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출처=KDB산업은행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KDB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3일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산의 재실사 요청은 통상적인 인수합병(M&A) 절차에서 과도한 수준”이라며 “기본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앞서 현산은 지난달 26일 아시아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8월 중순부터 12주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HDC현산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산이 사실상 노딜 선언을 염두에 둔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최 부행장은 “(현산 측에) 거래 종결을 위해 대면 협의를 요청했는데 일절 응하지 않다가 금호 측에서 통지한 거래 종일에서야 재실사를 그것도 서면으로 요청한 것은 인수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며 “단지 거래 종결을 지연할 의도가 아닌지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논의는 제한된 범위에서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최 부행장은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 후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환경 분석이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응책 마련 목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산은은 아시아나 매각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여러 플랜B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행장은 “인수가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영업이 정상적으로 될 수 있도록 시장 안정도모와 유동성 지원, 영구채 주식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저비용항공사(LCC) 분리 매각이나 자회사 처리 등 구체적인 사항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즉각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은은 현산을 통한 최종 인수가 무산될 경우 다른 대기업 그룹의 인수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그는 “시장 여건이 되면 재매각을 빨리 추진해 인수 주체가 관리하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며 “다른 대기업 그룹도 열어놓고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 부행장은 계약금 반환소송은 불가피할 것 같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현산 측이나 금호에서 상대방 귀책사유를 주장하고 있다”며 “계약금 반환소송은 불가피할 듯 싶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재매각이나 정상화에 방해되지 않도록 계약해제에 따른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계약금 반환 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아시아나 미래를 위해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기간산업안정기금이 투입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항공업이 어려운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사항으로, 많은 국가가 대규모 지원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 지원 요건에 충족한다”며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기금 신청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신청하면 경영안정이 되는 규모로 지원 가능하다. 지원 규모나 방식은 기안기금운용심의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기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2월 17일 3000억원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현재까지 2500억원이 지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LCC 필요 자금에 대한 회계법인 실사가 진행됐다. 필요한 자금 수요 실사가 완료됐다. 나머지 부분은 정책 금융기관간의 분담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산업 자체가 단기간에 회복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각사의 일정 부분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자구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추가 지원이 병행될 때 여러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