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OTT 강자 넷플릭스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떠오른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의 최고 수혜 기업이다. 그러나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후 장외 거래에서 주가가 전일 대비 12% 폭락해 눈길을 끈다.

비관적 전망이 불러일으킨 참사?  

넷플릭스는 16일(현지시간) 2020년 2분기 매출 61억5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 순이익은 7억2000만달러(약 8688억2400만원)를 기록해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160%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향후 전망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지표인 전 세계 신규 유료 가입자 수는 1009만명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인 826만명을 가볍게 상회했다.  

문제는 3분기 신규 유료 가입자 수 전망이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넷플릭스는 3분기에 추가로 유입된 신규 유료 가입자 수를 약 250만명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까지의 가입자 수 추세를 고려한 투자업계의 전망인 527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재적 수요가 폭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빠르게 성장했다”라면서도 “코로나19의 확산이 점점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그간 이어 온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넷플릭스 주가 추이. 출처= 구글

자사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냉철하고 솔직한 전망은 공식 주가 거래가 끝난 이후의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주당 527달러에 이르던 넷플릭스의 주가는 삽시간에 461달러까지 곤두박질친다. 만약 넷플릭스가 3분기 이후의 실적 지표들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면, 주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무리한 장밋빛 전망이 아닌, 냉정한 현실을 택했다.
    
향후 실적을 두고 대체적으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는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지난 1분기의 호실적에도 “현재의 성장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며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우리는 어려움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면서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의 의견을 남긴 바 있다.   

헤이스팅스의 불안감, 선견지명 될 수 있나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자사에 대한 전망을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넷플릭스는 글로벌 신규 가입자 수 27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 이전에 넷플릭스가 밝힌 예상은 500만명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 내 가입자 수는 1분기 대비 약 13만명 감소했다. 

▲ 출처= 넷플릭스

투자계도 넷플릭스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니드햄(Needham), 씨티(Citi) 등 다수의 글로벌 투자기업은 일제히 넷플릭스의 향후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여기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코로나19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이상 변수’였다. 코로나 확산 이후 발표된 1분기, 2분기 실적에서 헤이스팅스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후의 부정적 전망을 늘 강조했다. 코로나19 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지난해 2분기 이후 드러난 넷플릭스의 성장세의 둔화는 계속 이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리드 헤이스팅스는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COO)와 함께 공동 CEO로 경영 일선에 나서는 체제로의 전환을 밝혔다. 이러한 변화가 어떤 효과를 의도 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를 추구함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이후에 넷플릭스가 마주할 ‘위기’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한 지금은 헤이스팅스의 보수적 접근이 옳은가, 그렇지 않은가 라는 등의 평가는 어렵다. 장기적 관점에서 그가 앞으로 다가올 넷플릭스의 위기를 예견한 것이라면, 이후에 실제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일련의 보수적 시각은 ‘선견지명’이 될 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넷플릭스가 코로나19로 촉발된 뉴노멀의 시대를 보수적이고 기민하게 준비하는 것은 사실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