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질이형(Allotropism,同質異形)’은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외형을 가진 물질들이 동일한 성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의 작품에서 동질(同質), 즉 작품의 공통적인 성분(substance)은 직사각형의 캔버스, 같은 색으로 균일하게 물감이 발라진 캔버스 표면(surface)과 그 위에 덧붙은 나무토막의 형태, 재료와 색의 공통성이고, 이형(異形)은 그것들이 ‘변주’ 되어 배치될 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계원의 작품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들은 직사각형 캔버스, 단색으로 칠해진 화면과 그것을 통해서 생겨난–작가는 그가 추구하는 표면과는 다르다고 보는–화면의 평면성이다. 선 원근법을 통해서 표현된 깊이감이라는 전통적 회화의 환영주의를 거부하기 위해서 단색의 화면을 도입하였고, 그 위에 어떤 이미저리(imagery)도 그려 넣지 않음으로써 그의 캔버스의 표면이 원근법적 환영을 거부하는 추상회화에서 지향하는 2차원적 평면과는 구별되기를 원한다.
그는 자신의 캔버스의 표면이 관객에게 표면 그 자체로, 즉 미니멀리스트들에게서처럼 즉물적(literal)으로 지각되기를 바란다. 이것을 작가는 자신의 단색 화면이 평면성과 구별되는 근거로 제시한다. 이계원의 작품을 가장 오브제처럼 보이게 만드는 특징은 회화의 ‘환영’의 문제를 해결한 방식에 있다.
그는(이계원 작가,LEE KE WON,李桂園,화가 이계원) 마치 캔버스 표면의 일부를 파괴해서 떼어 내어 옮겨 놓은 듯이(displace) 캔버스 위에 나무토막을 올려놓는다. 단색 캔버스 표면 안의 다른 색 표면들은 표면 파괴의 환영이다. 작가가 경험한 다인종, 다문화 사이의 동질성의 은유로부터 출발했던 ‘동질이형’주제는 이러한 작품들에서는 관객과 작품과의 시지각(視知覺) 경험의 문제로 환원되었다.
△글=김정희 미술사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전시=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 7월26~8월20일,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