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100달러 지폐. 출처=pixabay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미국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는 돈이 늘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부터 강한 변동성을 지닌 비트코인, 유로화 등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으며, 넘치는 유동성을 감당하지 못한 돈이 원유·팔라듐 등 원자재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내년 1분기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6월 9일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은 블룸버그 기고를 통해 달러화 가치가 2년 내 3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 5일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향후 달러화 가치가 향후 15%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 7월 한 달간 4% 가량 하락하며, 2018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 경제가 2분기 대폭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 초저금리 기조, 경기 부양을 위한 미국 재정 적자, 미·중 무역전쟁, 미국 대선결과, 코로나19 2차 팬데믹 등 미국 내 주요 이슈에 영향을 받고 있다. 또 중국, 유럽 지역 코로나19 진정세와 경기 회복에 따른 상대적 영향도 요인으로 다가왔다.

미국은 1분기 코로나19 충격을 크게 받았다. 2월 중순 1만을 향해 달려가던 나스닥 지수는 불과 한달여만에 6000선까지 후퇴했다. 나스닥 지수는 제로금리 선언과 함께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자 4개월만에 하락 폭을 모두 회복하고, 지난 4일(현지시각) 1만941.17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유동성을 통해 상승한 만큼, 조정에 대한 압력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 최근 1년래 국제 팔라듐 가격(위), WTI 가격(아래) 추이. 출처=네이버금융

가장 먼저 오른 자산은 금, 비트코인, 유로화다. 지난 4일(현지시간) 국제 금 시세는 1트로이온스당 2001.20달러를 기록하며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안전자산인 금은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낼 때 급락했지만, 유동성이 늘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자마자 급등 중이다. 또 강한 변동성을 지닌 비트코인 역시 급등하며 1비트코인 당 1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유로화는 유럽 내 코로나19 진정세와 경기 회복 조짐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머니무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미국은 최근 한주 동안 주식 펀드에서 18억 달러 자금 순유출이 일어났으며, 부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55억 달러가 유입됐다. 늘어난 부동자금은 연일 고점을 경신하는 뉴욕증시보다 양편잡기(환차익과 지수상승)를 노릴 수 있는 유럽증시·이머징마켓을 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코로나19로 급락한 원유·팔라듐 등 원자재 가격도 충격에서 점차 회복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달러화의 절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7월 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를 대상으로 하는 달러인덱스는 3월 23일 고점 대비 9.2% 하락했다"라며 "달러화가 가파르게 절하되면서 달러인덱스는 2011년 저점으로부터 연장되는 장기 지지선을 하향 돌파했다. 이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달러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승훈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자산증가와 은행시스템 작동으로 유발되는 글로벌 통화공급의 증가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달러화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라며 "내년 1분기까지 이러한 흐름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