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대한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항공사들이 줄줄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기업별 희비가 크게 엇갈리면서 업계에서는 하반기 파산하는 항공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냉랭한 반응을 두고 정부가 구조조정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항공업계, 유상증자 ‘러시’… ‘튼튼한’진에어도 결국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총 1092억원의 유상 증자를 결의했다. 진에어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대비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개발해 나가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게 됐다”고 배경을 전했다. 회사는 유상 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유상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1500만주를 주당 7280원에 발행할 예정이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진에어의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3000만주에서 4500만주로 늘어나게 된다.

진에어의 경우 한진칼 계열사로 여타 항공사에 비해 현금 사정이 나은 편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지난에 보이콧 재팬에 이어 올 들어 코로나19까지 이어지면서 미리 실탄 준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이 국제선 수요 회복이 더디게 이뤄질 경우 진에어가 내년 상반기 중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에어의 현금성 자산은 2017년 3394억원에서 2018년 2122억원, 지난해 2971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177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대폭 줄었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풍부한 수준이다. 같은 시기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현금성자산은 679억원, 티웨이항공의 현금성자산은 333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금 곳간이 바닥난 항공사들이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서는 모양새다. 앞서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유상증자를 시도한 바 있으며, 제주항공도 약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이달 안으로 실시한다는 예정이다. 

하지만 유상증자에 나선 항공사들의 희비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에서 날았지만, 티웨이항공은 실패의 쓴맛을 봤다. 

앞서 지난달 13일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1조971억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무려 목표 금액의 97.35%나 달성한 셈이다. 1위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대마불사 믿음이 반영된 영향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에서도 1조원 지원을 받기로 한 상황이다. 즉, 코로나19 위기만 견디면 반드시 오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반면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30일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다가 청약률이 저조해 불발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총 청약률은 52.09%였지만 이중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지분율 58.32%)의 청약 참여율은 25.61%에 그쳤다. 최대주주가 금융권 자금 조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티웨이항공은 우선 자체 보유 현금과 국내선 운항으로 유동성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들. 좌측 상단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출처=각사

“자본시장 외면 받은 LCC, 자금 조달 없으면 파산 현실화”

풀서비스캐리어(FSC) 항공사와 달리 LCC들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얼마나 냉랭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시장에 투자자가 몰리는 경우는 단 한 가지뿐이다. 이익을 낼 수 있을 때 만이다. 지금 업황이 나쁘더라도 차후 반등 가능성이 높다면 투자하는게 일반적이다. 대한항공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즉, LCC들이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시각이라는 말이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를 앞둔 진에어와 제주항공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진에어의 경우 최대 주주인 한진칼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유상증자의 흥행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LCC들의 전망이 어두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소폭 살아난 국내선 운영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고, 살아나지 않는 여객수요를 대신할 화물 수요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에도 기대를 걸기 어렵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대다수가 대상이 아닌데다, 산업은행이 LCC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는 하나 확정이 난 것은 아니다. 운 좋게 확정이 난다하더라도 지원규모는 필요금액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정부는 LCC에 현재까지 2500억원 수준만을 지원한 상황이다. 여기에 항공사들의 사업부 매각, 통폐합, 자회사 정리 및 대주주 책임 이행 등도 요구하고 있어 자산이 충분치 않는 LCC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여객 수요 회복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는 LCC가 자본 확충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데다, 정부의 지원까지 적시에 이뤄지지 않는 경우 결국 파산하는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정부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유상증자가 성공리에 이뤄졌지만 티웨이항공의 경우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보는 것 아니겠냐”며 “결국 정부가 시장에 항공업계를 살릴 것이라는 시그널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에서도 정부에서도 저버린 LCC들은 결국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