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이 미국에 비해 빠른 코로나19 확산 진정과 경기부양책 합의에 성공했다. 사진=EU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유럽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경기 및 증시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미국과 비교해 확연히 감소 중이고, 최근 합의된 7500억유로(약 1040조원) 규모의 EU 회복기금을 통해 친환경·디지털 산업 등 신(新)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브렉시트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함에 따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 회원국)은 큰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바로 이어진 코로나19로 또 한번 큰 경제적 피해를 받았다. 특히 전 세계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하늘길을 막으면서, 국가 경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에 대한 충격이 컸다.

유럽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5만명 수준의 신규 확진자가 이어지지만, 유럽은 확산 진정세를 보이며 단계적 경제 정상화를 나타내고 있다. 유로존 7월 제조업 PMI는 51.8을 기록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50선을 넘어섰다. 유로존 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우 7월 제조업 PMI 확정치가 51.0으로 예비치를 웃돌았다.

이미 유럽 증권시장은 이런 기대감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아직 연내 고점까지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하락 폭을 거의 만회했으며, 주요국과 주변국의 각 국채 스프레드도 100bp 가까이 줄었다. 아울러 미국 달러화 약세화까지 맞물리면서 유로화 가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 달러·유로화 환율은 지난 3월 1.07 달러에서 1.18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유로존의 회원국들은 각각 상이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일부 국가들로부터 촉발된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대됐음에도 국가 간의 입장 차로 인해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대응에 한계를 보여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은 과거 금융위기와 재정위기와는 달리 모든 회원국에 큰 경제적 충격을 줬다. 실물경제에서부터 시작된 위기는 가계·기업·금융시장에까지 번졌다. 이에 유럽의 국가들은 ‘EU 회복기금’이라는 공동 대응 마련에 성공했다. EU 출범 당시부터 지적돼오던 정책 조율과 재정 통합이라는 걸림돌이 넘어설 수 있는 선례가 생겼다.

아울러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의 리더십이 2010년대 들어 일부 감소한 영향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대외 수요가 둔화되면서 저성장 기조와 산업 고도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의 주력 수출품인 기계와 화학 관련 제조품의 생산지가 중국 등 신흥국으로 이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새로운 산업과 경제가 등장하게 됐다.

지난 7월 EU 27개국 정상은 긴 논의 끝에 회복기금 7500억유로(약 950조원)와 장기예산계획 1조740억유로(약 1500조원)를 최종 합의했다. 총 1조8240억유로(약 2550조원) 규모다.

이중 코로나19 피해국들에 대출과 보조금 형식을 지원되는 7500억유로 규모의 회복기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2008년 당시 금융위기에 따른 재정 지원으로 2000억유로(약 380억원) 였던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더 큰 규모다.

회복기금은 친환경과 디지털 발전의 정책 목표하에 집행이 이뤄진다. 전체 프로그램 중 30%가 친환경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된다. 디지털 관련 프로그램 또한 회복기금을 마중물로 활용해 인프라 구축에 집중 할 방침이다.

▲ 7500억유로 규모의 회복기금 내용

신한투자증권 김희원 연구원은 “유럽은 2010년대 들어 산업 고도화 속에 보호무역주의까지 가세하며 과거 영광을 안겨줬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의 한계를 확인했다”라며 “코로나19 위기로 구경제 중심의 산업구조를 전환할 기회가 찾아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희원 연구원은 “친환경 등 한 나라의 지속 가능성 정도를 측정하는 환경성과 지수에서 유로 내 국가들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신경제 선도국가가 되기 위한 기반은 마련돼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이 아직 경제 회복의 전환점을 지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KTB증권 임혜윤 연구원은 “EU 회복기금 통과로 인해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확대되고 있다”라면서도 “올 2분기 유로존 GDP는 전기대비 12.1% 감소(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감소)했다. 단순 비교이기는 하지만, 미국 GDP가 전기대비 9.5% 역성장보다 감소 폭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혜윤 연구원은 “실물경제 회복이 부재한다면 유로화 강세 또한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