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하철을 중심으로 500m 반경 내외의 지역을 일반적으로 역세권이라 부른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며, 지금도 유효한 지리적 이점을 뜻한다. ‘거주지와 지하철의 거리가 5분’ ‘할인점이 집 코 앞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10분 거리’와 같은 부동산 분양 광고 모두 역세권의 강점을 의미하는 슬로건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다양한 '세권'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슬세권은 거주지 근처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슬리퍼와 같은 편안한 복장으로 둘러볼 수 있는 지역을 뜻한다. 코로나19를 맞아 집단감염의 우려를 피하기 위해 제한된 지역에서 편의시설을 찾으려는 분위기가 고조됐고, 그 연장선에서 슬세권이라는 표현이 나왔다는 평가다. 비슷한 느낌의 편세권은 편의점이 인근에 있는 지역을 뜻한다.

▲ 출처=갈무리

최근에는 대표적인 편의시설의 명을 딴 세권도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것이 맥세권과 스세권이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인근에 위치한 지역을 의미하며, 이 역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활동반경을 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추세다.

쓱세권은 이마트의 온라인 배달 플랫폼이 가능한 지역을 말한다. 신선식품의 경우 아직은 '마트가 최고'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주로 주부들 사이에서 쓱세권은 매우 중요한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이다.

킥세권이라는 단어도 있다. 전동 킥보드를 인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의미하며 이 역시 마이크로 모빌리티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최근 회자되는 다양한 세권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의미있는 시사점을 건질 수 있다. 역세권에서 시작된 편리함이라는 전제가 다양한 수단으로 바뀌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역세권이면 충분했으나, 이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대가 열리며 킥세권이 중요해진 대목이 의미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트렌드가 더욱 강화되고 정교화되며 이에 맞는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맥세권과 스세권처럼 특정 브랜드의 명칭을 활용한 신조어가 나온다는 점은, 이제 각 오프라인 브랜드의 상징성이 오프라인 거점 인프라의 시작이자 끝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시사한다. 우리가 영화 <써로게이트>처럼 99% 온라인에만 살 것이 아니라면, 오프라인 거점 인프라는 여전히 중요하며 이제는 특정 브랜드가 각광을 받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몇몇 세권의 경우 유희적 측면에서도 곧잘 활용된다. 이는 오프라인 거점 인프라를 통해 비즈니스 성과를 올리려는 기업들에게도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