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로드앤테일러 백화점의 19356년 모습. 로드앤테일러는 40년 후 메이 백화점에 인수되었는데, 그것이 이 백화점 몰락의 시작이 되었다.   출처= MCN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로드앤테일러(Lord & Taylor) 백화점은 직원들이 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간이 식당을 도입하고, 애니메이션 화면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축하하고,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모험을 제공하는 최초의 소매업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은 이미 1980년대에 사라졌고 마침내 지난 2일 파산을 신청하면서 194년 역사를 자랑하던 로드앤테일러는 오는 10월까지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청산할 운명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한때 혁신의 기수였던 백화점 업계의 붕괴 원인을 분석 보도했다.

백화점들은 한때 소비자들이 최신 토스터부터 이브닝 드레스, 그에 어울리는 신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는 크고 흥미로운 쇼핑 장소로서 소매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처지가 됐다. 지난 5월 J.C.페니(J.C. Penney), 니만마커스(Neiman Marcus), 스테이지 스토어(Stage Stores) 등 유명 백화점들이 줄줄이 파산을 신청하며 최근에 사라진 백화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부터 경제가 어떻게 회복되고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방법으로 월간 소매판매 수치를 주시한다. 출처= Retail Inside

그러나 소매업계 임원들은, 백화점을 구하는 것, 아니 최소한 백화점을 구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는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벡화점 붕괴의 원인으로 인터넷의 발전, 패스트 패션의 출현, T.J. 맥스(T.J. Maxx) 같은 아울렛형 할인 매장의 등장,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의 백화점들은 그러한 압박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영국의 해로드(Harrods)와 셀프리지(Selfridges) 같은 백화점들은 온라인에서는 따라할 수 없는 감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푸드 홀(food hall)로 유명하고, 일본의 니혼바시 미츠코시(Nihombashi Mitsukoshi) 백화점에서는 장인들이 도자기를 만들고 직물을 짜고 기타 전통공예를 연습할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하며 극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컨설팅 회사 커스토머 그로스 파트너스(Customer Growth Partners)의 크레이그 존슨 대표는 "미국 백화점들에서는 영국과 일본 백화점들이 보여준 열정과 활기를 볼 수 없었다”며 "미국 백화점들은 너무 진부하고 움직임도 느리다."고 꼬집었다.

한 업계의 베테랑 퇴임 경영진은 오늘날 미국 백화점의 붕괴가 1980년대 무분별한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니만마커스,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 JC 페니, 그리고 메이시스 백화점의 전신인 페더레이티드 백화점(Federated Department Stores) 등 내노라하는 유명 백화점에서 두루 CEO를 지낸 앨런 퀘스트롬은 "미국 백화점들은 고객이 아니라 회사 관리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체인점들은 퀘스트롬이 재직 당시 인수했을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그는 직원들은 고객들이 무엇을 사는지 직접 봐야 한다며 직원들이 매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퀘스트롬은 "백화점 임원들이 고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본사 사무실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퀘스트롬은 2004년 JC 페니에서 은퇴했다. 퀘스트롬이 몸담았던 백화점들은 그의 재임시에 잠시 동안이나마 부활을 경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두 몰락했다. 바니스는 지난해 파산을 신청하고 매장 대부분을 폐쇄했다. J.C.페니와 니만마커스는 지난 5월 나란히 파산을 신청했다.  메이시스는 향후 3년간 매장의 5분의 1을 폐쇄하고 최근 3900명을 감원했다.

▲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부터 경제가 어떻게 회복되고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방법으로 월간 소매판매 수치를 주시한다.    출처= Retail Inside

지난 3월과 4월, 코로나로 인해 봉쇄조치가 내려진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매업체는 백화점만이 아니다. 6월에 경제 재개에 들어가며 매장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은 의류와 비필수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실내에 모이는 것을 피함으로써 많은 소매업체들이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에 있다. 남성 의류 멘스 웨어하우스(Men’s Wearhouse)의 모기업인 테일러드 브랜드 (Tailored Brands)도 최근 파산 신청을 했고, 여성 의류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의 모기업인 L 브랜드(L Brands)는 본사 직원의 15%를 해고했다.

그러나 백화점들은 경쟁에서 사면 초가다. 그들은 다른 경쟁 소매점에서도 볼 수 있는 유명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그들의 경쟁자는 비단 아마존이나 다른 온라인 업체만이 아니다. 그들이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들의 자체 매장과 웹사이트와도 경쟁해야 한다.

매출이 정체되면서, 백화점들은 판매 직원들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쇼핑 경험을 제공했다.

고급 백화점 삭스피프스에비뉴(Saks Fifth Avenue)의 전 CEO 스테판 사도브는 미국 백화점들이 살아남으려면 유럽에서 대중화된 도-소매 혼합 모델을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일부 브랜드들은 상품 공급을 통제할 것이며, 이는 백화점이 공간 관리와 직원 관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백화점들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6월까지 메이시스에서 브랜드 경험 담당 임원을 지낸 레이첼 쉐히트먼은 백화점이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사람들이 백화점을 좋아했던 두 가지 이유는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놀라운 고객 서비스와 훌륭한 상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렇게 하는 곳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수십 년의 나쁜 습관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로드앤테일러가 지난 1986년 메이 백화점(나중에 페더레이티드 백화점과 합병해 메이시스가 되었음)에 인수뒤면서부터 몰락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원래 로드앤테일러는 동부의 상류층 고객을 상대하면서 번창한 회사다. 그러나 중서부에서 중저가 옷을 팔았던 메이는 로드앤 테일러를 인수하면서 고급 상품을 저렴한 의류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80년대 확장 바람을 타고 중저가 매장을 속속 개장하면서 로드앤테일러는 그 브랜드의 매력을 잃고 말았다.

지난해 로드앤테일러가 지난 해 현재 주인인 르 토트(Le Tote)에 매각될 무렵에는 이미 한때 고급 백화점이었던 면모는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