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타다 베이직 종료로 크게 흔들렸던 VCNC가 가맹택시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플랫폼 가맹 사업 참여 희망자(개인·법인 택시)에게 제공할 정보 공개서를 등록한 것으로 28일 확인됐습니다.

 

돌아 돌아 가맹택시

VCNC는 지난 국회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타다 베이직을 포기했습니다. 11인승 차량을 바탕으로 긱 이코노믹의 가능성까지 넘보던 공격적인 모빌리티 전략은 끝내 좌초됐고, VCNC는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경쟁사들은 운송, 가맹, 중개로 대표되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준비했고 VCNC 타다는 힘없이 링에서 밀리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타다는 타다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준 프리미엄 택시 전략을 전개하는 한편 타다 골프 등 특화 서비스를 줄기차게 개척하는 방식으로 권토중래를 꿈꿨습니다. 코로나19로 택시 이동수요가 낮아지고 있으나 타다 프리미엄 호출은 1분기 대비 2분기 무려 54%나 늘어나며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기여금 문제 등에 있어 일부 전향적인 시장의 가능성이 타진되자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는 분위기입니다.

▲ 종료된 타다 베이직. 사진=박재성 기자

가능성은?

VCNC가 타진하고 있는 가맹택시 사업은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T 블루,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 등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인 ‘카카오 T’를 기반으로 택시,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는 그 연장선에서 사실상 전국 서비스에 돌입했습니다. 현대차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KST모빌리티의 마카롱 택시도 공격적인 로드맵을 바탕으로 폭풍성장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VCNC가 이제 와서 가맹택시 사업을 전개해도 이미 시장의 초반 선두주자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VCNC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요소들을 발견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먼저 시장 과점에 대한 반발입니다.

현재 국내 택시업계는 가맹택시에 속속 가입하며 새로운 판이 짜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갈 길은 멀지만, 큰 틀에서 플랫폼 택시로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가맹택시 비즈니스의 공급자, 즉 기존 택시업계가 이미 가맹택시 사업을 주도하는 카카오 모빌리티 등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특히 카카오 모빌리티의 수수료가 과하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모빌리티는 부정하고 있지만, 최근 기사들 사이에서 카카오 모빌리티의 시장 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뜸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카오T 블루에만 콜을 몰아주고 일반 카카오T 택시는 외면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카카오T 블루 기사라면 반색할만한 소식이지만 이 역시 ‘모든 전권은 카카오 모빌리티가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썩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여담이지만 이 문제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법적 소송 직전에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면, 택시업계에서 '카카오 모빌리티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각보다 커 보입니다.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꾸준히 택시업계의 카카오 모빌리티에 대한 반감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VCNC는 기회를 볼 수 있습니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반 카카오 모빌리티 연대를 결성해 가맹택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명분과, 실질적인 연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VCNC가 타다 베이직을 접은 직후 택시업계가 VCNC의 타다 프리미엄을 기점으로 접점을 마련한 후 둘 사이에 일종의 유대와 믿음이 생겨났고, 택시업계가 먼저 VCNC에 가맹택시 사업을 권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사업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일각에서 플랫폼 택시의 질적인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점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승객, 즉 소비자들은 카카오T 블루와 마카롱 택시의 서비스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최근의 실망스러움이 나오는 이유가, 카카오 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사업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온갖 진통 끝에 간신히 기형적이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을 위한 시장이 열린 상태에서 카카오 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는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요? 바로 타다 베이직 방식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VCNC는 타다 베이직을 운영하며 긱 이코노미를 가동했고, 이 과정에서 높은 서비스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문제로 흐르며 지금은 돌발악재로 부상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승객들은 타다 베이직의 매력에 깊숙이 빠질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타다 베이직이 사라진 후 카카오 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가 택시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기형적 모빌리티 전략인 플랫폼 택시를 아무리 의욕적으로 가동해도, 이미 타다 베이직의 맛(?)을 알아버린 승객들은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 버렸습니다.

VCNC가 가맹택시 사업에 나설 수 있는 명분과 실익이 더욱 강해집니다. 시장 과점에 대한 우려, 나아가 시장 과점에 대한 우려 중 일부가 이동 서비스의 질적인 하락 우려로 발현되는 한편 승객들의 타다 베이직에 대한 ‘향수’가 강해진다면, VCNC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힘입니다. 아마 SK가 한 때 VCNC 인수 가능성을 타진한 것도 이러한 VCNC 타다의 브랜드에 주목했기 때문일 겁니다.

▲ 박재욱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여기서, 난관

아이러니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가맹택시 사업에 나서려는 VCNC의 난관이 시작됩니다. 시장의 혼탁함이 윤곽을 드러내는 한편 타다 베이직에 대한 향수가 커지며 VCNC의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지만, 사실 VCNC가 타다 베이직을 가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VCNC도, 기형적인 모빌리티 전략인 가맹택시 사업에 나설 뿐입니다. 물론 카카오 등의 시장 과점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VCNC가 가맹택시 사업에 진출하는 것 자체를 반기겠지만, VCNC 입장에서는 이를 명확한 부활의 무기로 삼기에 조금 부족합니다.

결국 특이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도 타다 베이직 당시와는 달리 확고한 법적 가이드 라인 내부에서 한 방을 보여줘야 합니다.

쉬운 길이 아닙니다.

일단 현 상황에서 VCNC 및 업계 취재를 한 결과, 가맹택시에 나서는 VCNC가 확실한 한 방을 보여줄 조짐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아직 초창기 논의 단계인데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결국 생존을 위한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 때가 왔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가 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가동해 가맹택시 사업을 키우고 있으나, 택시업계의 은근한 반발이 일어나는 한편 타다 베이직에 익숙했던 승객들의 눈높이는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직 시장이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지금이 바로 VCNC가 승부수를 던질 순간이지만, VCNC는 이단아가 아닌 모범생이 되어 택시와 승객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승부의 결과는 VCNC가 어떤 이동의 경험을 보여주느냐에 있다”면서 “다양한 이동 플랫폼을 묶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나가는 작업은 카카오가, 택시와의 강한 연대에 나서는 것은 KST모빌리티가 보여주고 있다. VCNC가 이런 상황에서 어떤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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