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세계푸드가 해외사업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면서 단체급식 사업장의 정상적인 영업은 힘들고, 외식경기 회복은 차도가 없자 HMR(가정간편식)을 내세워 해외 진출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 북미 해외 수출용 '올반 미트프리 만두' 4종. 출처=신세계푸드

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수출용 ‘올반 미트프리 만두’ 4종을 개발하고 북미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할랄푸드로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후 두 번째 해외 시장 진출이다. 올반 미트프리 만두는 고기 대신 두부, 버섯, 해산물, 야채 등을 넣어 맛, 식감, 건강함을 살린 미트프리 만두를 개발한 것이 특징으로 ‘고소한 명란만두’, ‘매콤 짬뽕만두’, ‘갈비맛 만두’, ‘해물 물만두’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신세계푸드는 미트프리 만두의 첫 수출국가로 미국, 캐나다, 호주로 선정해 지난 7월 만두 4종의 1차 물량인 3만봉을 선적했다. 북미로 선정한 이유는 특히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냉동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다, 중국 또는 일본식 만두와 비교해 채소가 풍부한 한국식 만두가 건강식으로 인식돼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리서치에 따르면 냉동만두 시장은 지난해 23억2000만달러에서 2024년 36억6000만달러로 연 평균 7.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북미 뿐 아니라 향후 중국, 싱가포르, 몽골 등 다양한 국가로 올반 만두의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말레이시아 'K-라면' 열풍을 불고온 대박라면. 출처=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의 해외 사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대안으로 불리는 동남아 국가 중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말레이시아를 공략해 이미 ‘K-라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신세계푸드의 ‘대박라면’ 누적 판매량은 1000만개를 돌파했고, 특히 할랄 음식이라 현지 라면에 비해 2~3배 높은 가격임에도 매월 20만개 이상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푸드가 말레이시아를 공략 전략은 최근 유통업체들이 베트남 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세계푸드는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이지만 무슬림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할랄푸드와 인증기관이 잘 갖춰져 있는 말레이시아가 추후 할랄 문화권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해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 6국가에 수출했던 국가도 올해 상반기 홍콩, 필리핀, 베트남 등 3곳을 확대했고, 하반기에는 미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3곳을 더해 총 12개국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K-푸드에 대한 호응, 매운맛 라면에 대한 선호도 증가, 자킴 할랄 인증을 통한 높은 신뢰감 등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잘 맞아 떨어져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대박라면을 시작으로 다양한 종류의 K-푸드를 통해 동남아 할랄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가겠다”고 말했다.

▲ 말레이시아의 한 대형마트에서 여성 고객이 신세계푸드 라면을 고르고 있다. 출처=신세계푸드

전문가들은 신세계푸드가 2분기에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지만, HMR 판매 호조에 따라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해외사업 진출의 결과가 앞으로의 실적 부진을 상쇄시켜 줄 것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푸드는 ‘올반’이란 자체 브랜드로 육개장, 김치찌개, 추어탕 등 20여 종의 국·탕류를 생산하고 피코크, 노브랜드 등 계열사 PL(Product Liability) 제품까지 합하면 80종이 넘는다. 이를 통해 신세계푸드는 연간 매출 300억원을 거두고 있고, 최근 3년간 국·탕류 HMR 부문 매출 신장률은 20%에 이른다.

또한 말레시이아 할랄 시장을 공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미트프리 만두로 미주 비건 시장 공략이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세계푸드는 말레이시아 진출 당시 무슬림에게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레이시아의 자킴(JAKIM) 할랄 인증을 받아 대중성을 획득했다. 글로벌 3대 할랄인증으로는 말레이시아 ‘자킴(JAKIM)’, 인도네시아 ‘무이(MUI)’, 싱가포르 ‘무이스(MUIS)’가 있으며 그 가운데 자킴이 최고 권위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신세계푸드 자체 내에서도 비건 푸드에 공을 들이며 자사의 ‘노브랜드 버거’에도 식물성 패티를 이용한 버거를 시판하고 있다. 해외 사업뿐 아니라 국내 사업에서도 비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연구 개발 중으로 북미 사업의 시장 반응에 따라 제품의 카테고리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미트프리 만두는 현재 한인 시장을 중심으로 테스트 한 뒤 오프라인 채널과 수출 국가를 늘릴 계획”이라면서 “글로벌 전략에 맞춰 현지인이 선호하는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도 연구 개발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푸드의 사업구조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경기 악화가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고정비 부담이 낮은 HMR을 내세운 해외시장 진출은 합리적인 전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