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국제 유가가 약 넉 달 만에 배럴당 1달러 이상 급등하면서 지난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낙관론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8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만기가 도래,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8%(1.15달러) 뛴 41.96달러로 청산됐다. 올해 3월 5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9월 인도분 WTI도 2.4%(1달러) 오른 41.9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2.4%(1.04달러) 상승한 44.32달러에 체결, 3월 6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EU의 초대형 경기 부양책 합의가 유가 랠리를 이끈 주요 동력으로 지목됐다.

EU는 닷새 동안 정상 회의를 진행한 끝에 7500억유로(약 1028조원) 규모의 경제 회복 기금을 도입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당초 EU 회원국들은 보조금 성격인 해당 기금의 규모 등을 놓고 견해 차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날 결국 합의를 끌어내면서, EU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및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어 미국도 추가 부양책을 조만간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 오름세는 더욱 탄력 받았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 부양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양쪽 모두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기를 원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때까지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실업 보험의 추가 지원 등 부양책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견해 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케빈 메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새로운 부양안이 이달 말까지 합의되기는 어려우며 다음 달 첫 주 쯤 통과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 미국 원유 비축량도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낮췄다.

이러한 가운데, 잇따라 낭보를 울리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호재들도 투자 심리 견인에 기여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화이자, 독일 바이오엔테크 등 제약사 및 바이오 업체들은 전날인 지난 20일 각각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에서 면역 반응 유도에 성공했다는 희소식을 전한 바 있다.

한편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도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6만명을 넘어섰으나 최근 1주일 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