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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옷 잘입는 비결

출근하는 옷차림에서 긴장감이 1도 보이지 않는다.

요즘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모 정당 국회의원의 옷차림에 대한 얘기다. 붉은 바탕에 흰색 무늬가 들어가 있는 원피스인데, 가뜩이나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이 모인 국회본회의에 참석한 차림이다 보니 보는 사람마다 입방아를 찧어댄다. 꼭 그렇게 지적하고 나서야 될 정도인가 하는 생각인데, 그게 이렇게나 며칠씩 언론에서 그리고 바쁘다는 국회의원들이 왈가왈부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대충 알아서 입으면 되는’ 정도로 생각하면 쉽지만 또 의외로 옷차림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2017년 어느 여름 금요일에 미국 의회에서도 ‘민소매 금요일’ 시위를 벌였다. 문제의 발단은 의회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여성 취재인들이 복장문제로 인해 거푸 건물 출입을 거부당한 데에 따른 항의 차원이었다. 출입이 거부된 여성들의 경우에는 민소매였거나 소위 샌달이라고 불리는 여성용 신발, 즉 발가락 부분이 트인 구두 등을 착용한 때문이었다.

사실 미국 의회의 규정에 남성은 코트와 타이를 착용할 것을 정해 놓고 있지만, 여성들의 경우에는 그냥 ‘적절한 의복’ 영어로는 appropriate attire로 밖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무엇을 입거나 입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소매가 없는 상의나 발가락이 나오는 구두는 암묵적으로 착용이 금지되어 왔는데, 이에 대한 강한 거부의 의사로 여성 의원들이 민소매 옷을 착용하고 시위를 벌인 것이다. 또,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11월 모 여성 의원이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의사당에 출근을 했다가 퇴장한 사례도 있었고, 영국에서도 복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한다.

‘적절한 의복’ 알고 보면 엄청 어려운 과제

이에 비해 훨씬 더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의 상황을 보자면, 여성 의원들이 정장 바지를 입는 것조차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90년대 후반에만 하더라도 여성 의원들의 경우에는 관례적으로 무릎까지 오는 치마 정장이 주를 이루었고, 모 여성 의원의 경우 15대 국회 당시에 처음 바지 정장을 입은 날에 대해서 ‘엄청나게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고 회고 하고 있을 정도다.

비단 국회만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무엇을 입으라고 딱히 가르쳐 주지는 않으면서도 입으면 안 되는 암묵적 합의는 계속 유지가 되어 왔다. 그런데 그 암묵적 합의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른 법이어서 어떤 곳에서는 통용이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또 다른 어떤 곳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으로 전락하고는 한다. 쉬워 보이는 듯 하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해 난처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 7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공무원들이 여론의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철에 정장차림은 업무 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이유였다. 시행 전에 경기도에서는 공무원의 반바지 착용에 대해 여론조사까지 실시했는데, 도민 1,621명과 공무원 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도민들은 81%가 그리고 공무원들은 79%에 이르는 많은 수가 찬성을 밝혔다.

하지만 시행한 지 불과 1년만에 여름철 반바지는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는데, 무엇보다도 대상 공무원들이 ‘입어도 되는 건 알지만, 실제로 입어도 되나?’하며 분위기를 보는 탓이라고 한다. 실시 초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참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겨우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이번 여름에는 그마저도 없어져 버린 것이다. 공무원들은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그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옷을 단지 형식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옷을 잘 입는 다는 것은, 행사 참여가 되었든지 아니면 일에 임하든지 간에 마음의 준비 상태를 나타내는 1차적인 상징이라 생각한다. 예전부터 예학이라는 것이 있었고, 상복을 1년을 입느냐 3년을 입느냐를 가지고 피 터지게 싸우기도 했다. 오늘 날에서 볼 때는 겨우 상복을 입는 것을 가지고 그렇게 왈가왈부 했냐 하겠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그 형식에 지배되고 있는 관념과 정신이 핵심이다.

몇 달 전에 모 취업사이트에서 직장인 1,529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이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실수’에 관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직장은 특히 상하관계가 있고 팀과 동료들의 관계에 기초하여 과업을 추진해 나가야 하는 전쟁터이지만, 처음 출전한 사회초년병들은 본의 아니게 자유분방한 사고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임이 분명하다.

모든 것이 다 용인될 것만 같은 신입사원들이라 하더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의외로 많았다. 업무 중에 친구들과 카톡을 하거나 엉뚱한 인터넷을 뒤지는 것과 같은 딴 짓이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27.5%가 답변을 하여 3위에 그쳤다. 그리고 상사 뒷담화를 들키거나 회의석상이나 그 밖의 자리에서 종종 범하는 말 실수는 그 보다 좀 더 높은 28.2%로 2위였다. 지시는 이렇게 했는데, 알아 듣지를 못해서 엉뚱하게 일을 한 경우도 17.3 정도였고, 분위기 파악을 못해서 저지르는 실수에도 23.2% 정도 밖에 답을 하지 않았고, 회식이나 술자리에서 저지르는 잘못된 행동에서도 16.2% 정도 밖에 응답을 하지 않아 관대했다.

