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전자금융 수수료가 감소했다. 특히 2분기에는 수수료 하락폭이 더 커졌다. 일각에선 오픈뱅킹에 익숙해진 고객 수요 일부가 핀테크 서비스로 이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銀 2014년이래 전자금융 수수료 첫 감소…신한·우리銀도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 신한은행 그리고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그룹의 전자금융 수수료가 일제히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전자금융 수수료(Baking업무 수수료)는 올 상반기 1000억원이다. 이는 작년 상반기(1080억원)보다 7.4% 줄어든 규모다.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이 전자금융 수수료 이익이 감소한 것은 2014년 이래로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2014년 829억원의 전자금융 수수료 이익을 올린 후, 2016년 864억원, 2017년 931억원, 2018년 1027억원, 지난해 1080억원으로 전자금융 수수료 이익이 줄곧 늘어왔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743억원의 전자금융 수수료 이익을 올렸으나, 올해 708억원으로 줄었다. 한 해만에 4.7%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도 670억원에서 620억원으로 7.5% 줄었다.

올 2분기에 하락세가 더욱 두드진 것도 특징이다. 

국민은행은 올 2분기 전자금융 수수료로 4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520억원)보다 8% 줄고 전년 동기(547억원)와 비교해선 8.7% 감소한 수치다. 신한은행은 2분기 361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346억원) 대비 4%, 전년 동기(379억원)보다 줄었다. 두 은행 이 통상 1분기보다 2분기때 더 많은 전자 금융수수료 이익을 올려왔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 오픈뱅킹 시행 후 펌뱅킹 수수료 변화. 출처=금융위원회
"오픈뱅킹 후 10분의 1로 줄어든 펌뱅킹 수수료 영향" 

올해 상반기 전자수수료 이익이 감소한 데는 오픈뱅킹 시행이 주된 이유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펀드 수수료나 외환 수수료 등 전자금융 수수료 이외 수수료가 감소한 것에는 사모펀드 사태 여파가 컸다"고 말했다.

수수료 이익은 은행의 비이자이익 중 하나로, 펀드수수료, 신탁수수료, 외환수수료, 방카슈랑스 수수료, 전자금융수수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시중은행 대부분은 올해 상반기 수수료 관련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체 등 전자금융 수수료 감소는 코로나19 사태로 이체 수수료가 아까워 고객들이 이체를 줄였다고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라면서 "지난해 말 오픈뱅킹을 전면 시행하면서 핀테크 기업들에 수수료를 낮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오픈뱅킹은 핀테크 기업, 타 은행 등 제3자에게 은행 고객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지급결제 기능을 개방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오픈뱅킹을 전면 시행했다. 핀테크 기업이 은행 결제·송금망을 자유롭게 쓰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도록 하는 것이 정부 목표였다. 그래서 핀테크 기업이 은행에 낼 수수료를 낮춰줬다.

고객이 핀테크 업체를 통해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업체는 은행 전산망이 송금 업무를 대행해주는 대가로 펌뱅킹 수수료를 지불한다. 

정부는 건당 400~500원 정도였던 이 수수료를 오픈뱅킹 적용과 함께 10분 1인 50원 수준으로 줄였다. 월 조회건수 10만건 이하인 중소형 핀테크 업체에는 더 큰 폭으로 수수료를 줄여줬다. 은행권에서 "'당근'도 없이 은행 몫을 핀테크 업체에 떼어주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2분기 수수료 감소 폭이 커진 것에 대해선 "오픈뱅킹이 활성화되면서 기존 은행계좌 이체방식을 이용하다 간편송금 핀테크 기업으로 옮겨간 수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금이체를 하려는 고객들이 핀테크 업체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은 것은 은행권이 디지털 혁신와 마케팅을 통해 풀어야할 숙제다. 은행들이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오픈뱅킹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핀테크로 쏠리는 경향이 심화되고 이는 추가적인 수수료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결제원이 지난달 발표한 '오픈뱅킹 도입성과와 발전방향'에서 은행·핀테크 기업 고객 오픈뱅킹 이용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6월 기준 은행 오픈뱅킹 이용자는 오픈뱅킹을 대부분 잔액 조회 용도(이용현황, 84.5%)로 사용한다. 출금이체를 위해 오픈뱅킹을 이용하는 경우 3%에 그쳤다. 반면, 핀테크 이용자는 대부분의 경우(82.5%) 출금이체를 위해 오픈뱅킹을 활용한다. 

한편,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오픈뱅킹 가입자는 4096만명(중복 포함)이다. 이 가운데 은행 오픈뱅킹 가입자는 21%(850만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