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그룹의 항해지원시스템(HiNAS)이 적용된 SK해운의 초대형 광석 운반선(VLOC) 케이호프(K.Hope)호. 출처=현대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스마트 선박을 둘러싼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차세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술력을 끌어올려 초격차 조선강국으로의 재도약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 선박 관련기술이 실제 선박에 도입되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경쟁도 한층 속도전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현대重, 스마트선박솔루션부터 AI 활용한 하이나스까지

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 선박을 건조한데 이어, 2017년에는 업계 최초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 경제적·안정적 선박 운황과 관리를 지원하는 통합스마트선박솔루션(ISS)을 개발하며 스마트 선박 생태계를 마련했다. 

ISS는 항해사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항해 방법을 표준화하고 운항 정보의 실시간 수집과 분석을 통해 운항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통해 화물창의 온도와 압력은 물론 용기의 진동에 따라 액체가 떨리는 슬로싱 현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선박솔루션을 300척이 넘는 선박에 탑재할 정도로 해당 분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업계 최초로 ISS와 고효율 연료공급시스템(하이에스가스·Hi-SGAS)이 적용된 LNG선을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 현대중공업의 항해지원시스템(하이나스·HiNAS) 실행 화면. 출처=현대중공업

올해 1월에는 독자모델인 힘센엔진에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기존보다 10% 이상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내는 선박운전최적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으며, 5월에는 카이스트(KAIST)와 공동개발한 첨단 항해지원시스템 ‘하이나스(HiNAS)’를 SK해운의 25만톤급 벌크선에 탑재하기도 했다. 실제 운항 중인 대형선박에 해당 기술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나스는 인공지능(AI)이 선박 카메라 분석을 통해 주변 선박을 자동으로 인식해 충돌위험을 판단하고, 이를 증강현실(AR) 기반으로 항해자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야간이나 해무 등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 장애물의 위치나 속도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제공한다. 

최근에는 ISS에 하이나스를 결합하는 한편 최근 개발을 마친 이접안지원시스템 ‘하이바스(HiBAS)’까지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하이바스는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를 활용해 주차, 출차 시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선박의 부두 이안과 접안 시 주변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주사가 KT와 손잡고 디지털 인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한층 기대된다. 

대우조선해양, FSRU 특화 스마트 선박 솔루션 개발 

대우조선해양도 스마트 선박 기술 개발과 적용에 매진 중이다. 2018년 7월 업계 최초로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스마트십 사이버 보안 상위등급을 인증 받은 바 있으며, 세계적 엔진업체인 독일 MAN-ES사, 스위스 WinGD사 등 디지털 선박엔진 솔루션 개발을 위한 기술협약을 맺는 등 스마트십 기술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이 두번째로 인도한 HMM사 초대형컨테이너선 ‘에이치엠엠 코펜하겐’호의 운항모습. 출처=대우조선해양

지난해 9월부터는 HMM(구 현대상선)과 협력해 스마트 선박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양사는 사물인터넷 기반 리얼타임 서비스 연구, 선대 운영을 위한 육상플랫폼 연구, 선박 자재창고 자동화 시스템 개발, 경제운항 솔루션 개발 등의 과제를 공동으로 연구한다. 

아울러 올 2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 LNG 운반선단을 보유한 일본 MOL과 손잡고 ‘스마트 LNG-FSRU(부유식 LNG 저장 재기화 설비)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LNG-FSRU'는 육상터미널 건설 등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이른바 떠다니는 LNG 터미널로 불린다. 이를 통해 LNG 기술 명가의 저력을 또 한 번 입증해 낸다는 전략이다.

올해 5월에는 독자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DS4(DSME Smart Ship Platform)를 HMM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에 탑재해 이목을 끌었다. 이 솔루션은 선주가 육상에서도 항해 중인 선박의 메인 엔진, 공조시스템(HVAC), 냉동컨테이너 등 주요 시스템을 원격 진단해 선상 유지·보수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 최적 운항경로를 제안해 운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설치됐으며 개방형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플랫폼’을 활용하면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쉽게 연결해 호환할 수 있다.

▲ 대우조선해양 시흥 R&D센터에서 회사가 독자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DS4’를 시연하고 있다. 출처=대우조선해양

또 운항 중인 선박의 각종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해킹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기술도 눈에 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영국 설계 인증기관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스마트십 기술과 선박 사이버 보안 인증 상위등급(AL3)을 획득했으며 최근에는 국내 최고 IT보안업체 안랩(AhnLab)을 통한 보안성 검증을 거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고 디지털 항만으로 평가받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향후 3년간 스마트선박-항만, 자율운항선박-항만 연구를 진행하는 협약을 맺었다. 특히, 연구기간 동안 양사는 독점적, 전략적 파트너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자율운항선박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重, 에스베슬 바탕으로 세계 최초 스마트 셔틀탱커 인도

삼성중공업은 고부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경제운항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고 다수의 선박에 실제 적용한데 이어 2017년에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SVESSEL)을 출시했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최초 스마트인증 셔틀탱커의 모습. 출처=삼성중공업

에스베슬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선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정보통신기술로 통합 관리해 선박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항을 지원한다. 또한 연료 소모량 절감이 가능한 최적 운항 계획 수립, 실시간 장비상태 감시 및 고장 진단, 육상 원격관제기능 등 다양한 솔루션이 포함돼 있다. 이 기술은 미국선급협회(ABS)와 로이드로부터 사이버 보안 인증을 획득해 기술 검증을 받기도 했다. 에스베슬은 2018년부터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모든 선박에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SK텔레콤과 손잡고 5G 기반 자율·원격 모형선박 이지고(Easy go) 시험 운항에도 성공했다. 해당 운항에서는 원거리에서 목적지 정보만 입력하면 모형선박이 주변 장애물을 인지하고 이를 피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자율 운항 기술과 직접 제어가 필요한 경우 5G 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선박을 원격 운행하는 기술 검증이 이뤄졌다. 5G 통신 기술을 활용해 선박의 자율·원격 운항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필요한 연구 환경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어 올 5월에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 선박 인증을 받은 15만톤급 셔틀탱커 이글 페트롤리나를 인도하기도 했다. 해당 선박은 셔틀탱커로서는 세계 최초로 노르웨이·독일 선급인 DNV GL이 공식 인증한 스마트 선박이다. 

▲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대전) 내 원격관제센터에서 자율운항 중인 모형선박 'Easy Go'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거제 조선소 주변 및 장애물을 확인하는 모습. 출처=삼성중공업

해당 선박은 에스베슬을 통해 최적의 연비를 낼 수 있는 운항 경로, 엔진 출력 및 선박 기울기 등의 정보를 제공받고 연료 소비량, CO2 배출량과 같은 운항 정보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육상 관제실에서도 선박 운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은 스마트 선박 기술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에스베슬 고도화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엔진 기술업체인 독일 MAN-ES과 스마트십 선박용 엔진 기술개발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6월부터는 노르웨이 선급인 DNV GL과 2022년까지 승선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신 자율운항선박 기술 확보를 목표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