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프가 내달 한국에 출시할 중형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 출처= 지프 공식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미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업체 지프가 내달 한국에 1톤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를 출시하며 픽업 시장 후발주자로 나선다. 현재 국내 승용 픽업시장에는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와 한국지엠 콜로라도 등 두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 픽업트럭 모델의 수가 적기 때문에 해당 차종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겐 글래디에이터의 출시 소식이 반가울 만하다. 글래디에이터는 수입 모델이라는 특성상 국산차인 렉스턴 스포츠보다 콜로라도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주요 선택지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글래디에이터의 루프와 도어를 탈거한 모습. 출처= 지프 공식 홈페이지

글래디에이터의 외관 크기는 전반적으로 국내 시판 모델 2종보다 크다. 글래디에이터의 주요 제원은 전장 5537㎜, 전고 1905㎜, 전폭 1875㎜, 축거 3487㎜ 등 수준을 보인다. 이 가운데 전장의 경우 세 모델 가운데 두 번째로 긴 콜로라도(5415㎜)보다 122㎜ 긴 데 비해, 축거가 229㎜나 더 길다. 이에 따라 글래디에이터가 비교적 넓은 실내공간을 갖춘 동시에 안정적인 주행감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 글래디에이터의 크래시 보드 전경. 출처= 지프 공식 홈페이지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글래디에이터의 구동성능별 수치를 국내 단위로 단순 환산했을 땐 국내 경쟁 모델 2종의 중간 정도 수준을 보인다. 글래디에이터는 가솔린 3.6ℓ 직렬 6기통 펜타스타 엔진과 자동 8단 850RE 변속기를 갖춤에 따라 최고출력 285마력, 최대토크 36.0㎏·m 등 수준의 구동력을 발휘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FCA코리아가 향후 3.0ℓ 에코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수입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프는 현재 디젤 엔진을 탑재한 글래디에이터의 구체적인 구동성능 등 사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글래디에이터는 트레일러 등을 견인하는 힘에 있어선 세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글래디에이터의 견인력(towing capacity)은 최대 3470㎏(7650lb)에 달한다. 글래디에이터가 트레일러의 무게에 대응할 수 있는 공차중량과 지프 고유 4륜구동 시스템 등 특장점들을 갖춤에 따라 이 같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래디에이터의 공인 복합연비는 콜로라도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프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글래디에이터 복합연비는 8.1㎞/ℓ(19mpg)로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콜로라도의 국내 출시 트림별 복합연비(8.1~8.3㎞/ℓ)와 동등한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FCA코리아는 내달 17일 글래디에이터의 사전계약을 개시할 예정이다. 사전계약 일정이 시작되기 전까진 국내 출시 가격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FCA코리아가 앞서 출시한 지프 모델의 한국 판매가격과 미국 출시가를 비교함으로써 글래디에이터의 예상 판매가를 산출할 수 있다.

▲ 글래디에이터가 보트를 트레일러에 싣고 견인하는 모습. 출처= 지프 공식 홈페이지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2020년형 랭글러 루비콘(RUBICON) 트림의 국내 출시가는 5990만원으로, 미국 출시가 4만2440달러(약 5064만원)보다 18.3% 가량 더 높다. 랭글러 루비콘 트림의 가격 상승률을 앞서 FCA코리아가 내달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글래디에이터 루비콘 트림(4만3785달러·약 5236만원)에 단순 적용할 경우 추정가 6194만원이 산출된다.

다만 FCA코리아가 한국 소비자 선호도와 경쟁 모델 가격 등 요소를 고려해 차량에 탑재되는 사양을 재구성할 것을 고려하면 추정 가격과 국내 타사 모델 양측 간 가격차를 더욱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FCA가 글래디에이터의 트림별 가격대를 랭글러와 비슷한 4000만~6000만원대로 설정할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이를 통해 기존 한국 고객들이 적응하고 있는 지프 차량 가격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신차 상품성이나 지프의 기존 국내 시장 포지션 등을 감안할 때, 글래디에이터는 비교적 높은 가격과 차별적인 성능, 감성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제품으로서 소비자들에게 소구될 만하다. 다만 SUV 시장과 달리 픽업시장엔 제품 선택지가 많지 않고 아직 얇은 고객층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고급 모델 이미지는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FCA코리아도 글래디에이터를 소개할 때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포문을 여는 모델”이라고 언급한 만큼, 빠른 시일 내 다양한 트림을 선보이지 않을까 한다.

▲ 내달 이후 국내 승용 픽업트럭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차량 3종의 특성을 비교한 표. 출처= 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