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흐트러진 현실에서 소박한 일상성의 회복을 간절히 원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습니다. 그럼에도 무더위와 장마철로 지친 몸과 마음이 휴가를 기다리고,

이 일상에서의 탈출도 꿈꾸고들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간 젊어 보이는 식당의 벽면을 채운 낙서 구호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니가 요긴 우짠 일이고’ ‘촌스럽게 왜 이래’

‘인생 모르는거야’ ‘쪽팔리게 살지 말자‘

‘늬들 행복해라’ ‘아부지 뭐하노’ ...

우리 연배들이 나이 들어 꼰대짓하지 말자는 스스로들의 다짐인지,

아님 젊은 친구들의 바램들인지 어지러운 벽면에 약간은 헷갈렸습니다.

망설이다 들어간 식당이었는데 그래도 슬쩍 미소를 짓게 되니 잘 온 것 같았습니다.

유쾌하게 살기위한 기술들을 얘기한 책에도

즉흥성을 말하며 정기적으로 일상의 틀을 깨보라고 권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의 순서를 바꾸어보는 겁니다.

눈을 감은 채 옷을 입거나, 다른 손으로 이를 닦거나.

시간을 내서 5분이라도 한동안 가지 않았던 곳이나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곳을 걸어보기.

새로운 음식이나 최근에 먹지 않았던 음식을 시도하기.

식사할 때 늘 앉던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앉아보기...

며칠 전 검사받기위해 병원에 입원한 연로한 어머님을 간병한 적이 있었는데,

주사를 오른팔에 꼽으니 모든 면에 불편해하는 당신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고,

나도 당장 칫솔질을 왼손으로 해보아야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간단한 일상 비틀기도 쉬워 보이면서도 당장 실천은 또 어렵게 느껴집니다.

결국 우리 삶에는 너무 당연하지만 일상의 지킴과 탈출이 같이 필요한 걸까요?

조금 더 걸음을 크게 뛰어 봅니다.

아주 오래전 선배로부터 들었던 어느 책 얘기입니다.

우리 모두 나이가 들면 은퇴를 한다는 거죠.

은퇴를 하면 어쩔 수 없이 낚시를 해야 할 순간이 온다는 겁니다.

여기서 낚시 아니고, 다른 활동으로 그것을 바꾸어도 상관이 없겠지요.

그때 버려야 할 것이 있답니다.

‘시간을 지키는 것,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조종하는 것,

열심,

돈,

남에게 멋있어 보이는 것 ...‘

버려야 할 것은 열심히 일할 때의 일상을 말하는 거겠지요.

결국 우리는 현재 모양에 맞게 새롭게 일상을 꾸리고, 맞추면서,

또 내려놓으면서 걸어가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