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대한 전반기를 평가하고, 후반기 추진정책을 추가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성과점검 및 해운정책 운용방향을 12일 발표했다.

해수부는 앞서 지난 2018년 4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투자·보증을 활용해 2020년까지 벌크선 140척과 컨테이너선 60척 등 200척 이상의 신조 발주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최대 국적 선사인 HMM(구 현대상선)을 100만 TEU급 글로벌 10위권 원양 선사로 키워 해운산업 재건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같은 해 7월 해운기업의 안정적인 선박 확보와 경영지원을 전담하는 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했다. 지난 2년간 49개 해운기업에 총 4조2830억원을 지원한 결과, 한진해운 파산 이후 비교해 매출액은 29조원에서 37조원, 선복량은 46만 TEU에서 65만 TEU, 지배선대는 7994만t에서 8535만t으로 회복됐다.

해수부는 또한 해운재건 목표 중 하나였던 안정적인 화물 확보를 위해 ‘우수 선화주 기업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선사와 화주 간 공생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주요 화물의 적취율이 한진해운 파산 이전 수준 이상으로 개선됐다. 또 공기업 벌크화물 운송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종합심사낙찰제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낙찰율이 10% 이상 개선됐다.

이와 함께 국적 컨테이너선사 간 협력체인 한국해운연합(KSP)의 협력을 바탕으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통합해 세계 20위권 연근해 컨테이너선사로 도약했다. 매출 12.9% 증가와 영업이익 2019년 상반기 100억원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 146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또한, 3차례에 걸친 아시아항로 구조조정을 통해 총 13척의 공급을 조절해 국적선사 간 과잉경쟁을 줄였다.

특히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서 목표한 선박 200척 중 올해 7월까지 164척(107억4000만 달러 추정)의 선박을 발주해 해운·조선산업 간 상생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해수부는 기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보완해 오는 2025년에 해운 매출 51조원, 지배선대 약 1억톤,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20만TEU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해양진흥공사 중심의 지원 강화 ▲컨테이너선사 경영혁신 지원 ▲해운산업 지원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우선 해수부는 선주회사가 선박을 소유하고, 선사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임대해 선사가 선박 소유에 따른 금융부담과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문제를 완화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선박 매입 후 재대선(S&LB) 사업에 운용리스 사업을 추가하고, 중장기적으로 선사·조선사·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리스전문 선주회사(Tonnage Provider) 설립을 추진한다. 선사의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선박 투자가 가능한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또한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 해운기업에 유동성을 긴급 지원해야 할 때 예외적으로 신용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공사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선진 해운조세 제도(선박 가속상각) 도입 타당성을 검토해 신조 발주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독자 운임지수 개발, 선가 변동 데이터베이스 등 선박거래 정보제공, 종합 컨설팅사업 추진 등을 통해 국적선사의 역량 강화 및 위험요소 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선사의 경영혁신을 지원한다. 그 결과 국적 해운기업인 HMM이 오는 2022년 실적을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실적 모니터링 및 상시 평가를 위한 과학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현재 59만TEU 수준의 컨선 선복량을 2022년에 100만 TEU까지 확대해 미주 동안, 남미, 중동 등 신규항로도 개척한다.

또 해외 물류시설 확충과 육상운송 투자 확대를 위해 중국에 컨테이너 장치장을 확보하고, 미국 철도운송 기업과 협력해 미주 내륙운송 서비스를 강화한다. 유럽 내 트럭·항공 연계운송 서비스도 개발한다.

세계 해운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국적 컨 선사들이 세계적인 선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국적선사 간 ▲K-얼라이언스 구성 ▲공동운항법인 설립 ▲전문영업법인 설립 ▲자율적 인수·합병 등 4가지 협력방안을 제시하고,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선박금융, 컨테이너 박스 등 필수영업자산 및 운전자금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해수부는 선원이나 해외 물류와 같은 해운산업 지원 인프라를 강화한다. 이에 따라 선원에게 해외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년 해기사를 대상으로 유럽 등 해외선사 승선실습을 지원한다. 지난해 10월 부산에 설립한 APEC 선원네트워크(SEN)를 통해 아·태지역 선원들을 위한 국제 승선실습사업도 돕는다. 또 원격 의료서비스 확대, 재해선원 보상 현실화, 실습선원 권리 보장 등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철저히 준수되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외 물류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항만공사 등을 중심으로 신남방 유망항만인 베트남, 방글라데시와 유럽 거점 항만인 네덜란드, 스페인에 대한 인프라 투자펀드와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또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유턴기업)을 항만배후단지 입주 가능 업종에 포함하고 가점을 부여해 배후단지 활성화도 유도하기로 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전반기는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해운산업 위상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면, 후반기에는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해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남은 계획기간 동안 오늘 발표한 해운 정책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HMM이 21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한 것과 관련해 정부 노력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라고 전했다. 

문 장관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이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HMM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 가시적인 결과가 21분기 만에 영업이익을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1분기 영업이익이 났다고 해서 완전한 경영정상화가 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것을 마중물 삼아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국적 원양선사 육성에 매진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