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 바. 출처=pixabay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금값이 4일 연속 하락하면서 제동 걸렸다. 당초 금값은 코로나19 2차 팬데믹 우려와 달러화 약세, 더딘 실물경기 회복 등으로 인해 매수 과열양상까지 보였다. 특히 시장에서는 온스당 3000달러까지 전망하며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그러나 지난 12일 장중 최고가(6일) 대비 9.9% 급락하며 전반적인 매수세에서 매도세로 전환했다.

금값, 그래도 온스당 2000달러 간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금값은 전일 대비 2.30달러(0.11%) 오른 온스당 1934.90달러로 마감했다. 폭락 이후 반등, 다시 폭락에 이어 반등을 거치고 있다.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탄 금값이 불과 일주일만에 큰 변동성을 지니자 매도·매수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아직까지 ‘건강한 조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값은 실질금리와 역(逆)상관관계를 지닌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추가 경기 부양책 협상 재개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돼 실질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실질금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 미국 10년 만기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 금리가 연초 0.15%에서 지난 6일 -1.08%까지 하락했다가 11일에 0.99%까지 반등했다.

또 미국의 양호한 경제지표 발표가 잇따른 점도 금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미국은 7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가 전월 대비 146만2000명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또 7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7% 상승한 202.7pt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 국제 금값(온스당 달러). 출처=네이버금융

금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코로나19도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코로나19가 여전히 글로벌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장기화되고 있지만, 신규 확진자 수로 국한해서 살펴보면 7월을 기점으로 절대 수가 줄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 승인이 발표된 점은 지난 11일 금값 급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백신에 대한 유효성 검증은 남아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차익실현 욕구와 선물거래 증거금 인상 등도 금값 하락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금은 이익이나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아 절대 밸류에이션을 통한 적정 가치 산정이 어려운 자산이다. 그러나 단기 가격 상승을 이끌어 역사적 최고점까지 도달한 금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금 선물거래 증거금을 기존 9750달러에서 10320달러로 6.9% 인상해 지난 11일 금값 폭락의 폭을 키웠다.

신한금융투자 박광래 수석연구원, 한세원 연구위원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추가 경기부양책 발표와 달러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또 다른 상승 요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박스권 가격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박광래·한세원 연구원은 단기간 코로나19 종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 금에 대한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들은 “단기간 숨고르기 이후 연내 온스당 2000달러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값 상승 급제동 변수 ‘코로나19 백신’

지난 11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각회의에서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고 밝히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고했다. 임상 3상을 통과하지 않아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남았지만 파장은 상당했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렸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러시아 백신 성공의 진위 여부를 떠나 백신 개발 소식에 급락한 금값은 향후 금융시장 흐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백신 개발 성공이 안전자산 수요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유동성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 정부 당국자들에 의해 올 연말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졌다. 코로나19 백신 출시에 따라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기 정상화 기대가 커질 전망이다. 실제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 백신 승인을 전제로 2021년 미국 GDP 성장률을 기존 5.6%에서 6.2%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러시아 발표에서도 금값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처럼 ‘효과가 검증된’ 코로나19 백신은 과하게 증가한 유동성을 축소해 변동성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적인 마이너스 금리 카드가 남아있지만,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오히려 금리를 높여 유동성을 조일 가능성이 크다.

박상현 연구원은 “금 및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주식 등 위험자산에도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라며 “그러나 주식 등 위험자산의 경우 유동성 축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백신 출시가 경제 펀더멘탈 회복 속도를 가속화시킨다면 유동성 축소 리스크를 상당 부문 희석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상현 연구원은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가격과 펀더멘탈간 괴리현상이 확대된 상황에서 백신 개발이 반가운 뉴스지만 한편으로 각종 자산 가격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이 유동성 흐름과 자산 가격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