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별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 출처=국제에너지기구(IEA)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서, 주요 국가들의 전력 생산량이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지난 26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월별 전력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전력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7.2% 줄어든 738.3TWh(테라와트시·1와트시의 1조 배)를 기록했다. 

2006년 1월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IEA는 발전량 저하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의 봉쇄 조치와 제조업계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발전량은 기업들의 생산 및 제조 활동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전력 생산량의 기록적 감소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실제 올 2분기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33%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가 닥쳤던 1998년 1분기 기록한 -6.8% 이후 약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역성장했다. 전년비로는 -2.9% 위축된 수준이다.

2분기 수출 또한 16.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63년 4분기 -24% 이후 약 5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1분기 당시 2% 줄어든 것에 비하면 내림세는 8배 가팔라진 셈이다. 

그린에너지 시대는 아직 요원한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 비중이 OECD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최근 발표된 '그린 뉴딜' 정책이 더욱 구체적이고 의미있게 구현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그린 뉴딜을 포스트 코로나 전략과 새로운 경제 기조의 핵심으로 강조한 바 있다. 기존 화석 연료 기반 경제에서 신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이 예고됐지만, 에너지 활용의 기본 단계인 전력 생산부터 석탄·원자력 등 비재생에너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 2020년 권역별 발전 믹스. 출처=국제에너지기구(IEA)

OECD의 4월 발전량 경우, 석탄이나 원자력 등 전통적 에너지원들의 전력 생산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석탄 발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 격감했고, 원자력과 천연가스는 각각 7.5%와 6.4% 줄어들었다. 반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량은 3.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4월 총 발전량은 41.2TWh로, 2019년 4월보다 4.8% 감소했다.

천연가스를 이용한 전력 생산이 무려 20% 가량 급감해 눈길을 끈다.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원으로 꼽히는 천연가스는 전력 소비 감소와 저유가 장기화에 따라 다른 에너지원에 밀리면서, 활용도가 큰 폭 쪼그라든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석탄 발전량은 1.7% 늘어난 14.6TWh, 원자력 발전량은 3.3% 줄어든 13.0TWh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30% 넘게 대폭 급증했으나, 3.3TWh로 전체 발전량 중 8.1%에 불과했다. 즉, 비재생에너지의 비중이 90%를 웃도는 것이다.

OECD 전체 발전량의 경우 단일 에너지원별 비중으로 따지면 천연가스 27%, 원자력 19%, 석탄 17% 등 순으로 비재생에너지들이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 재생에너지 총합 또한 35.2%로 제법 큰 비중을 기록하며 한국과 큰 격차를 보였다. OECD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한국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석탄·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원에 의존한 전력 생산의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린 뉴딜의 필요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그린 뉴딜은 아직 시작 단계이고, 앞으로 전개되는 방향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