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신종 코로나19 백신이 2021년 중순 이후 대중에게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올해 안에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의 라이브 영상 인터뷰에서 “미국 대중에게 폭넓게 제공할 수 있는 백신은 2021년 들어 수개월이 지나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도 “2021년 중반쯤 성공적인 백신을 인구 대다수에게 접종했을 때 진정한 정상화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점진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 후보가 연말까지 임상시험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미국에서 백신이 널리 보급되기까지 몇 개월 더 걸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까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 자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파우치 소장은 “일부 제약사들이 연말까지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약간 회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뭐든지 가능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례 없는 예산을 백신 개발에 쏟아붓고 있는 만큼 연내 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 대유행 종식을 의미하면서도 대통령 재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백악관에서 백신 개발을 위한 ‘초고속 작전’을 공식 출범하면서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을 가능한 한 빨리 개발해야 한다”면서 “여기서 '빨리'는 가능하면 연말까지를 말한다. 그 전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에도 “우리는 백신에 아주 가까이 와 있다”면서 “아주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월 3일 대통령 선거일 이전에 백신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바람을 담은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대선 전에 효과가 검증된 백신을 얻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 일이 잦아지면서 그에게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장밋빛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파우치 소장이 못마땅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부분이다.

파우치 소장은 항의 메일은 물론 심각한 수준의 협박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근 개인 경호원까지 배정받았다고 한다.

파우치 소장은 “나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영웅이 아닌데 부적절하게 나를 영웅으로 만든 사람들이 있듯이 내가 자신들의 삶을 간섭한다고 생각해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 각종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4일 하루 159명이 코로나19로 숨져 주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조지아주는 하루 4813명이 새로 확진돼 역대 가장 많았다.

미국 전체로는 25일 하루 7만5000명 가까운 환자가 새로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오후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417만6416명, 사망자 수를 14만6418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CNN은 지명도 높은 보건 의료인, 과학자, 교사 등 전문가 150명이 정부에 “셧다운을 다시 해야 한다”고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