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삼성전자의 전략적 대응은 모두의 예상을 넘어선 2020년 2분기 호실적으로 ‘필살기’의 강함을 증명했다. 투자계는 코로나19의 악재를 감안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6조원대로 예상했다. 지난 7일 발표된 2분기 잠정실적 공시에서 삼성전자는 당기 영업이익이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가 부진했던 가전과 스마트폰의 영업이익 감소분을 반도체가 만회하고도 남았다.

물론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종 전반이 어렵다는 불안감도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는 한편 공격적인 파운드리 시장 진입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 2030을 가동하는 한편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