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을 거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세계는 백신 개발 전쟁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발발부터, 백신 개발까지 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매사가 심각한 상황의 연속이다. 2020년 7월 18일 09시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13,908,427명, 사망자는 593,924명이다.

인류가 기억하는 최초의 백신 개발자는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 제너가 백신을 개발한 것은 관찰력 덕분. 소 젖을 짜던 사람들이 천연두와 비슷하면서도 증상이 훨씬 경미한 우두에 쉽게 걸리고, 이후에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우두바이러스를 접종하면 어떻게 될까? 1798년, 제너는 소 젖을 짜는 사람들과 똑같은 우두에 걸리고, 천연두에 대한 면역혁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서 확인했다. 우두법은 천연두를 박멸한 세계 최초 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된다. 물론 제너의 우두법과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지난 200년간 과학기술이 발전했으므로, 이제는 더 다양한 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어찌 됐든 세계 각국은 지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총력전이다.

세계가 코로나19 백신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줄일 수 있기도 하지만, 부가적으로 누릴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상상할 수 없는 경제 효과를 누릴 것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3상 돌입에 들어간 코로나19 백신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는 즉시 효과와 이로 인해 벌어들일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통해 의료보건 분야의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를 공황수준으로 빠뜨린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나라는 의료보건 분야 선진대국의 영예를 누리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이러한 까닭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의료보건 올림픽인 셈이다.

WHO는 15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지형’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WHO가 파악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전 단계 물질의 수는 모두 163개. 그중에서 공식적으로 임상 3단계에 들어간 후보물질은 3개, 비공식적으로 임상 3단계 후보물질은 2개이다.

공식 임상 3단계 선두주자는 미국 생명공학사 모더나. 새롭게 임상 3상 계획을 밝혔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유전물질인 RNA를 지질에 감싸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접종 횟수는 2회.

중국 생명공학 기업 시노백도 7월 2일 임상 3상을 개시했다. 시노백의 백신은 ‘불활성화 바이러스’ 방식으로, 세포 침투와 증식을 못 하도록 화학물질 등으로 ‘고장을 낸’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해 체내 항체를 만든다. 참여자 모집은 시작되지 않았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벡터(전달체)’ 백신은 참여자를 모집 중. 안전성이 입증된 다른 바이러스 게놈 안에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특정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를 체내 주입하는 방식.

 

미국 FDA의 유례 없는 패스트트랙 지정

공교롭게도 미국의 모더나, 중국의 시노백,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는 대륙을 대표하는 셈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전통적 강호 영국과 미국의 선전은 당연한 듯 보이지만, 1970년대 후반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 보건의료 분야 도약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 FDA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실험용 백신에 대해서 각각 패스트트랙을 지정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해법 없는 의학적 문제에 대응할 새 약이나 백신에 대한 검토 절차 속도를 높이는 것.

화이자는 진행 중인 백신에 대한 연구개발이 성공해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올해 말까지 1억 회 복용분을 제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2021년 말까지는 12억 회 복용분을 제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엔테크의 기세도 화이자 못지않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까닭인지, 미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해 확신한다. 지난 7월 13일, CNBC 방송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올가을 전까지 코로나19 백신 생산이 개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제조공정 진행 중이라 밝혔다.

그런데 최근 존슨앤존슨사도 코로나19 백신 생산이 가능한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존슨앤존슨은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9월 후반경 임상 3상을 시작하기 위해 미국립보건원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역시 패스트트랙을 밟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력 비교

의료보건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 의식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에도 한일간의 경쟁의식은 어쩔 수 없다. 지나친 경쟁의식은 양국 발전에 도움이 안 되겠지만, 적당한 경쟁의식은 양국 발전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한발 앞선 쪽은 일본. 지난 6월 26일, 일본 바이오 벤처기업 안제스(AnGes MG)는 사람에게 투여하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결과는 9월경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대규모 임상을 이행할 계획이며, 연내 시험을 끝내고 제조판매 승인을 취득할 계획. 오사카대학, 다카라바이오 등과 공동으로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DNA 백신을 개발한 안제스는 플라스미드 DNA 기술을 적용, 6개월 내로 백신 제조를 자신한다.

한국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에 대한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신약이 임상 승인을 받은 건 셀트리온이 처음. 유전자 재조합 항체치료제로 특히 변종 바이러스에 10배 넘는 효과를 보였다.

이로써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임상시험은 총 13건. 치료제 11건, 백신 2건이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을 하고자 현재 영국 보건당국과 논의 중이다. 정부도 내년 상반기 전 셀트리온 항체치료제를 상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늦게 진출한 반도체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것처럼,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이 비상하길 기대한다. 모든 분야는 시작보다 결과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