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이동진 지음, 트래블코드 펴냄.

해외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언젠가 해외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이 책은 여행의 깊이를 더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저자는 여행은 계획으로 시작해서 우연으로 완성된다고 말한다. 책에는 느닷없이 끼어든 우연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 담겼다.

저자는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이라는 푯말을 마음 속에 세우고 떠나라고 조언한다. 서울에서는 본 적 없었던 혹은 떠올릴 수 없었던 생각이 여행지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로 여행을 떠나면, 어김없이 숨어 있던 새로운 생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도쿄 여행 중에 어느 동네의 계단에서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이라는 푯말을 보았다. 계단을 올라보니 사람들이 노을을 바라보거나,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이겠지만, 저녁노을이 있다는 푯말 덕분에 사람들이 노을이 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도쿄에서는 과거를 감각 있게 재해석하는 방법을, 타이베이에서는 의도된 비효율의 미덕을, 발리에서는 흔한 것에서 흥할 것을 찾은 역발상을, 런던에서는 작품을 베끼고도 떳떳할 수 있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혁신쟁이들의 관찰하는 습관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술을 마주쳤다. 책에는 이 같은 33가지의 ‘여행의 발견’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