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5대 기술거인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 주식시장 전체 가치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출처= Prospec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기술 대기업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전에도 연간 수십억 달러를 벌어 들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격변의 시대에 그들은 산업화 시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술주의 랠리는 코로나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서도 S&P 500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미국 5대 기술거인 인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의 주가는 평균 37% 상승한 반면 S&P 500의 다른 주식은 6% 하락했다.

이들 5개 기업은 현재 주식시장 전체 가치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적어도 지난 7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이다. 특히 이들 5개사 중 애플의 시장 가치는 19일, 불과 넉 달 만에 두 배 올라 2조 달러에 달했다.

기술 기업들의 이 같은 시장 지배는, 그들이 우리가 일하고, 소통하고, 쇼핑하고, 휴식을 취하는 방식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가속화되었다. 코로나가 그것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사람들이 아마존에서 더 자주 쇼핑을 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광고를 더 많이 클릭하고 아이폰에 더욱 심취할 때마다 그 회사들은 더 많은 돈을 벌어 들인다. 올 들어 코로나 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에 더욱 몰려들었고,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난공불락의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뉴욕대학교의 토머스 필리폰 재정학 교수는 "코로나는 이들에게 완벽하게 유리한 폭풍이었다"고 비유했다.

이 회사들이 미국인의 일상 생활에 얼마나 깊이 침투해 있는가는 알파벳, 페이스북, 아마존의 웹 트래픽 숫자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온라인 데이터 제공업체 시밀러웹(SimilarWeb)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전에도 이들 사이트의 트래픽이 엄청났지만, 지난 3월 코로나로 재택 격리령이 내려지면서 일일 방문객이 페이스북은 15%, 구글 소유의 유튜브는 10% 증가했다.

미국에서만 매일 10억 명 이상이 빅4 사이트를 방문하는 등 이 수준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전 세계 서비스 일일 이용자 수가 1년 전보다 12%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아마존은 기업과 가정 모두에서 영향력이 더 커졌다. 아마존의 주가는 코로나 이전 최고치보다 50%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코로나로 인해 이 회사가 엄청난 반사 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 회사들의 급속한 성장이 그들의 반경쟁적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럽 규제당국은 애플의 앱스토어가 공정경쟁규칙을 어겼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미국 규제당국도 기술 대기업들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반독점 지지 학자들은 산업지배적 기업의 부상이 임금 정체와 불평등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기술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달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에 출석해 심문을 받았다.

데이비드 시실린 하원의원(로드아일랜드, 민주)은 청문회에서 "이들 회사의 어떤 행동도 수억 명의 소비자들에게 심오하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들은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늘날 일부 산업에서의 집중도는, 미국 의회가 철도의 힘을 억제하기 위해 전면적인 반독점 법안을 통과시켰던 1800년대 후반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폼페우파브라대학교(Pompeu Fabra University) 얀 에크호트 경제학 교수는 “1929년 시어스와 A&P가 소매 판매의 3%를 차지한 것이 의회에서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1936년에 추가적인 독점금지법이 생겨났다”고 말하고, 오늘날 월마트와 아마존은 소매 매출의 15%를 공동으로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는 수천 개의 소매업자들이 입주해 있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사업부인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수 많은 온라인 회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 과학기술 정책을 논의하는 싱크 탱크 랜드연구소(RAND Corp.)의 조나단 웰번 연구원은 "아마존은 오늘날 디지털 허브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것은 우리 경제가 걸어온 방향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대 경제의 디지털 엔진룸인 클라우드 컴퓨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기술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방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Synergy Research) 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세계 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지출은 33% 증가한 300억달러(36조원)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지난 7월 실적발표회에서 “나머지 경제와 다른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 우리 회사가 무한정 성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잘 되려면 전 세계가 잘되어야 합니다."

신규 기업의 진출은 여전히 가능하다. 화상회의 회사인 줌(Zoom)은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붐을 일으켰고, 이 회사의 주가는 2월 말 이후 150% 이상 올랐다. 그리고 현재 미국 정부의 타깃이 되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 인수전에 나선 틱톡(Tiktok)도 새로운 기업이 매우 인기 있는 소셜 미디어 앱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빅테크들의 현재의 주가 상승 랠리가 지나친 낙관주의의 결과일 수 있고 다시 하락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빅5가 계속해서 막대한 수익을 보고한다면, 그들의 시장 지배력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뉴욕대학교의 필리폰 교수는 "주식 시장은 미래 이익의 흐름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가 높은 회사들이 앞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