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단면만을 활용하는 기존 스마트폰 폼팩터(Form factor·하드웨어 제품의 크기나 구성 혹은 물리적 배열)에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IT기업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의 성과가 업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경쟁자들은 최대한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 구성의 스마트폰 출시 계획들을 밝히며 맞불을 놓고 있다.

▲ 삼성 갤럭시 Z 폴드2 미스틱 블랙 제품. 출처= 삼성전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신개념 ‘폼팩터’를 브랜드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접는 형식의 스마트폰의 업그레이드를 두 번이나 거쳤고, 지금까지 총 3종(갤럭시Z폴드·Z플립·갤럭시Z폴드2)를 공개했다. 

삼성의 폴더플폰은 “괜찮을까”라는 일각의 우려의 단계를 지나 완성형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경쟁 브랜드들도 자신들만의 폴더블 스마트폰 제품을 선보였으나 삼성전자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제품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접히는 디스플레이의 내구성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 애플이 ‘스마트폰은 곧 아이폰’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처럼,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디자인 제안을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카테고리로 만들려는 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쟁 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올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한 순간이지만 삼성전자를 2위로 끌어내린 중국의 화웨이도 자신들만의 폼팩터를 강조한 스마트폰 출시의 계획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해 11월 화웨이는 아웃폴딩(바깥쪽으로 접히는) 방식의 폴더블폰 ‘메이트X’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 논란의 폴더블 폰 화웨이 메이트X. 출처= 화웨이

삼성전자의 폴더플폰과 접히는 방향이 반대인 이 제품은 지난해 11월 15일 중국에서 첫 출시 1분 만에 제품이 매진되는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안정되지 못한 내구성이 문제가 됐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영하 5도 이하의 온도에서는 접거나 펴지 말라’는 황당한 제약이 있을 정도로 안정성이 떨어졌다. 폴더블폰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삼성전자와 비교되면서 화웨이는 자존심을 구겼다. 이에 화웨이는 절치부심했고, 지난 6월 전작과 반대 방향으로 접히는 폴더블폰 ‘메이트X2’의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 샤오미가 디자인 특허를 냈다는 폴더블폰의 도면 이미지.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여러 제품이 ‘대륙의 실수’라 불릴 정도로 가성비 높은 가전제품을 만드는 중국의 샤오미 역시 자신들만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샤오미는 린빈(林斌) 전 샤오미 사장의 SNS를 통해 두 번 접히는 폴더블폰의 영상을 살짝 공개했다.

 그러나 이 제품의 상용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온라인 IT 관련 커뮤니티에는 샤오미의 폴더플폰을 표방하는 여러 설계 이미지들이 나돌고 있다.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된 샤오미 폴더블폰의 이미지에서는 삼성전자의 Z플립과 유사한 형태의 제품이 공개됐다. 그러나 이 그림이 진짜 샤오미의 계획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 서피스 듀오 제품 이미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지난 11일 스마트폰으로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의 내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도 ‘서피스 듀오’라는 폴더블 스마트 디바이스를 공개하며 새로운 폼팩터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장 MS의 최고제품책임자 파노스 파나이(Panos Panay)는 11일 개인 트위터 계정에 힌지(중간 접합부)가 360도로 제쳐져 안쪽과 바깥쪽으로 접을 수 있는 서피스 듀오의 영상을 공유했다.

반면 LG전자의 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LG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을로 알려진 ‘윙(코드명)’에 시선이 집중된다. 제품에 대한 LG전자의 공식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유출된 윙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업계의 화제가 됐다. 과거 메인화면이 가로로 회전해 ‘가로 본능’이라 불렸던 플립 피쳐폰이 떠오르는 디자인의 스마트폰의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윙이 가동될 것인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기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중이다.

▲ LG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 '윙' 으로 추정되는 이미지.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한편 글로벌 IT업계는 “현재의 스마트폰 형태로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라고 할 정도로 스마트폰은 최근 몇 년간 눈부신 발전을 일궈냈다. 이에 따라 각 IT기업들은 스마트폰에 차별화를 줄 수 있는 대안으로 하드웨어의 새로운 구성을 선택했고 여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를 통한 각 업체들 간의 경쟁은 인간의 상상력과 만나 안으로 접거나, 밖으로 접거나, 가로로 돌리거나 혹은 돌돌 말려있는 디스플레이를 펼치거나 하는 등의 새로운 스마트 디바이스를 구현해내는 방향까지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폼팩터 경쟁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