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다 클로버 군락을 발견하면, 으레 네 잎 클로버를 한 번쯤 찾아보게 된다. 여간 운 좋은 날이 아니라면 찾기 어렵다. 아마 발견한 누군가가 이미 꺾어 가서 안 남아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네 잎 클로버 모양 펜던트의 명품 목걸이가 있다. 같은 모양의 귀걸이도 있다. 반클리프OOO 이라는 브랜드의 진품은 금액이 꽤 고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중에는 가품도 아주 많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언뜻 보면 똑같아 보인다.

누구나 알듯이,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희소한 네 잎을 찾아내는 것이 행운인 것처럼, 로또복권처럼 확률이 적고 좋은 것에 당첨되거나, 골프에서 홀인원처럼 어려운 확률의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운 좋은 일이다.

역시 잘 알려져 있듯, 그냥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한다. 남들과 비슷하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평범한 세 잎 클로버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래 삶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지’, ‘그냥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워낙 SMS(short message service)나 웹 메신저 기능이 발달하고 누구나 익숙해져, 이제 직접 전화해서 대화하는 것이 오히려 좀 구식처럼 느껴질 지경이 되었다. 발품을 팔기 전에 미리 온라인으로 수술 상담을 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복붙’을 해서 같은 질문을 여기저기 보내고 답을 비교해보는 웹 닥터쇼핑 환자도 있다. 오죽하면 필자가 받은 온라인질문 중에는 다른 사람을 부르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질문도 있었으랴.

그중 답변을 하려고 자판 위에 손을 얹으면 답답한 감정이 밀려오는 질문을 두세 가지 추려본다.

 

첫 번째 키워드는 ‘평균’이다.

이를테면, “저는 돌출입이라고 생각해서 근처 병원에 갔더니 한국인에서 이 정도 돌출입은 평균 정도라고 그냥 살라고 하더라고요. 턱 끝에 필러나 좀 맞든지 하래요. 어떤가요? 사진 첨부합니다”

한국인에서 평균 정도 나온 돌출입으로 사는 게 아무 문제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평균 이상 나온 돌출입도 먹고 사는 기능에는 역시 아무 문제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입매를 가지고 있으니 내 입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안도감이 들 수도 있다. 아마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세 잎 클로버도 바로 옆 친구의 세 잎을 보고 안도하며 광합성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환자 본인이 돌출입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평균이니 그냥 살아라’라고 하는 것은 넌센스다. 미용적인 개선에 대한 직무유기다.혹시, 평균이니까 그냥 살라는 속마음은 사실 ‘입을 넣어줄 자신이 없다’는 뜻 아닐까.

‘턱 끝에 필러나 맞든지’도 그렇다. 미국성형외과 교과서인 맥카시 성형외과학의 제 44장, 아시아인에서의 미용성형수술 챕터를 집필한 일본 성형외과의사 키타로 오모리는, 아시아인에서 돌출입을 해결하기 위해 이마, 코, 턱 끝에 실리콘 보형물을 넣게 되면, 인위적인 느낌의 성형미인[整形美人;seikeibijin)이 된다고 설명하였다. 소위 성괴[성형괴물]가 태어나게 되는 학문적 배경이 이것이다. 실리콘 대신 필러도 마찬가지다. 무턱에 무턱대고 실리콘이나 필러를 넣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실, 환자가 큰맘 먹고 치과나 성형외과를 찾는 이유는, 평균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균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얻고 싶어서다. 미용성형외과학이라는 학문의 목적과 목표 자체가, 평균보다 더 나은 외모를 만들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여신급 혹은 조각 미남으로 추앙받는 정도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주연급 배우들은 그야말로 꽃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눈, 코뿐 아니라, 그들의 얼굴윤곽선과 입매는 결코 한국인 평균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그들의 입매가 ‘평균’과 같다면, 그들은 소위 ‘일반인’들과 차별화가 되지 않을 테고 외모로 그만큼 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돌출입이나 얼굴크기가 평균 근처이거나 개성 강한 외모로 굵직한 조연을 꿰차는 배우들도 있다. 대신 그들은 대개 연기력의 내공이 대단하다. 그 정도의 외모를 가진 사람은 흔한 편이므로, 평균 정도의 연기력으로는 뜨지 못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90점 맞던 아이에게 과외선생님을 붙여줬는데, 85점으로 되레 성적이 떨어졌다고 치자. 학부모가 항의하자 과외선생이, ‘괜찮아요. 85점이 평균인걸요?’라고 대답하면 과연 끄덕끄덕할 부모가 있을까?

필자는 환자의 얼굴을 한국인 평균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수술 절대 안 한다’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질문이다. “심한 돌출입인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입술 끝이 코끝까지 나와 있을 정도예요. 그런데 수술은 절대 안 할 겁니다. 수술하라고는 하지 마세요.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시고, 손으로 누르거나 경락 마사지, 밴드 같은 게 도움이 되나요?” 

