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H인더스트리얼코리아가 지난 4월 출시한 대형 밴 이베코 뉴데일리. 출처= CNH인더스트리얼코리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올해 한국 진출 28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상용차 브랜드 이베코가 여러 수입사를 거치는 등 격변기를 보내면서도 탄탄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수입 상용차 업체 가운데에선 가장 낮은 판매량을 줄곧 기록하고 있어 고민이 크다. 이베코는 한국 사업을 꾸준히 이어갈 의지를 공고하고 있는 가운데 차량 라인업을 확장하고 브랜드 가치를 회복·강화하는데 주력해나갈 방침이다.

이베코의 국내 수입 상용차 시장 점유율은 최근 3년 간 4~5%대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이베코는 2016~2018년 기간 국내에서 완성차를 186대(4.1%), 174대(4.0%), 217대(5.6%)씩 판매해왔다. 

다만 같은 기간 이베코 판매 실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덤프트럭의 실적은 149대, 82대, 38대로 갈수록 급감했다. 타사가 해당 기간 덤프트럭 실적을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이베코의 시장 점유율은 집계되지 않았다.

이베코를 운영하고 있는 CNH인더스트리얼코리아(이하 CNH)가 지난 2015년 출범한 뒤 그간 경영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도 저조한 실적이 반영된 모양새다. 이베코의 경쟁사인 볼보트럭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그룹, 다임러트럭코리아 등 4개 기업은 모두 최근 수년 또는 십수년간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왔다. 이들 4개 기업은 국내 외부감사법상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임에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경영 현황을 공개해왔다.

이러한 조치를 두고 업계에서는 CNH가 타사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시장에 낱낱이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이베코의 약한 시장 입지를 부각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용차 업계에선 이베코의 판매량이 경쟁사에 비해 낮은 이유로 악화한 브랜드 이미지를 꼽는다. 이베코는 한국지사 출범 전까지 국내 총판사가 수차례 바뀌며 불안정한 경영 기조를 보여왔다. 한라중공업이 지난 1992년 이베코의 대형 덤프트럭 상품을 수입함으로써 브랜드의 한국 업력이 시작됐다. 하지만 1997년 한라중공업이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부도남에 따라 이베코 차량의 수입은 중단됐다. 이후 2001~2003년 ㈜한국상용차, 2004~2010년 LG상사, 2011~2013년 CXC코리아 등 기간마다 다른 총판사가 이베코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각 총판사는 실력 부족, 업계 불확실성 등 요인 때문에 이베코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손 뗐다.

이베코 차량을 유통하는 업체가 수시로 바뀐 점은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투입되는 영업 역량의 부실화로 이어졌다. 한 누리꾼의 전언에 따르면 대형 트럭 상품의 사이드미러 1개를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이 4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훌쩍 뛰어오르기도 하는 등 일관성없는 가격 정책을 비롯한 고객 서비스의 부실성도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 지난 2015년 6월 이베코 광주센터에서 이베코 한국지사인 CNH인더스트리얼코리아의 출범식이 진행되는 모습. 출처= CNH인더스트리얼코리아

이베코는 CNH에 의해 운영되기 시작한 뒤 차량부품 가격이나 고객 서비스 등 측면에서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시장 판도를 뒤엎을 만한 계기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베코는 차량 성능으론 고객들로부터 주로 호평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누리꾼들이 보배드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에는 이베코 차량의 승차감, 구동력 등 부분에서 양호한 상품성을 경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CNH인더스트리얼코리아가 국내 판매하고 있는 이베코 차량 라인업. 출처= CNH인더스트리얼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베코는 올해 브랜드 인지도를 개선하는데 마케팅 활동의 초점을 맞췄다. 주요 계획 가운데하나로 미디어 관계자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차 테스트 드라이빙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객 접점을 강화하고 마케팅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선책을 강구하고 있다. CNH는 이밖에 신차 출시 시점도 계속 저울질하고 있다. CNH는 2015년 출범 당시 적극 피력했던 한국 사업 의지를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코라이 커서노그루 CNH인더스트리얼 동남아 본부 이사는 2015년 6월 한국지사 출범 기념식 현장에서 “CNH인더스트리얼은 결코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판매·서비스망은 물론 마케팅 측면에 대한 한국 투자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CNH인더스트리얼코리아가 지난해 12월 개소한 이베코 인천 전시장. 출처= CNH인더스트리얼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