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수배협)가 지난 5일 국내 OTT인 왓챠와 웨이브를 대상으로 영화 콘텐츠 서비스 중단을 시사한 가운데,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를 두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궁금증이 커지는 가운데, 취재 결과 수배사와 넷플릭스의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국내 OTT들의 콘텐츠 수급 방식 자체에도 일부 불화의 단초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출처=수배사

우선, 수배협의 주장은 명확하다.

OTT 서비스는 월별 정액제 방식의 정산 방식으로 콘텐츠 관람료를 결재하는 방식이며 왓챠, 웨이브 등 국내 OTT 업체에서는 월 일정 금액을 내고 영화, TV드라마, 예능 등 모든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콘텐츠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는 저작권료의 배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수배협의 주장이다. 이들은 "시청한 수 만큼의 일정 단가 금액을 정산하는 것이 아닌 영화, TV드라마, 예능 등 전체 모든 영상 콘텐츠의 시청수에서 비율을 따져 정산하는 결제 시스템은 영화 콘텐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배분 방식"이라며 "영화 한편을 보는데 IP TV 등의 T VOD 방식으로 건당 3000원이 결제된다면, 국내 OTT S VOD 서비스의 경우는 편당 100원 이하의 저작권료가 발생될 수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넷플릭스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이다. OTT의 콘텐츠 정산 방식에 문제가 있지만, 국내서 파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는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콘텐츠 정산 방식은 문제가 없을까?

그 간극을 이해하려면 플랫폼의 콘텐츠 수급과 관련이 있다.

취재 결과 수배협은 넷플릭스와는 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플랫폼 사업자가 해외 콘텐츠 계약을 할 때 국내 영화수입배급사 또는 국내 유통 배급사와 협상하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국내 유통 배급사와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수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수배협은 국내 영화수입배급사들의 단체다. 

결국 넷플릭스와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번 콘텐츠 정산에 따른 수급 문제에서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콘텐츠 계약 방식에서 미묘한 점이 보인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수급할 때 플랫, 즉 이른바 턴키 방식의 콘텐츠 수급 계약을 맺는다. 워낙 거대한 플랫폼이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계약 기간 동안 일정 금액으로 판권을 사오는 단매 방식이다.

반면 국내 OTT들은 플랫폼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수익 배분 형태 RS(Revenue Share)로 주로 계약한다. 당연히 후자의 방식이 수익 배분에 있어 더욱 민감하고, 잡음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턴키 방식이 아닌 각 콘텐츠의 수익 배분 형태기 때문에 그 배분의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 계약 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국내 OTT들이 선호하는 RS 방식은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넷플릭스가 하는 플랫 방식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특히 콘텐츠 수급에 있어 흥행성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해 독립영화와 같은 콘텐츠의 다양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반면 RS 방식은 콘텐츠 수급을 민감하게, 또 다양하게 노릴 수 있어 콘텐츠 시장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다.

물론 국내 OTT들이 100% RS 방식으로만 콘텐츠를 수급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이유로 수배협 논란이 터졌을 당시 웨이브와 왓챠 모두 콘텐츠 정산 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