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트윗이 한국을 흥분시켰다. 최근 트위터 계정 해킹으로 촉발된 비트코인 광고가 아니다. 머스크 CEO가 직접 올린 트윗에 따르면, 그는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 완성차를 생산하는 자동화 공장 기가팩토리를 설립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 6일 본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슬라가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서 메가 팩토리를 확장 구축할 계획 있나”라는 누리꾼 질문을 받고 “그렇다(Yeah). 다만 우선 기가 베를린과, 북미 동부 지역 절반에 제품을 공급할 미국 내 두번째 기가 팩토리(의 설립 건)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내용의 답문을 게재했다.

현지 언론이나 업계에서는 기가팩토리 신설 후보지로 한국이나 일본, 동남아 일부 국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가팩토리에서는 테슬라의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이 생산된다. 현재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기가 팩토리1), 뉴욕주 버팔로(기가 팩토리2), 중국 상하이(기가 팩토리3) 등 3곳에서 가동되고 있다. 테슬라는 향후 독일 베를린(기가 팩토리4),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유력 후보 지역·기가 팩토리5) 등지에 기가팩토리를 신설할 방침이다. 머스크 CEO 말대로라면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 곳이 기가 팩토리6의 잠정 부지로 꼽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글로벌 배터리 업체 3사가 본거지를 둔 한국이 기가팩토리 신설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테슬라 경쟁사가 존재함에 따라 높은 시장 성숙도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 요소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릭은 “한국, 일본 등 국가는 강한 존재감과 실력(talent)을 갖춘 자동차 시장이기 때문에 기가팩토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테슬라가 두 국가의 배터리 업체나 부품업체들과 활발히 거래하고 있는 점도 해당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아시아 내 기가팩토리 신규 유치 건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CEO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발언 이후 시장에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며 “테슬라코리아는 CEO의 SNS 발언 외엔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정보가 없다”고 설명했다.

▲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에 위치한 기가팩토리. 18만 제곱미터 면적을 갖춘 네바다 기가 팩토리에선 전기차 배터리가 생산된다. 출처= 테슬라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한국, 중국과 오버랩되고 생산 효율 뒤처져…R&D 센터 짓는게 현실적

테슬라가 진짜 한국에 공장을 지을까.

명분은 없지 않다. 다만 한국의 공장 가동 여건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론 테슬라의 생산 효율성을 위협할 요소들이 많다. 테슬라가 한국에 기가팩토리를 짓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테슬라가 한국에 기가 팩토리를 지었을 때 좋은 점은 현재 성숙한 자동차 산업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점이다. 국내에서 자동차 분야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쉬운 데다 전기차 등 미래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문지식이나 이용 행태도 진보했기 때문이다. 비싸고 고성능을 갖춘 테슬라 차량이 많이 판매되고 있는 점에서도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나, 미래차에 대한 시장 수용성이 높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LG화학 등 테슬라와 부쩍 밀접하게 협력하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테슬라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 장비만 생산하거나 전기차 제작을 병행하는 등 다양한 용도를 적용했다는 점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가 우리나라에 기가팩토리를 지을 경우 전기차 생산 라인을 갖출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점은 잘 알려졌다.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 시설이 더욱 확충돼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와 중복되는 점이 많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 기가팩토리 설립 부지로 충남 당진, 경기 평택 등 항만과 유휴 부지를 갖춘 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선박 동선이 상하이와 겹친다. 한국이 수출 물량을 충당할 수 있는 지역 범위 측면에서도 상하이와 크게 차별화하진 못한다. 태평양을 가로지르기엔 한반도 동쪽에 위치한 일본이 더 유리하다.

생산 타당성도 뒤처진다. 한국은 비교적 적은 인구 때문에 중국, 일본에 비해 대체 인력을 구하는 데 있어 효율이 낮다. 또 경직된 노동 정책과 인건비 상승 기조를 갖춘 점도 공장 운영에 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테슬라가 현재 기가 팩토리를 비롯한 모든 미국 공장에 업력 상 한번도 노조가 설립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온 가운데, 한국 노조 문화와 대치할 가능성도 높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큰 규모의 고객 수요에 직면한 현재 한국 공장을 지을 의지가 있었다면 이미 해당 입장이 공식화했어야 한다”며 “지리적 여건, 생산 효율 등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은 테슬라 공장을 짓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점을 누리기 위해선 생산 시설보단 연구개발(R&D) 기능을 갖춘 시설을 운영하는 게 더욱 현실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한국지엠 ‘지엠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나 르노삼성자동차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등 외국계 국산차 업체들의 본사 R&D 거점들이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머스크 CEO의 도전 정신이 앞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