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본사.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양사가 23일 발표한 지난 상반기 경영실적은 예상했던 대로 매우 저조했다. 지난 2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전세계적으로 본격화함에 따라 자동차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 문을 닫아야 했고 소비자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큰 돈 드는 자동차 구매를 자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그간 이어온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국면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저성장의 늪',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세계 자동차 산업이 그간 위축돼온 이유로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만연한 점이 꼽힌다. 인구 감소·고령화,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 둔화, 자동차 시장 포화 등 요인을 비롯해 국가별 무역 수지, 가계 현황 등 요소들이 한데 얽혀 결과적으로 시장을 침체시켰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6년 9019만대에서 2017년 9219만대로 2.2% 확대된 뒤 2018년 9153만대, 지난해 8746만대로 줄곧 감소해왔다.

양사 실적은 이 같은 업황 속에서 2016년 이후 기복을 보여왔다. 현대차·기아차 양사가 올해를 제외하고 최근 5년 간 기록한 상반기 실적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연도는 2018년이다. 최근 5년 가운데 전세계 자동차 연간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첫 해다.

2018년 당시 현대차는 매출액 47조1480억원, 영업이익 1조6320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기아차는 26조6220억원, 6580억원씩 기록했다. 2018년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 금리 인상, 중국 자동차 구매세 인하 정책 일몰, 중국 사드 보복, 미·중 무역갈등 같은 대내외 변수들이 동시에 두 국산차 기업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어 작년에는 2018년 저점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발생했다. 이에 더해 신차 출시 효과, 고급차·고급사양 확대 도입 등 사업 전략의 영향으로 판매대수와 수익성 모두 상승폭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 말 중국을 시작으로 전세계로 퍼진 코로나19 사태는 현대차·기아차가 실적 상승 모멘텀을 유지·강화할 기회를 소멸시켰다.

▲ 현대자동차가 2016~2020년 기간 기록한 상반기 주요 경영실적. 출처= 현대자동차

지난 상반기 현대차·기아차 양사는 매출액 47조1780억원, 25조936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4540억원, 59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을 의미하는 영업이익률은 지난 상반기 현대차·기아차 각각 3.1%, 2.3%를 기록했다. 두 기업이 지난 상반기 기록한 주요 실적지표 세 가지 모두 최근 5년 간 상반기에 기록한 실적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현대차·기아차 두 업체는 지난 상반기 부진했지만 오히려 미래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회복될 수요에 대비하려는 취지다. 또 양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또 다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경우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가 시장 주류로 부상할 것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 기아자동차가 2016~2020년 기간 기록한 상반기 주요 경영실적. 출처= 기아자동차

현대차와 기아차가 코로나19 사태 발발에 앞서 내놓았던 미래 사업 전략은 유행병 사태를 계기로 사업 다각화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전환된 분위기다. 양사가 미래차, 모빌리티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말과 올해 초에 걸쳐 각각 공개한 투자 계획 규모는 90조원에 달한다.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동수단 다각화, 관련 서비스 개발·출시 등 목표를 위한 사업들을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23일 현대차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김상현 재경본부장(전무)은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고, 신흥국은 코로나 이전 수준의 경기를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대차는 저성장 장기화에 대응할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