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의 구체적인 청사진 중 하나가 공개됐다. 특히 스마트스토어와 함께 성장하며 든든한 시너지를 내는 한편, 기술로 금융 사각지대를 덮으며 상생의 프레임을 확보하면서 외부와의 협력으로 유연한 전략을 보여준다는 로드맵이 눈길을 끈다.

시장의 메기를 넘어 벌써부터 파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진 세 개의 검(무기)을 살펴보자.

▲ 최인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파이낸셜

우선, 연결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28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의 비전과 발전방향을 공유했다. B2C 측면이 아닌 B2B 차원의 로드맵만 공개됐으나 그 파급력과 존재감은 상당하다.

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로드맵을 설명하기 전 네이버 전체의 철학을 설명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 나아가 연결 그 자체에 집중한다”면서 “네이버파이낸셜도 연결의 가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비롯해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며 ‘연결’의 가치를 특히 강조한다. 네이버랩스의 A-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포털의 뉴스 및 검색 정책 등 플랫폼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은 모두 '연결'이다.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닌, 선수와 선수들의 만남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네이버가 가장 잘 하는 일이며, 네이버가 가장 절실하게 추구하는 혁신이다. 나아가 네이버파이낸셜의 큰 그림도 연결의 가치라는 뜻이 재확인됐다.

세 개의 검

연결의 가치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네이버 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와 함께 성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네이버페이에서 시작된 간편결제 인프라가 스몰 비즈니스와 만나 스마트스토어 성장을 이끌어낸 상황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점주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물론 사회 초년생 등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와 관련된 금융 서비스 전략도 나왔으나, 기자회견 현장의 핵심은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SME·Small&Medium sized Enterprise)과의 협력이 핵심이다.

이러한 전략은 네이버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완성 전략에 도움이 되는 한편, 강력한 중앙집중형 플랫폼 창출을 끌어낼 수 있다.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지금까지 부족했던 물류 인프라까지 확충하고 있는 스마트스토어와의 결합을 의미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지원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존재감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진 세 개의 검 중 하나다.

다음 관심사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방식이다. 성장하는 스마트스토어와 보폭을 맞추며,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점주 즉 SME와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그 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SME와 씬파일러 등과 같은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큰 방향" 이며 “그 중에서도 우선은 네이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자 우리 사회 성장의 근간을 이루는 SME를 위한 금융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라 말했다.

▲ 최인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현재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점주 중 SME로 분류되는 이들은 73%며 2030 연령대는 43%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이 오프라인 매장도 없고 자본력도 약하기 때문에 기존 금융업계의 혜택에 있어 일종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에 착안해 SME를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사업자들은 빠른 현금회전과 사업자금 융통을 원한다”면서 “현금회전의 경우 현재 네이버페이 정산이 9.4일이 소요되는 등, 최대 11.6일이 소요되는 타사와 비교해 이미 상당히 빠른 편”이라 말했다. 추후 네이버는 지난 4월 출시된 퀵 에스크로 등을 통해 국내 최저 이율로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배송완료에 도입하는 방식 등으로 정산일을 5.4일로 맞추는 작업도 하고 있다.

사업자금 융통에 있어 SME 대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 이력이 없는 사업자들도 은행권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업계 최초로 사업 정보를 활용한 대출 심사로 승인률과 한도가 높고, 매장이 없거나 소득이 없어도 네이버쇼핑에서 일정금액 이상의 매출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본인 명의 휴대폰만 있으면 간단하게 1분 만에 한도와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은행권 수준의 대출 금리를 지원하면서도 온라인으로 쉽고 빠르게 대출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미래에셋캐피털과 협력하는 한편 추후 다양한 협력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 밝혔다. 업계에서는 10%대 중금리 대출을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술력이다. 기존 금융권과 비슷한 혜택(현금회전, 사업자금 융통)을,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던 스마트스토어 SME들에게 제공하면 강력한 동력을 창출할 수 있으나 문제는 현실성이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담보도 없고 자금력도 약한 SME들이 기존 금융권의 혜택을 받지 못한 이유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네이버는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려는 것일까.

답은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력이다.

네이버파이낸셜 데이터랩 김유원 박사는 현장에서 네이버파이낸셜만의 ACSS(Alternative Credit Scoring System: 대안신용평가시스템)를 공개했다. 김 박사는 “기존 금융 CB데이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해 구축했다”면서 “스마트스토어의 매출 및 운영과 관련된 데이터(매출 안정세 여부, 단골 고객 방문 여부, 우호적인 고객 리뷰, 재방문률)를 분석해 이를 신용정보의 대안으로 활용한다. 1년 미만 창업자도 규모나 성장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법론에 네이버의 기술력이 더해지며 ACSS가 탄생했고, 이러한 기술력은 네이버가 기존 금융권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스마트스토어의 SME들을 지원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실제로 네이버파이낸셜의 ACSS를 시뮬레이션 해보면 1등급 대상자가 기존 CB등급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면 ACSS는 보다 고도화되어 앞으로 더 많은 SME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진 두 번째 검인 셈이다. 김 박사는 “6월 현재 SME 대출과 관련된 ACSS 1차 개발을 완료했다”면서 “2020년 급증한 쇼핑 거래 데이터를 반영해 추후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술들이 동원된다. 빠른 정산을 시도하며 벌어지는 자금 리스크를 버텨내기 위해 FDS 기반 사업자 위험 탐지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관련 서비스를 연내 출시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페이 거래액이 2015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누적거래 52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사고발생은 930만원(사고발생율 0.000018%)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디지털 데이터 거래소 등에 참여하며 얻은 노하우, 디지털 뉴딜의 선봉에 설 정도의 인프라와 SME 인큐베이팅 등 강력한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마지막 세 번째 검은 협력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기본적으로 스마트스토어의 경쟁력을 지원하며 함께 성장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SME들과 상생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기존 금융권과의 협력에도 속도를 낸다. SME 대출의 경우 미래에셋캐피털 외 다양한 파트너를 확보할 생각이며 최근 부쪽 네이버파이낸셜을 경계하는 기존 금융권 전반과의 광범위한 협력도 타진할 생각이다.

물론 최근 선불카드 논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존 금융권은 네이버파이낸셜의 등장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최 대표는 “기존 금융권들은 네이버가 본인들을 줄 세우기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면서 “네이버는 직접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금융권들과 다양한 협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존재감

이번 기자회견은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진 강력한 무기 중 일부에 불과하다. 다만 선명한 발전전략은 공개됐다는 평가다. 스마트스토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몸집을 불리며, 기존 금융업계의 혜택 사각지대에 놓여진 SME를 지원하는 한편 그 간극을 기술력으로 메우는 전략이다. 여기에 연결의 가치를 내세우며 다양한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골자다.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발언은 기존 금융업계의 견제를 의식하는 분위기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왜 은행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우리는 우리가 잘 하는 연결을 중심으로 사업을 한다. 금융사를 직접 만든다고 우리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카카오는 빅테크에서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를 통해 직접 금융 서비스를 하려고 하지만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 하나만 가동하며 다양한 금융사들과 협력하는 전략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처럼 직접 라이선스를 구입해 빅테크 시장에 뛰어든다면 기존 금융권들의 불안도 이해가 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은 연결의 가치를 통해 오히려 기존 금융권들과 다양한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