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액면분할은 기업의 가치를 변동시키는 않지만 고가의 주식을 쪼개는 것이기 때문에 자금이 적은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출처= Finwaz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애플과 테슬라가 주식을 분할해 주당 가격을 낮추기로 결정한 가운데, 아마존, 치폴레, 넷플릭스도 액면 분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500달러가 채 안되지만 아마존(3312달러)과 치폴레(1237달러)는 네자릿 수 가격이다.

애플은 이달 말까지 4대1 분할거래를 완료해 현재 약 460달러의 주당 가격은 115달러 선에 거래될 것이다. 현재 1887달러인 테슬라의 주가는 5대 1 분할이 이루어지면 377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다.

주식 액면분할은 기업의 가치를 변동시키는 않지만 고가의 주식을 쪼개는 것이기 때문에 자금이 적은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애플과 테슬라의 액면 분할은 비싼 가격 때문에 접근하지 못했던 일반 투자자들이 구입하기에 더 저렴하게 만들 것이다.

파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같은 크기로 8조각으로 자르던 것을 16조각으로 잘라도 2개를 먹는다면 8조각 중 한 조각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애플과 테슬라의 주가는 분할을 발표한 이후 모두 급등했다. 이에 따라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비슷한 고가의 주식들도 곧 분할을 시도할 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투자 사이트 옵션스윙(OptionsSwing)의 관리자이자 작가인 대니얼 베탕쿠르는 "주가가 높은 기업들이 분할 대열에 합류한다면 주가는 훨씬 더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논리적으로는 주식을 분할해도 기업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장에서 논리적인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액면 분할 회사 늘어날 것

베탕쿠르는 기업들이 로빈후드 같은 앱을 이용하는 젊은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싶어하기 한다고 말한다. 밀레니얼과 Z세대 거래자들은 대부분 가격이 높은 주식을 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현재 주당 3,31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사업이 주력인 아마존은 1999년에 주식을 분할하지 않았다. 반면 현재 주가가 500달러를 밑도는 넷플릭스는 지난 2015년에 7대 1 액면 분할을 단행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현재 주가는 1500달러를 넘는다. 구글은 지난 2012년에 2대 1 주식 분할을 발표했다. 그러나 알파벳은 단순히 액면 분할한 것이 아니라 의결권이 없는 C등급 주식을 새로 발행했다. 기존 보통주 1주를 보통주 1주와 의결권이 없는 1주로 분할하고, 이 무의결권 주식의 표기는 기존 보통주(GOOGL)와 달리 GOOG로 구분된다.

▲ 올 들어서만 350% 이상 급등하며 한 주 가격이 1900달러까지 치솟은 테슬라는 이달 안에 5대 1액면 분할을 단행할 예정이다.     출처= 구글

이들 잘 나가는 S&P 500 블루칩 주식들 외에 온라인 여행예약 서비스 회사 부킹홀딩스(Booking Holdings), 멕시칸 푸드 프랜차이즈 치폴레(Chipotle), 온라인 자동차 부품업체 오토존(AutoZone) 등도 주가가 1000달러를 넘는 액면 분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이다.

건축자재 회사 셔윈윌리엄스(Sherwin-Williams),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엔비디아(Nvidia), 어도비(Adobe), 도미노(Domino's), 코스트코(Costco), 홈디포(Home Depot), 페이스북 같은 세자릿 수 주가의 회사들도 액면 분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자산운용사 파인브릿지(PineBridge)의 글로벌 멀티어셋 팀장 마이클 켈리는 "개인 투자자(Retail Investor)들이 오랜 공백 끝에 점차 주식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분할은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관습입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주가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대형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연기금 같은 큰 손들은 개별 주가에 관계없이 기업의 기대수익과 매출증가 잠재력을 나타내는 평가 지표를 바탕으로 거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기업의 잠재 수익보다 현 주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장기적인 투자 관점은 아닙니다.”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계속 있다면 굳이 분할할 필요가 없을까?

주가가 높은 기업들이 모두 앞다퉈 주식 분할에 나설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개인 투자자들이 아마존 같은 고가 주식 한 주를 살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로빈후드 같은 많은 온라인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의 일부만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소위 ‘소분 거래’(small portion)를 시작했다.

자금이 많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은 기업의 개별 주식을 직접 매입할 필요 없이 고가의 FAANG 주식에 접근할 수 있는 수동형 투자(passive investing) 방식인 ETF를 매입하는 방식도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금융자문회사 BTIG의 주식 및 파생상품 전략가 줄리언 에마누엘은 "수수료 없는 온라인 거래와 소액 투자가 가능한 소분 거래의 확산은 주식 액면가 가치를 무관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제 어느 회사의 주가가 높더라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 아마존은 올해 거의 80% 상승했고, 애플도 55% 이상, 치폴레도 45% 급등했다.

그리고 테슬라. 이 회사의 주식은 올 들어서만 350% 이상 급등하며 한 주 가격이 1900달러까지 치솟았다.

앨리인베스트(Ally Invest)의 린지 벨 투자전략가는 주식 분할에 관한 최근 보고서에서 "요즘 투자자들은 주식 한 주를 사는 것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말했다.

“고가의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일종의 명예의 배지가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