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출처=LG생활건강.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61분기 연속 '역대 최대 성장'. 지난 15년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써내려온 신화다. 올해로 LG생활건강을 진두지휘한지 16차에 돌입한 차 부회장을 꾸미던 별칭은 'M&A 귀재', '매직'이었으나 매분기 최대 실적 달성으로 이젠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역대 최대'란 평가가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0.6% 증가한 3033억원, 매출은 2.7% 감소한 1조7832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이 지난 2005년 1분기부터 시작한 성장세가 61분기로 늘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리스크도 날려버렸다. LG생활건강은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 6370억원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M&A 마이더스 손'…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코로나도 뚫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05년부터 변곡점을 맞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평가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창립한 LG생활건강은 '럭키' 상표로 화장품 생산을 개시, 이후 국내 최초의 화장품과 치약을 시작으로 생활용품, 화장품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오늘날 추억 속 제품 중 하나가 된 '럭키 치약(1954년)'과 '드봉 화장품(1984)'도 LG생활건강 제품이었다.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 하던 LG생활건강은 2001년 4월 LG화학 법인 분할에 따라 홀로서기에 나섰다.

하지만 본격적인 변화는 2005년 찾아왔다. 해태제과에서 넘어온 차 부회장을 CEO로 맞은 뒤 거침없는 투자와 공격적인 M&A로 사업영역이 확장되고 성장기에도 올랐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이 지난 15년간 인수한 회사만도 20여개 이상에 달한다.

LG생활건강이 음료에 손을 내민것도 이때부터였다. 차 부회장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으로 양분된 사업구조를 확장하기 시작했고,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2009년)과  한국음료(2010년), 해태htb(2011년) 등을 차례로 품에 안으며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의 '사업 3대 축'을 완성한다.

동시에 차 부회장은 기존 화장품 사업의 영역 확장도 추진했다. 최근 흡수합병을 결정한 더페이스샵, 캐이앤아이, 씨앤피코스메틱스를 각각 2010년, 2013년, 2014년에, 올해 2월에는 글로벌 더마화장품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도 획득한다.

외부 출신 첫 부회장의 탄생, 6년만에 파격 승진한 주인공

당시 차 부회장의 판단은 코로나19 파고에도 LG생활건강 체력을 굳건하게 만드는 버팀목이 된다. 올해 상반기 LG생활건강은 한동안 성장을 견인했던 화장품 사업 실적이 악화됐다. 주요 판매 채널인 공항 및 시내 면세점의 '개점 휴업' 영향이 컸다. 그러나 나머지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하며 '역대 최대' 신화를 이어갔다.

 

실제 LG생활건강의 상반기 화장품 사업은 영업이익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3%, 11.5% 줄었지만, 같은 기간 생활용품(홈케어&데일리뷰티(HDB)) 사업이 79.5%, 25.4% 상승했고,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도 35.8%, 4.8%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의 바닥부터 시작한 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성장을 더해 갔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6854억원, 1조1764억원.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에 영입될 당시(매출액 9678억원, 영업이익 703억원)와 비교하면 지난 14년간 몸집은 7.9배, 영업이익은 16.7배이상 불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차 부회장은 지난 2011년 11월 부회장 타이틀도 거머쥔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의 첫 외부 영입 전문경영인이자, 6년만에 부회장으로 파격 승진한 주인공이었다.

'재무통' 차석용, 차입금의존도 올해 9.1%까지 '뚝'

때문에 그간 차 부회장에게는 'M&A 귀재'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사실상 차 부회장은 뉴욕주립대 회계학과 MBA로 유명한 코넬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재무통'이기도 하다.

1953년생인 차 부회장은 서울 경기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지만 병역을 마친 후 유학길에 올랐다. 1985년 미국 P&G 본사 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 P&G이사, P&G아시아본부 종이제품 수석 재무담당, 아시아본부 템폰사업본부 사장(1996년)을 거친 후 한국 P&G 사장(1999년)에 올랐고,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해태제과 사장을 역임한 뒤 2005년 LG생활건강 대표에 취임했다.

한동안 그의 과감한 사업진출과 공격적인 경영을 두고 무리수란 비판이 일던 때도 있었다. 일례로 지난 2009년 '더페이스샵' 인수당시 내부에서 보유한 현금이 100억원에 불과해 인수자금 3500억원 전액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는 3000억원을 회사채로, 500억원은 CP로 조달함으로써 81%수준이던 LG생활건강 부채비율이 150%로 급격히 늘게 된다.

그러나 현재 LG생활건강은 2014년 31.6%였던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를 지난해 말 10.8%까지 낮췄고, 올해 1분기에는 9.1%까지 떨어뜨렸다. 부채비율도 꾸준한 감소세로 최근 3년치만 놓고 봐도 2016년 71.8%에서 2017년 55.1%, 2018년 46.8%, 지난해 53.3%까지 줄였고, 올해 1분기에는 50.4%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8월 뉴에이본 지분 100%를 1476억원에 인수하고 청주 테크노폴리스(화장품 제2공장) 설립, 음료 부문 생산 및 물류 투자 등으로 자금소요가 계속되고 있지만, 3월 말 기준 현금보유액이 6106억원에 달해 재무안정성을 건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LG생활건강은) 재무안정성 지표가 우수하다. 보유 현금 및 금융상품과 담보여력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실적 저하 전망에도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인수한 해외 법인들의 사업경쟁력 확보 및 수익성 개선 추이 등이 장기적인 외형성장 가능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