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장하준·최재붕·홍기빈·김누리·김경일·정관용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변했다. 이런 변화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전까지의 과도적인 것일까, 아니면 문명의 대전환으로 굳어질 것인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초점을 맞춘다. 코로나19 이후의 인류를 ‘코로나 사피엔스’라고 명명하고, 신인류는 문명의 근간부터 달라진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책에는 생태, 경제, 사회, 정치, 심리 등 각 분야 석학 6인의 분석이 실려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바이러스는 인간이 자연 생태계를 침범하면서 시작됐다. 3~5년 주기로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쇼크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앞으로는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eco-centered)기업들이 생겨나고, 소비자는 그런 기업만 선택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또한, 화학백신이 아닌 생태백신(자연과 인간의 거리두기)과 행동백신(사회적 거리두기)이 필요하다. 생태적 전환만이 살 길이다.

▲장하준 英 케임브리지대 교수=코로나19로 수요, 공급, 소비가 한 번에 붕괴한 상황이 되자 초토화된 고용시장, 치솟는 실업률, 위태로운 자영업자들, 불완전한 복지시스템 등 그동안 성장을 위해 후순위로 밀려났던 문제들이 당장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로 대두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도 집중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러한 가치를 위해 개인은 어떻게 인식과 행동을 바꾸고 사회는 어떻게 재조직되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재붕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문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팬데믹 앞에서 ‘포노 사피엔스'들이 보여준 대응은 놀라웠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파악 앱, 공적 마스크 구매 앱 등을 개발해 전 국민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빠르게 언택트 일상에 적응했고, 사실상 주도했다. 코로나19를 겪어보니 어느 쪽이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는지 답이 나왔다. 기존 세대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디지털 문명으로 바꾸지 않으면, 인류가 함께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지난 40년간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들던 4개의 기둥(구조)인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가 모두 무너졌다. 우리는 다른 문명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김누리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야수자본주의가 활개 치는 한국 현실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가치 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수월성 사고, 즉 실력주의에서 존엄성 사고, 말 그대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동등하게 보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사회적, 자연적 재난 상황을 자본 지배를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왔다. 재난 자본주의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는 소위 ‘인정 투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원트(want)에서 각자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라이크(like)로, 다시 말해 진짜 만족감을 안겨주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역량을 발전시켜가는 사회나 문화에서는 더 적은 걸 가지고 공존하면서도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