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서민(庶民)은 권력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힘든, 말 그대로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런 서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서민을 위해 마련했다는 부동산 대책 때문이다. 

시련의 시작은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등의 관련 법안이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통과한 데서 불거졌다. 정부는 서민을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많은 학계 및 전문가, 일반 국민들까지 부작용을 우려했다는 점을 간과했다. 아직 결과를 논하기에 이른 시기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의 상황에서는 서민의 안정적인 주거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한국감정원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8월 첫 주 0.17% 오르면서 무려 58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우려대로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증거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전세 매물도 씨가 말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살펴본 서울의 전세 거래량은 올해 7월(3892건) 기준 전년(1만196건)대비 무려 38% 급감했다. 이는 정부의 7.10대책으로 인한 보유세 부담과 임대차3법 시행에 따른 것으로, 특히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인 ‘8.4대책’ 역시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총 26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대책으로 새롭게 13만2000가구가 더 추가 된 것이다. 특히 도심 내 군부지와 공공기관 이전부지, 유휴지 등을 이용해 물량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이 중에서도 공공재건축 물량과 관련해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재건축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늘리고, 층수도 50층까지 높이자는 내용이 골자인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보니, 늘어난 물량의 최대 70%를 기부 채납해야 한다.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을 위해 재건축 단지들이 환영할리 난무하다. 지자체와의 소통 부족 역시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표준 임대료’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표준 주택을 선정해 기준이 되는 임대료를 법으로 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즉 정부가 임대료까지 직접 컨트롤 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시장은 또 다시 술렁였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법으로 정한다면 오히려 서민층의 피해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속전속결이 문제해결의 능사는 아니다. 코로나19로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 요소는 의(衣)·식(食)·주(住)다. 이 중 서민들의 주거 생활은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더욱 불안해졌다. 정말 서민을 위한 대책 마련이 목적이라면 여유를 갖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보다 안정적이고 충격을 최소화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