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미국 전기차·에너지 업체 테슬라가 전기차 사업에서 흑자를 달성해 눈길을 끈다. 대부분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의 높은 생산단가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 하는 가운데 테슬라는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흑자 달성에 성공, 파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로드맵에도 집중하고 있다. 다만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도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나가고 있지만 전기차 제품만으로 마진을 거두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차 양사는 신형 전기차에 전용 플랫폼을 탑재하는 등 방안으로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판매량을 늘림으로써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 테슬라 모델 X. 출처= 테슬라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는 지난 22일(미국 시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해당기간 영업이익이 전년동기(-1억6700만달러·한화 -2007억원) 대비 흑자전환한 3억2700만달러(393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작년 2분기(63억5000만달러·7조6314억원)에 비해 4.9% 감소한 60억3600만달러(7조2541억원)로 집계됐다.

테슬라는 지난 4개 분기 동안 줄곧 흑자를 달성했다. 미국 장외증권시장(나스닥) 상장 시점인 2010년 6월을 기준으로 작년 2분기까지 3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온 뒤 처음 낸 이익이다. 각 사업별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지만, 최근 다섯 분기 실적을 살펴볼 때 전기차 사업에 드는 비용을 꾸준히 줄여옴으로써 수익성을 강화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효율성에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2분기 전기차 사업에서 매출액 53억7600만달러, 매출원가 54억29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매출원가율은 81.1%에 달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 매출원가율은 지난 2분기 74.6%로 전년 동기 대비 6.5%P 감소했다. 매출원가율이 낮을수록 제품 생산비용을 효율적인 수준으로 줄였음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에너지, 서비스 등 기타 분야 사업의 매출원가율이 109.8%에서 4.0%P 감소한 105.8%로 집계됐지만 해당 사업에서 창출한 수익보다 들인 비용이 더 큰 상황을 이어왔다. 이 같은 실적 추이는 테슬라 자동차 사업의 수익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테슬라가 전기차 사업에서 매출원가를 줄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전기차 공급 역량을 앞세워 부품거래 협상력을 높인 점이 꼽힌다.

실제로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몽트와 네바다주 스파크스, 중국 상하이 등 공장 3곳을 순차적으로 설립한 뒤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각각 10만㎡ 넘는 부지 면적을 갖춘 공장에서 연간 수십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이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폭증하는 전기차 제품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1~5월 전세계에서 전기차 12만5800대를 판매하며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이 같은 여건들을 토대로 배터리 업체 등 전기차 부품 협력사들로부터 대량의 부품을 매입하는 대신 공급단가를 낮출 수 있다. 마법같은 실적의 원인이다.

나아가 주요 거점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지음으로써 물류 등 전기차 유통 과정 상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전기차 라인업을 모두 고성능차로 구성함으로써 높은 평균판매가격(ASP)을 확보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테슬라 차량 가운데 최저가인 모델 3의 한국 출시가격은 5369만~7369만원으로 책정됐다. 현대자동차 소형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의 가격대 4690만~4890만원에 비해 1500만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컨셉트카 프로페시.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SW 자동 업데이트 등 신속 도입 요망

반면 현대차·기아차 양사는 테슬라에 비해 적은 전기차 판매량에서 뒤처질 뿐 아니라 소형 위주의 소수 저수익 모델로만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현대차·기아차 양사는 지난 1~5월 전세계에서 전기차를 2만6500대, 2만4600대씩 판매함으로써 6~7위에 나란히 랭크됐다. 양사의 판매실적은 과거에 비해 향상됐지만 수익성을 테슬라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엔 부족한 규모를 보였다.

다만 금융업계에선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이 약진함에 따라 차종 단일 기준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목분석자료를 통해 “현대차는 각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확대 시행되는 등 외부요인과 맞물려 월평균 판매량 5000대를 기록하는 코나 일렉트릭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기아차도 전기차 사업 현황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판매량 상승세에 힘입어 수익성을 점차 개선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는 지난 23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사업의 손익분기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앞서 밝혔던 목표인 2025년 전기차 영업이익률 8%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차·전기차가 2025년을 시한으로 마련한 90조원 규모의 미래사업 전략에 성장에 대한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양사는 2025년 연간 전기차 총 85만대 판매를 목표로 중형 SUV 전기차, 준대형 세단 고급 전기차 등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향후 출시할 신형 전기차에 도입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수요에 대처할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시장 일각에선 양사가 신차에 단순히 주행성능을 강화할 뿐 아니라, 무선자동 업데이트(OTA) 기능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테슬라와 견줄 수 있는 상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테슬라에 이은 2위 전략을 빠르게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하는 시점에 통합 운영체제와 OTA 기능이 얼마나 빠르게 갖춰지느냐 여부에 현대차·기아차 양사의 글로벌 2위 업체 등극 가능성이 달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