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갈등 및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따른 반작용으로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 빠져나가고,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자 각 국이 리쇼어링을 포함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치솟는 인건비와 정치 및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2010년대 초반부터 이미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중이었다. 여기에 미중 갈등 및 코로나19를 바탕으로 사실상 예정됐던 미래인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생각보다 거칠고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 간극에서 중국의 묘한 속사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디지털 경제로의 속도전에 나선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물어가는 세계의 공장, 중국

중국은 오랫동안 낮은 인건비를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 활동했다. 소위 선진국들이 환경오염 우려 및 높은 인건비 등으로 제조업 일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상황에서 중국이 빠르게 하위 제조업 라인의 자리를 꿰찼다는 뜻이다.

변화는 2010년대부터 시작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대부터 조금씩 인건비가 올라 평균 임금 상승률이 15% 수준에 이르렀고, 2014년에 이르러 미국의 생산비용이 100이라면 중국은 96에 이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리쇼어링 현상이 벌어진 이유다. 한국 기업들도 해외에 구축한 생산기지 1위는 오랫동안 중국이었으나, 2012년 그 자리는 베트남이 차지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미국은 세계의 공장 중국을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당장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법인인 베이커맥켄지와 홍콩 컨설팅입체 실크로드어소시에이츠가 공동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중국이 지난해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22%로, 전년 대비 무려 3%p나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컴퓨터 생산은 2018년 49%를 기록했으나 2019년 45%로 하락했고 의류와 가구 등 많은 제조업 비중도 하락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공급망이 일시적으로 셧다운되는 현상이 벌어지자 각 국에서는 ‘중국에 제조 공급망 대부분을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까지 번졌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에 속도를 내며 대만의 TSMC 미국 공장 증설을 끌어낸 배경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철수도 빨라지고 있다. 애플의 위탁제조사인 폭스콘은 중국에 더 이상 제조역량을 의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도 속속 중국 제조업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중이다.

대안시장, 인도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활동했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위세가 꺾이고, 최근 미중 갈등 및 코로나19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생명력은 고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각 국이 중국 대신 주목한 곳은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과 인도다.

특히 인도의 부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16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인도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중국에 필적할 수 있는 거대한 노동력을 보유한 나라인데다, ICT 기술력이 발달되어 최첨단 제조 인프라를 갖추기 제격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과 인도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에 따라 각 국의 기업들이 속속 인도를 찾는 이유다.

이미 노이다 공장 등을 통해 인도를 생산거점으로 삼은 삼성전자가 현지에 추가 제조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인도 매체인 이코노믹타임스나우는 18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향후 5년간 약 47조4320억원을 투자해 현지 휴대폰 제조시설을 건설하겠다는 의향서를 인도 정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 약 3억20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으며, 노이다 공장에서는 1억대 수준이 생산되는 중이다. 여기에 베트남 라인을 옮기는 방식으로 추가 투자에 들어갈 경우 인도에서만 2억50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인도 정부가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지난 4월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인건비, 또 거대 내수시장을 가진 인도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물론 폭스콘 등 22개 해외기업들이 인도 정부의 PLI 정책을 신청한 가운데, 향후 인도가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중국의 칼, 디지털

세계의 공장 중국이 무너지고 있으나, 중국에게도 ‘무기’는 있다. 바로 디지털 경제다.

중국 정부는 이미 스마트제조 2020을 바탕으로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단행,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및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의 제조업 일반 패러다임을 디지털로 바꾸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의 산업발전전략 및 정보통신기술을 수립하는 공업신식화부의 싱크탱크인 중국신식통신연구원(CAICT)이 지난 7일 수치로 보는 중국경제발전백서를 발표한 가운데, 중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가 지난해 기준 35조8000억위안(6122조87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 GDP 대비 무려 36.2%의 비중이다.

중국의 경제가 빠르게 디지털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나)는 “중국 정부는 현재 5G,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산업인터넷 등 분야를 ‘신형 인프라(SOC)’로 지정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스마트 공장 및 로봇,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극적인 변신을 끌어낸 기본토양은 세계의 공장, 즉 ‘메이드 인 차이나’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대안을 물색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가 큰 역할을 했다. ‘겪어보지 못했던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리며 중국이 언젠가는 걸어가야 했을 온라인 기반 디지털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닥쳐왔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궈 핑(Guo Ping) 화웨이 순환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선전에서 열린 '선전을 밝혀라: 5G 스마트도시 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연결성,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보급형 인공지능 등 5대 기술 영역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선전을 세계적 5G 스마트도시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제조업 거점 중 하나인 선전에 스마트도시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궈 핑 순환회장은 “스마트도시에 요구되는 5G 기반 지능형 네트워크는 도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유닛(Unit) 단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실시간 감지 및 피드백을 지원해야 하며 시스템은 다양한 산업 및 정부 기관에서 수집되는 데이터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 또 광범위한 데이터의 인터랙션을 단일 네트워크에서 관리해 통합된 지방정부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및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방정부의 지식을 중앙정부로 공유, 정부기관이 관련 기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더욱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화웨이는 5대 기술 영역을 통합해 중국 선전을 글로벌 디지털 쇼케이스 도시로 만들 계획“이라 말했다.

중국의 디지털 경제 전략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분위기다.

다만 중국이 디지털 경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했으나, 문제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고 제어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태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측면에서 디지털 경제를 추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당장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세계의 공장에 대한 완전한 미련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거칠게 충돌하는 가운데, 중국의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지난 18일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 직원 환영행사에서 미중관계를 두고 ‘욕화중생(불 속의 고통을 견디고 새로 태어난다)으로 묘사하며 관계복원에 대한 희망을 내비친 이유다.

▲ 궈 핑 화웨이 순환회장. 출처=화웨이

한국판 뉴딜의 숙제

한국 정부도 지난 7월 14일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선언했다. 사회 안전망을 갖춘 상태에서 디지털과 그린, 즉 녹색성장을 바탕으로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각오다. 

2020년은 대전환 착수기다. 즉시 추진이 가능한 사업과 경제 활성화 작업이 병행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디딤돌 마련기며 제도게선 및 민간투자로 새로운 경제 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골자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대전환 착근기로 분류된다. 새로운 성장경로를 확정하기 위한 장기 플랜이 추진되는 시기다.

대전환 착수기에는 3차 추경 등으로 총사업비 6.3조원(국비 4.8조원)이 투자된다. 디딤돌 마련기에는 누적 총사업비 67.7조원(국비 49.0조원) 투자, 일자리 88.7만개 창출을 목표로 한다. 대전환 착근기에는 누적 총사업비 160.0조원(국비 114.1조원) 투자, 일자리 190.1만개를 창출하는 로드맵이다.

한국판 뉴딜의 본질은 ‘존재하지 않던 경제의 체질’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가 코로나19로 빠르게 닥쳐오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런 이유로 세계의 공장에서 디지털 경제의 선봉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중국의 사례는 한국판 뉴딜에도 일정정도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시장 및 제조 인프라의 규모, 외부와의 협력 관계는 다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제조업과 인터넷 기술의 결합이 빨라지고 그 변화의 속도가 통제불가능할 정도로 치닫는 가운데 세계의 공장과 디지털 경제의 중간에 도착한 중국의 행보를 연구할 필요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