시험을 보러 갔는데, 절대로 정답은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면 당연히 0점을 맞을 것이다. 아주 심한 돌출입이 돌출입수술(ASO)의 대상이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 즉, 심한 돌출입일 경우 정답은 돌출입수술라고 필자는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 수술은 절대 안 할 것이라고 이미 배수진을 쳤으니, 해 줄 말이 없다. 문제의 정답은 대개 하나이다. 오답은 그냥 오답이다. 질문자는 오답 중에서 제일 나은 것을 알려달라는 것이겠지만, 오답이 차선책이 될 수는 없다. 그 차선책이 도리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의사가 암 확진 환자에게 효과가 입증된 항암치료를 권하는데, 환자는 머리카락 다 빠지고 독한 항암제 치료는 절대로 안 받겠다고 선언한다면 어떻게 할까? 의사가 ‘아, 정 그러시면 대신 암에 좋다는 버섯이나, 강아지 구충제를 드셔보시라’고 오답을 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애초부터 수술이 필요한 돌출입이었음을 결과론적으로 증명하는 환자들이 있다. 몇 년간의 돌출입 개선치료를 했지만 결국 실패해서, 치아 4개, 시간과 비용, 돌출입 개선의 기회를 모두 잃고, 여전히 돌출입인 채로 필자를 찾아오는 경우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질문 내용처럼 손으로 눌러서, 혹은 얼굴 밴드로 돌출입, 광대뼈, 사각턱이 개선된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그러나, 마사지나 얼굴 압박 밴드, 지압, 경락, 기구, 운동, 혀 운동, 자세교정, 기 치료, 한방치료, 민간요법 등으로 돌출입과 무턱을 개선시키거나, 돌출된 치아를 넣거나, 얼굴뼈 윤곽선을 바꿀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원하는 얼굴형을 만들 수 있겠고, 돌출입수술이나 윤곽수술이란 존재 이유가 없다.

마사지 중에서도 경락 마사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경락이라는 해부학적 위치나 구조물은 현대의학에서는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대의학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 신봉하는 증거 중심 의학이다. 따라서, 현대의학에서는 경락 마사지라는 것은 실체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검색엔진으로 찾아본 ‘한의학대사전‘의 경락에 대한 설명 맨 끝에, ‘그러나 아직 경락의 해부 조직학적 바탕은 밝혀지지 못하였다’라고 쓰여있다(출처; 네이버). 해부학적으로 경락이 어디에 있는지 한의학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자인하는데, 마사지사가 경락을 찾아 마사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마사지 등으로 윤곽선의 변화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연부조직의 일시적인  부기[浮氣](소위 붓기) 변화일 것이다. 연부조직의 미세한 부기는 아침, 저녁으로 변화할 수 있으며, 마사지로 얻는 변화 역시 일시적이므로 얼굴형을 변화시킨다고 볼 수 없다.

 

세 번째 키워드는 ‘이~’다.

입술을 최대한 벌리고 ‘이~’하며 치아를 보여주는 사진만으로 돌출입인지 판단해달라는 질문도 물 없이 먹는 밤고구마처럼 답답하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 한 척 사진을 보여주고, 어느 바다의 어디쯤인지 알려달라는 것과 같다. 위도와 경도와 주위 대륙들이 표시된 지도라든지, 최소한 옆의 항구 풍경이라도 나와 있어야 배의 위치를 알 수 있듯이, 입을 닫고 있을 때 최소한 코, 인중, 입술, 턱끝 정도는 보여야 어느 정도 기준선을 긋고 돌출입 평가가 가능하다. 친구가 기습적으로 당신의 입술을 들춰본 후에야 “너 돌출입이구나?”라고 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원인이 치아든, 잇몸뼈든, 결국 돌출입은 그 위를 덮고 있는 연부조직이 만들어낸다.

  *  *  *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에서 가난한 남편과 함께 누추하게 살던 부인 마틸다는, 남편과 무도회에 가기 위해 부자 친구에게 어렵게 빌렸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리게 된다. 3만6천 프랑의 대부분을 빚을 내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돌려준 후, 눈물을 머금고 10년간이나 고리대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한푼 두푼을 아껴 모으는 비참한 생활을 한다. 그리고서 친구를 우연히 만나 사실을 털어놓은 마틸다는, 빌렸던 목걸이가 500프랑의 가짜 목걸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으로 끝난다.

당신에게 누군가 목걸이를 선물해준다면, 이왕이면 당신은 당연히 진품 목걸이를 가지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가짜 목걸이도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즉, 사이비[似而非]다. 물론 까막눈이 본다면 똑같아 보일 수도 있다. 마틸다도 영롱하게 빛나는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홀려 인생의 10년을 허비했다.

우리 삶에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평균보다 더 나은 삶을 마다하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세 잎보다는 네 잎에 끌린다. 행복도 좋지만, 행운을 부여잡길 원한다. 남보다 더 성공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나무랄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평균보다 더 나은 외모를 가지고 싶은 것, 더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 역시 본능이다. 생존과 배우자 선택, 종의 보존과 관련된 진화생물학적인 본능이기도 하다. <매력 자본>이라는 책에서 영국의 사회과학자인 캐서린 하킴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여섯 가지의 매력 자본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름다운 외모라고 기술하였다.

다만, 평균보다 더 나은 외모가 되기 위해 선택하는 수술도,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운 자태를 완성하기 위해 선택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허상이 아닌지 가짜가 아닌지 잘 따져봐야 한다.

값싸고 가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더러는, 가품이면서 값싼 사이비 네 잎 클로버 목걸이가 더 부담 없고, 거의 비슷하게 보이며, 잃어버려도 그만이고, 질리면 처박아놓으면 되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얼굴은 이와 다르다. 특히 얼굴뼈 수술은 일생 단 한 번 하고 나머지 평생을 그 얼굴로 살게 된다. 여러 번 안 해야 맞다. 반복적이고 무리한 수술은 재앙을 부른다. 자칫하면, 마틸다의 10년보다 더 오래, 평생을 힘들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얼굴에 손을 대려면, 3만 6천 프랑의 목걸이를 고르는 일보다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