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지진, 수해, 산사태, 전염성 질병(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이 되면 어김 없이 쓰게 되는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편의점 업계의 선행을 담은 내용이 담긴 기사죠. 메르스 사태를 비롯해 고성 산불, 지진 피해, 코로나19, 수해 등 재난 현장에는 항상 편의점들의 눈부신 지원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들은 왜 재난 현장에 나서고, 지원을 하는 것일까요? 이렇게 기자의 궁금증이 시작됐고 취재가 이뤄졌습니다. 결론은 이를 통해 기업이 얻는 금전적 이익은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압박이나 '선 조치 후 보상'이 이뤄졌냐고요?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 BGF리테일(편의점 CU)차량이 긴급구호를 위해 출발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재난·재해구호를 가장 먼저 시작한 기업은 BGF리테일(편의점 CU)입니다. 2015년 1월, 국민안전처,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재난 예방 및 구호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민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이 업무 협약은 이재민에게 지원할 재해구호물자 세트를 편의점 물류센터에 상시 보관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CU가 이를 수송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를 계기로 재난구호협회는 2곳(경기 파주, 경남 함양)의 자체 물류센터와 30여개의 CU 물류센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적기 적소에 재난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CU의 물류 차량도 이용할 수 있게 됐죠. 민영 기업과 구호단체가 콜라보한 아름다운 대민지원의 시작입니다.  

물류망이 확보되면서 '재해구호물자'의 질도 좋아졌습니다. 이전까지 지원하지 않았던 식품류(생수, 컵라면, 즉석밥, 초콜릿바, 캔음료, 통조림)들을 늘렸습니다. 군대보다 다양한 구호품, 정부보다 훌륭한 물류시설 구비, 경찰서보다 높은 접근성 등 편의점의 장점이 재난 상황에서 빛을 낼 수 있게 됩니다. 

다소 씁쓸한 점은 재난지원이 시작된 시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갑질논란으로 편의점 업계가 한참 시끄러웠던 시기에 구호가 시작됐고, 이는 당시의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키는 강력한 한 방의 카드가 됐었다"라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물론 구호 시작 시점이 다소 어지러웠다고 해서 봉사 자체가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죠.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고, 보다 효과적인 구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CU 지원이 더 멋져 보입니다.

▲ GS리테일(GS25) 물류차량이 부산 주민에게 긴급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출발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구호지원 3파전(?)…경쟁적으로 나서는 복지 지원

지난해에는 CU를 비롯해 GS25,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등 대형 편의점들이 재난지원에 힘을 보태게 됩니다. CU의 눈부신 활약, 그리고 이로 인해 얻은 기업 이미지 제고가 이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준 듯 합니다. 

재난 지원을 통해 각 기업들의 시스템 차별화를 엿볼수도 있습니다. 

GS25는 현장 매장 관리자들이 카톡으로 본부에 보고한 후 바로 물품들을 공급하는 '선 조치 후 보고' 시스템을 갖췄다고 합니다. 최근 부산 수해 지역에 전달된 생수지원은 카톡보고로 이뤄졌고, 이후 서류 결제 과정을 밟았다네요.

이마트24 역시 부산 동구청, 경북 영덕 등 수해 지역에 구호품을 발송합니다. 수해지역의 파악과 물품 전달이 적시, 적기에 이뤄진 사례입니다.  

어느새 편의점의 임무(?)는 복지 사각지대에도 미쳤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과 다문화 가정을 찾고(GS25), 아동학대 의심사례를 감시하고(CU), 노인들의 폭염 대피처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100% 활용하고, 라이프스타일플랫폼이 되기 위한 노력이 현실화 된 예로 봐도 좋겠죠. 추운 계절에는 따뜻하고, 더운 계절엔 시원하고, CCTV가 많아 안전합니다. 앞으로도 편의점 업계의 노력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