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수 작가 <사진제공=통인화랑>

1984년 9월 파리 화랑가의 대표적인 거리인 생 재르망 데프레의 세느가, 22번지의 ‘GALLERY VALMAY’에서 전속작가의 일원으로 첫 전시를 가졌다. 1983년 2월 도불 1년 7개월만이니 무척이나 행운이 따랐던 셈이다.

입체 작업을 주로 했던 내가 파리에서 우연히 만나 이틀 동안 같이 지내며, 평면 작업을하라고 조언해주시던 백남준(白南準, Nam June Paik) 선생님의 말씀대로 평면작업으로 회귀하여 약간 차가운 추상작업으로 갤러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재미있었다.

▲ 진달래-축복, 162×130㎝ oil on canvas, 2014

매달 한두 점씩 작품이 판매되고, 비록 작품 판매 대금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껴서 쓰면 빵을 해결하고 물감을 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3년 정도 지나니 영주권을 신청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리고 영주권 획득, 불란서, 유럽… 이런 것들이 이제는 내 피부의 일원으로 느껴질 때 쯤, 한국에서 초대전 문제로 갤러리와 상의하기 위하여 일시 귀국하였다.

종로2가 지하철역을 지나갈 때 들었던 노래,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그 곡의 전주와 앞부분의 가사가 머릿속을 뱅뱅 휘감았다. 미칠 것 같았다. 정체성의 문제 …. 라 비앙 호즈…, 즈 느 흐그 레트 리(히)앙…, 등 이런 상송의 울림과 김수희의 노래는 근본부터가 가슴에 스며드는 것이 완전히 달랐다.

▲ 진달래-축복, 100×80.3㎝, 2013

아 그때부터 헤맸다. 화랑과의 결별, 그리고 살아야 했다. 불란서 대기업 입사, 마시고, 놀고 취하고….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며 그림으로 어떻게 접근해볼 수 있을까, 생활은 엉망이었지만 머릿속은 늘 그 생각이었다.

보길도에서 설악산까지 진달래 길을 따라 여행을 하며 스케치를 하고 2004년 첫 귀국전을 시작으로 조금씩 진달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나의 작품으로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을 반추 할 수 있고,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의 느낌들이 조금이라도 당신의 가슴에 와 닿는다면 난 노래방 ‘펑펑’에서 김아중의 마리아… 아베마리아를 한곡 신나게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글=2007년 어느 날, 정수(김정수 작가,金正洙,화가 김정수,KIM JUNG SOO)

△전시=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 2014년 4월30~5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