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하림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SPC그룹 다음 수순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림그룹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와 시장 거래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내부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계열사들을 동원해 총수 김홍국 회장 아들이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위 제재 심의를 앞두고 있다. 2017년 하림그룹의 내부거래 혐의 조사에 나선지 3년여 만이다.

 

특히 하림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에 주목하고 있다. 올품은 김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씨가 지분율 100%로 최대주주로 있는 오너 개인회사로, 1999년 동물약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올품은 2010년 제조부문에 대한 물적분할을 통해 한국썸벧를 설립한 뒤 2013년 1월 양계 및 축산물 가공판매를 영위하는 주식회사 올품을 흡수합병했고, 상호를 주식회사 올품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올품의 매출액은 3053억원. 이중 하림지주를 통한 내부거래 매출은 37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년도인 2016년과 2017년 올품과 하림지주간 내부거래 매출은 각각 765억원, 401억원이었다. 이 시기 올품은 하림지주 계열회사중에서도 가장 높은 내부거래 매출 비중을 보였다.

지주사의 지원 사격이 줄면서 올품은 지난 4년간 영업이익이 줄곧 감소하고 있다. 올품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 184억원을 정점으로 2017년 162억원, 2018년 67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10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10조 그룹 거머쥔 비상장 계열사 '올품', 최정점엔 '하림家 장남'

공정위가 하림그룹에 드리운 혐의에는 사익편취도 있다. 하림그룹이 공정위 조사선상에 오르는 배경이 된 것은 2012년. 김 회장 장남인 준영씨가 대학생 신분으로 계열사 '올품'을 상속받아 그룹 최정점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 지배구조는 최상위 지주사인 하림지주가 주요 계열사인 제일사료, 하림, 선진, 팜스코, 팬오션, 엔에스쇼핑을 거머쥔 형태다. 김 회장은 하림지주 지분 22.64%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뒤를 이어 한국인베스트먼트(19.98%)와 올품(4.3%)이 각각 2·3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중 올품이 하림지주의 2대주주인 한국인베스트먼트 지분 전체를, 또 준영씨가 올품 지분 100%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즉, 하림그룹 지배구조는 '김준영→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하림지주→주요 계열사’로 이뤄졌다.

현재 하림의 국내 계열사는 58곳(해외 법인은 39곳), 자산 총액은 약 10조원이다. 따라서 준영씨는 앞서 납부한 증여세 100억원으로 10조원 그룹 지주사를 지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공정위는 부당지원 행위와 편법이 있었는지 현장조사에 나서게 된다.

하림그룹이 첫 대기업집단 직권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2017년부터 2년여간 진행된 현장조사만 총 7차례. 공정위는 2018년 12월 김 회장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그룹에 발송했고, 현재 그룹은 심사결과를 앞둔 상태다.

다만, 하림그룹이 SPC 행보와 다른 점은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룹은 올품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담긴 입증 자료 속 제3자 기업들의 거래가격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있고, 공정위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