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여행업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한국관광공사가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프로모션에 돌입해 눈길을 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부분이 스타트업인 OTA(Online Travel Agency)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OTA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일부 희생이 있어도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라 설명했으나 OTA 업계에서는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 출처=한국관광공사

쿠폰의 경제학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프로모션은 국내 여행객을 대상으로 총 100만장의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행사다. 8월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인터파크, 야놀자, 여기어때, 위홈, 메이트아이, 오늘밤엔, 샬레코리아, 호텔패스, 웹투어, 넥스투어 등 총 18개 OTA가 참여한다. 

총 사업비 280억원이 소요되는 대역사다.

쿠폰은 국민 100만명을 대상으로 하며 1인 1매만 받을 수 있다. 종류는 두 가지며 7만원 이상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 4만원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7만원 이하일 경우 3만원 할인쿠폰이 지급된다.

행사 자체로만 보면 나무랄 것이 없다. 코로나 집단감염 우려가 여전하지만 국내 여행업 전반의 침체기가 시작된 가운데, 정부가 직접 나서 ‘여행 기본 지원금’을 지급해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다만 쿠폰의 디테일을 두고 논란이 나오고 있다.

7만원 이상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4만원 쿠폰이 지급되는 가운데 정부는 여기서 3만원을, OTA는 1만원을 부담한다. 7만원 이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지급되는 3만원 쿠폰에서는 정부가 2만원을, OTA가 역시 1만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OTA 입장에서는 쿠폰을 발행하면 발행할수록 역마진이 심각하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행객이 7만원 이하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 OTA는 10% 수수료를 계산해 7000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쿠폰 부담금 1만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여기에 카드 결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역마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매출에 도움된다..고통분담 필요”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프로모션이 OTA에 지나친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관광공사는 “오히려 OTA의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김석 한국관광공사 관광복지센터장은 쿠폰의 적절한 배분을 통해 OTA의 부담을 경감시켰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100만장의 쿠폰 중 OTA가 상대적으로 큰 매출 수수료를 올릴 수 있는 4만원 할인쿠폰을 80만장으로 정했다”면서 “낮은 마진율을 보이는 3만원 할인쿠폰을 20만장만 배분했기 때문에 OTA가 4만원 할인쿠폰과 3만원 할인쿠폰을 적절히 활용하면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예를 들어 한 여행객이 15만원 숙박시설을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7만원 이상 숙박시설이기에 4만원 할인쿠폰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OTA의 부담금은 1만원이지만 10%의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1만5000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카드 수수료 등 순이익 측면에서 OTA가 금전적 타격을 입겠지만, 80만장으로 구성된 4만원 할인쿠폰과 20만장으로 구성된 3만원 할인쿠폰을 적절히 배합한다면 고객 유인 효과도 발생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 외에도 한국관광공사는 OTA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다양한 안전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김석 센터장은 “OTA가 쿠폰에서 부담하는 1만원도 최대 50%를 숙박시설이 부담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한편, 실제 프로모션이 가동될 경우 OTA를 위한 별도의 지원 프로모션도 준비하는 중”이라면서 “이번 프로모션은 OTA의 매출 증대는 물론 9월 및 10월 비수기를 원만하게 넘길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다만 쿠폰 배분에 실패하거나, 상황에 따라 OTA도 금전적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은 한국관광공사도 인지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OTA도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이번 프로모션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일종의 고통분담 성격도 있다”면서 “앞으로도 OTA와 숙소 등과 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OTA “해도 너무한다”

쿠폰의 배분을 적절히 배합하면 OTA도 매출 증진을 노릴 수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상승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관광공사의 주장이다. 그러나 OTA의 생각은 다르다.

특히 이번 프로모션으로 역마진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에 큰 우려를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말대로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4만원 할인쿠폰이 80만장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이 역시 카드결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역마진이라는 주장이다. 3만원 할인쿠폰보다는 상황이 낫겠지만, 4만원 할인쿠폰도 결국은 ‘제 살 깎아먹기’라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해당 프로모션에 정상 참여했을 경우 4만원 할인쿠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1년 영업익의 20%가 허공에 사라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역마진 규모가, 예상되는 수준의 절반만 되도 코로나 극복이라는 좋은 취지로 버텨보려고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프로모션을 통해 여행업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한국관광공사의 주장에는 “일정정도 사실”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모텔 등 낮은 가격의 숙소가 아직은 OTA의 주력인 가운데 아무래도 3만원 할인쿠폰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정말 어려워 진다”고 하소연했다.

OTA가 1만원 할인부담을 100%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숙박시설에 최대 50%를 부담할 수 있지만, OTA 업계는 현실과 동 떨어진 주장이라 비판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숙박업체들도 어려운데 OTA 입장에서 제휴사인 숙박업체에 최대 50%를 부담하라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대부분의 OTA가 1만원 할인부담을 모두 끌어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관광공사가 OTA에게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광고비 인하 등을 권고하자 "아예 죽으라는 말이냐"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대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OTA를 대상으로 ‘무언의 압박’을 넣는 장면이 연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사업을 살리자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가 OTA 관계자들을 일괄적으로 불러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듯이 프로모션을 추진하고 있어 불만들이 상당히 크다”면서 “OTA 입장에서는 경쟁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프로모션에 자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참여하면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선언하며 그린뉴딜과 함께 디지털뉴딜을 전면에 내 건 상태다. 그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에 많은 기대가 몰리고 있으나, 실제로는 각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정책에 있어 ‘들러리’ 수준에만 머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관광공사가 주도하는 이번 프로모션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