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내년 초에 세금인상이 적용되면 소비자가격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저희도 단골 고객들이 찾는 제품을 중심으로 미리 사놓을 예정이에요. 손님도 지금부터 미리 사두세요.”

평소 자주 방문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점 A사장의 말이다. 내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가격이 2배 오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사재기 조짐이 일고 있다. A사장은 "담배업체마다 증가된 세금 인상폭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중인 것으로 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세금인상분의 일부를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대응하자는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전지현 유통중기부장.

정부는 지난달 ‘2020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상했다. 이로 인해 내년 1월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는 기존 니코틴 용액 1㎖당 370원, 1.5㎖당 594원에서 1㎖당 740원, 0.8㎖당 594원으로 2배 오른다. 그간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은 0.7㎖당 1670원으로, 4500원에 판매되는 일반 담배 한갑(20개비) 3323원, 궐련형 전자담배(20개비) 3004원에 비해 저렴했기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이들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액상형 전자담배 90㎖에는 세금만 30만원 이상 부과되면서 소비자가격이 40만~50만원에 육박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례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담배 1갑에 해당하는 액상형태 30㎖(1병 기준) 제품을 주기적으로 구입하는데, 시중에서 판매하는 통상적인 액상 1개 제품가는 3만원~3만원 후반대. 세금 인상이 적용되면 개당 10만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일찍부터 전자담배업계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의 줄폐업을 예견해왔다. A사장만 해도, 지난해 10월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검증을 이유로 ‘사용 중단’을 권고했을 당시 "일주일새 매출이 70% 줄었다"고 고충을 토로했었다. 실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올해 1분기, 지난해 2분기 601만 포드(1포드=1갑)에서 약 6배 낮아진 100만 포드로 급감했다.

그로부터 두달여 지난 시점에 다시 만난 A사장은 "인근 지역 판매자들이 3점포 당 1개꼴로 문을 닫고 있다"고 하더니, 석달이 지난 올 3월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폐업을 고민했다. 구강을 통해 제품을 시연하는 판매 특성 때문에 단골손님마저 1/5 수준으로 줄었다는 게 A사장의 한숨 섞인 말이었다. 지난 1년 사이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가뜩이나 매출 하락이 지속되고 있던 터라, 이번 '가격인상' 이슈는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을 더욱 앞당기는 셈이다.  

일부 언론이 전한 지난 7월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 저항감이 적을 것이란 소식도 달갑지 않다.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저항해도 목소리가 닿지 않는 것이 속사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로모니터는 한국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총 담배시장 17조1900억원 중 875억원 규모에 그쳤고, 올해는 168억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세차례 추경 편성으로 인한 정부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는 112조2000억원.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선심썼던 ‘현금성 복지’ 혜택은 일시적 처방에 불과했음에도 막대한 정부 재정이 소요되면서 적자가 커졌다. 공교롭게 모자란 국고가 새롭게 설정된 '과세 기준'에 따른 세금으로 채워지는 모양새다. ‘2020년 세법개정안’이 ‘서민 증세’ 신호탄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현실적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