직장인들이 손에 꼽는 첫 번째 실수는 근태나 복장과 같은 기본적인 예의에 대한 실수였으며, 무려 31.9%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신입사원들이 서툴러서 일을 잘 못해도,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해서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해도, 아니면 업무 중에 딴 짓을 해도 허용이 되지만, 복장이나 출퇴근 그리고 인사 잘하기 같은 기본적인 예의에 대한 것은 문제시하고 있다.

예전에 경영지원 담당 상무를 맡았던 선배의 얘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보수 중에서도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회사의 분위기 때문에 회사에서 여름철엔 ‘노타이’ 정책을 내 놓자, 모 경제지에서 보수 중에서도 보수적인 회사가 넥타이를 풀었다고 박스 기사까지 썼던 회사였기에 그로부터 몇 년 전 상황이었으니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답답함 그대로였을 것이다.

적어도 일하러 온 긴장감은 느껴지는 복장을

“잠바떼기 입고 오는 정신 머리로 무슨 회사 일을 하겠냐?”

당시가 2008년 정도 되었으니, 웬만한 개방적인 회사에서는 캐주얼 복장이 허용되고도 남았을 무렵이었지만, 내가 다니던 그 곳은 월화수목금 내내 넥타이와 정장차림을 해야만 했다. 나야 늘 외부 손님들을 만나야 했기에 넥타이와 정장은 스스로 선택을 하는 것이었지만, 다른 직원들은 매일 같이 그런 차림을 하기에 부담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경영지원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임원이었지만 나와는 막역한 사이였던 선배에게 슬쩍 한 마디를 던졌다.

“금요일에는 편한 점퍼나 면바지 같은 자유 복장으로 근무하는 것이 어떨까요?”

커피와 담배를 나누면서 한껏 편한 상황으로 유도하면서 나름 과하지 않게 슬쩍 꺼낸 한 마디에 돌아온 답변이 ‘잠바떼기’와 ‘정신머리’였다. 그 말에 뜨끔하여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갈 수도 없었다. 50대에 80년대 학번에 60년대 생 출신들인 586 세대의 기본적인 생각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괜히 직원들 편에 서서 한 마디 거들어 줄까 하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형식 논리에 지배당한 의식은 점차 바뀌고 있다. 넥타이를 풀었고, 정장 자켓을 버렸으며, 양복 바지에 대한 고집도 꺾었다. 지금은 반바지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룰이 있다. ‘일을 하러 가는 차림새’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러 가면서 정신적인 무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잘 때 입는 속옷 같은 면 티셔츠와 헐렁한 청바지 거기에 구겨 신은 운동화 차림이라면, 일에 대한 긴장감은 1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복장으로 출근을 했다면 이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판단은 누구나 동일할 것이다.

예전에 모셨던 분 중에 기억나는 또 한 여성이 있다. 소위 특수관계인이었는데, 커다란 개인 사무공간을 사용하고 있었고, 한번 출근하면 점심 식사 때 조차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윗분 중의 윗분이었다. 당시엔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웬만한 것은 메일이나 전화 지시로 대신하곤 했는데, 문서 결재 같은 경우에는 비대면에서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피치 못하게 그 방에 특히 여름철에 가면, 본의 아니게 시선을 엉뚱한 곳에 둘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은 자신의 기업이다시피 하기에 오랫동안 편하게 앉아서 일할 수 있도록 차림이었지만, 막상 앉아 있는 그 사람 앞에서 결재판을 들이밀면서 대하는 각도는 민망하기 그지 없었다. 민소매인 것도 문제였지만 목 둘레가 넓은 얇은 티셔츠는 차마 대하기 힘듦 그 자체였다. 허공을 보고 대화하거나 옆을 보고 대화할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의 일의 능률은 올라갈 지 몰라도 함께 일하는 능률은 차마 능률이라고 말을 꺼내기도 민망할 수준이었다.

업종에 따라 하는 일도 다르고, 회사 문화에 따라 허용되는 범주도 제각각 이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어느 조직 어느 사회에서나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은 공격 받기 쉬움과 같고, 일을 하기 위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일을 잘 할 것 같은’ 느낌의 복장이 남의 눈에도 보기가 좋다. 출근하는 복장과 휴일 날 집 근처 마트에 맥주나 사러 가는 복장이 같다면 그건 좀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그게 반바지든 원피스든 말이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8.11  07: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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