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최근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970.8달러(7월29일 기준)를 기록 후 2,0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 1∼2차 오일쇼크, IT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값이 크게 상승했으며, 실질 금 가격은 2차 오일 쇼크 당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적이 있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바이러스발 뉴 골드러스(New Gold Rush)’ 보고서를 통해 과거 국제 금 가격 상승 시기와 비교를 통해 금 2000달러 진입의 의미를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했다.

최근 금 가격 상승 배경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 심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더 증폭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IMF는 ‘6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전망치를 기존 –3.0%(4월 전망치)에서 –4.9%로 1.9%p 하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경제활동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경기 회복도 이전 예상보다 더 더딜 것이라는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에 대한 폐쇄조치에 따른 대응으로 중국은 청두 소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시행함에 따라 양국 간의 대립이 심화

더불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 상승이 이어짐에 따라 위험헤지 수단으로 금의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MSCI 선진국 및 신흥국 주가지수는 각각 지난 3월23일 1602.1p, 758.2p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7월 29일 2319.7p, 1086.6p로 약 30%씩 상승했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지난 7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며, 성명서를 통해 연준의 통화 완화 기조를 재차 강조함에 따라 저금리 기조 환경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을 주도로 한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및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질 금리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징으로 금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물가 목표치 상회를 용인해 기대물가를 지속적으로 높여 실질금리의 추가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최근 달러화 약세 압력이 강화되면서 금 가격 상승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달러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부진한 점 등이 달러화 약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향후 미국의 재정 및 경상 수지 적자 규모 축소 가능성이 낮다는 점과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등의 이유로 달러화 약세 지속 가능성이 크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금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세와 글로벌 투자 자금(ETF)에 금 유입세가 지속됨에 따라 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금 매입이 규모가 증가하면서 투기적 순매수세가 상승세로 전환됐다.

금 선물 매수 계약은 올 1월 첫째주 38만3000건에서 6월 둘째주 26만4000건까지 축소된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7월 셋째주 33만4000건으로 확대됐다.

이에 금 선물 순매수 계약 건수도 6월 둘째주 20만8000건에서 7월 셋째주 26만6000건으로 확대됐다.

금 가격은 글로벌 투자 자금(ETF 등) 유입세가 지속되면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 ETF 보유고는 올 1월1일 8.3억 온스에서 7월 29일 10.8억 온스로 연초대비 약 30% 증가했다.

이에 금 가격은 지난 2018년 9월 온스당 1214.8달러에서 올 7월 1,970.8달러로 약 62% 상승했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최근 및 과거 금 가격이 상승했던 시기의 경제성장률 및 글로벌 교역량 증감률 등 거시경제 부문의 주요 경제 지표는 악화됐다.

오일 쇼크가 발생했던 당시의 경제성장률은 위기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 2.0%에서 2009년 -1.3%로 급락했다.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0년 4.4%로 반등했지만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르는 유럽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2011년 3.3%로 다시 하락했다.

2017년 3.3%를 국지적 정점으로 하락하던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0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르는 수요 절벽 및 공급 중단 등의 영향으로 50여년만에 사상 최저치인 -5.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이 발생했던 1980년대 초반,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0대 후반의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 교역이 급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은 오일 쇼크 이후 최대 감소폭이 전망되며 이에 따른 교역 침체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오일쇼크 당시 달러 인덱스는 1차 쇼크 당시에는 소폭 상승한 이후 기존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차 쇼크 당시에는 기간 중 88p 수준에서 등락했다.

IT 버블이 진행 및 붕괴와 함께 금 가격이 상승하던 초반 달러 인덱스는 상승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 및 달러 유동성 공급을 추진하던 2008년 4분기부터 2011년 3분기까지 달러 인덱스는 하락했다.

주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엔화도 과거 경제 위기 당시에는 미국 달러화와 역행하는 흐름을 보여 미국 달러화의 대체 투자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 현재 미국 달러화 흐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면서 안전지산으로서의 위상이 약해졌다.

이는 일본 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 지속 및 경기 침체 악화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과거 금 가격 상승 시기에는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던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최근에는 자산시장이 빠르게 반등하면서 금 가격 급등과 자산시장 회복이 동시에 발생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금 가격 상승 시기의 주가지수를 비교해보면 1990년대 말 IT버블과 2001년 9.11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는 실물경제 위축 우려 및 투자심리 악화 등으로 주가가 폭락한 반면 안전자산 가운데 하나인 금 가격은 폭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주가지수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금 가격과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성을 나타냈다.

한편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지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급등하면서 주가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며, 안전자산선호 현상을 강화했다.

단, 과거 위기 시에는 변동성 지표의 확대가 장기간에 걸쳐 발생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위기에서는 단기간에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모습이 보였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과거 금 가격 상승 시기에는 주요국은 비교적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시장 유동성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금 상승 시기의 정책금리를 비교해보면 제1차 오일쇼크, IT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대응하여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다만 제2차 오일쇼크 초반에는 미국에서 불경기와 고물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프레이션(Stagflation)의 발생으로 연준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유지했으나, 1982년 이후에는 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완화적 통화정책이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로 다시 제로금리 수준으로 회귀했고, 채권 매입 등 비전통적 방식의 통화정책 시행도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유동성을 나타내는 M2통화량의 증가율도 정책금리 인하에 따라 금 가격 상승 시기에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과거 위기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시장 유동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감소하던 M2증가율이 코로나19 위기로 다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M2통화량 증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해예상보다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차단해야 한다”며 “실물경제가 악화된 현 상황에서 금융·자산시장 활황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자산시장 간 비동조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또한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금 또는 상품 시장 등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상승에 따른 상품 가격 상승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향후 경기 회복 시점 및 효과적 유동성 흡수 대책 마련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