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동수단(모빌리티) 분야 사업의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점찍고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UAM 사업에 공들임으로써 시장에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그룹의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개념도.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4일 주주와 금융·증권업계를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2025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2025년을 기한으로 마련한 해당 전략을 통해 향후 5년 간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61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래사업 기반을 확보하는데 2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미래사업 분야의 하나인 UAM에는 1조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주요 투자 분야로 꼽은 6개 사업 분야 가운데 자동차 전동화 분야(9조7000억원)에 이어 모빌리티 서비스·플랫폼 분야와 함께 두 번째로 큰 투자 규모다. 자율주행(1조6000억원), 로보틱스(1조5000억원), 커넥티비티(9000억원)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차가 UAM 사업에 주목한 이유는, 갈수록 자동차 수가 늘어남에 따라 악화하는 교통난을 해소할 대안으로 비행체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교통 사정 등의 영향으로 2040년까지 UAM을 비롯한 자율비행 모빌리티 시장의 규모가 1조5000억달러(187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과 같이 자동차만 많이 파는데 집중할 경우 일정 규모의 수익을 지속 거두기 어려워질 수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두 주력 업체는 UAM 서비스를 위한 비행체를 개발하는데 있어 완성차 업체로서 경쟁 우위를 점한다. 그간 신차의 상품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온 과정에서 확보한 공기역학적 설계, 소재 경량화, 비용절감 등 노하우를 UAM 사업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양사의 이 같은 강점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 소재인 비행체의 수요처로 수익원이 한정되는 한계점을 동시에 내포한다. UAM 이동수단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상용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비행체 공급을 통한 수익을 기대할 여지는 존재한다. 다만 토요타, 다임러, 지리, 아우디, 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UAM 사업에 뛰어든 현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UAM 이동수단을 출시한다고 해서 이윤을 충분히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제품을 공급할 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를 모색해야 하는 실정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0에 참석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소개하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모빌리티 서비스에 관한 역량을 지닌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에 관해 최근 성사한 협력 사례로 현대차와 우버 양사의 파트너십 체결 건이 꼽힌다. 양사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0에서 그간 함께 개발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우버와의 협력 과정을 통해 PAV 개발을 주도하고, 우버는 현대차 PAV를 활용한 도심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우버와의 협력 사례에서 기존 역량을 활용해 이동수단을 개발하는 점은 자동차 사업과 같이 제조사로서 역량을 발휘하는데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차는 전세계 제조사 가운데 처음 우버와 UAM 사업을 공동 수행함으로써 향후 우버의 서비스 노하우를 배타적으로 습득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현대차는 이어 이달 초 영국의 UAM 인프라 전문업체 어반-에어포트와 손잡았다. 어반-에어포트는 UAM용 수직이·착륙기 착륙시설(버티포트)을 설계·제작하는 분야의 노하우를 가진 기업이다. 현대차는 어반-에어포트와 UAM 인프라를 개발하는 등 하드웨어 분야 사업 뿐 아니라 향후 전세계에 UAM 인프라에 대한 실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UAM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로 ‘끊김없는 이동의 자유’를 달성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등 목적기반이동수단(PBV)에 탑승해 환승거점(허브)으로 이동한 뒤 UAM으로 갈아타고 다음 허브로 이동한 다음, PBV에 다시 올라타 목적지에 도달하는 등 모든 이동 과정을 혁신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동수단을 진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인류 공동체가 살아가는 터전을 변모시키려는 복안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이 거대한 규모의 청사진을 실현하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재 전략에 따라 2025년까지는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기간으로 삼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이동의 시간적 제약이나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사람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려고 한다”며 “이 같은 활동을 통해 활력 넘치는 인간 중심의 역동적인 미래도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플랫폼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은 여전히 나온다. 특히 도심항공물류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9월 UAM 사업부의 수장으로 영입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부사장. 출처= 현대자동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