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y, 50×50㎝ 캔버스에 과슈, 2008 <사진제공=통인화랑>

그림을 놀이하듯 편안하게 그리는 것, 그것을 일러 문인화 정신이라고 한다면 신하순의 그림이야말로 고스란히 문인화이다. 그의 그림은 못 그린 듯 그려졌고 간략하고 소박하다. 특정 공간, 풍경에 대한 인상적인 분위기만을 간추려놓았다. 간소하고 소박한 선 맛이 일품이다.

무심하고 소략한 필선과 과감한 여백처리, 먹의 번짐과 감각적인 색채의 조화 등이 감미롭다. 그는 다양한 선 질이 한 공간에서 서로의 역할과 운치 있는 어울림을 선사하고자 한다.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효과로 가득한 회화의 묘미가 그가 추구하는 경지다.

▲ 여행, 30×30㎝

그래서 근작은 자신이 그린 그림에 아이가 와서 손대고 덧칠한 것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 기운과 선 질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이가 목탄으로 망쳐놓았다고 여겼던 선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재생한다. 또한 같은 장소를 다른 재료로 거듭 그려나가면서 그 차이와 느낌을 고려한다.

캔버스위에 과슈를 바르거나 혹은 장지에 과슈와 먹을 쓰는 식이다. 이미 그것은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낡은 장르 개념에 머물지 않고 그로부터 부단히 벗어난 회화다.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쉬운 그림과 감정 표현이다. 현대미술이 지닌 난해함과 달리 그의 그림은 더없이 쉽고 보기 편하다.

▲ 선물, 50×50㎝

그러면서도 묘한 운치가 있다. 그것은 구체적인 상황이나 대상의 재현과 달리 그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 자의 인식 속에서 자연스레 부풀어 오르며 핵심만으로 발화하는 마음이다. 그는 (신하순 작가,화가 신하순,SHIN HA SOON)모든 것이 아스라이 멀어져가고 사라지고 덧없이 소멸되는 기억과 시간에 맞서 그 한 순간의 경험, 그리고 기억을 그린다.

△글=박영택 미술평론가

△전시=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5월11~29일 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