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미국 정부가 바이트댄스의 틱톡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가운데, 그 배후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가 미 의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틱톡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2016년의 마크 저커버그에서 시작된 거대한 나비효과가 지금의 틱톡 이슈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2016년 저커버그가 베이징 거리를 뛰고있다. 출처=갈무리

2016년의 기대, 2018년의 좌절

중국 정부는 만리장화벽을 세워 구글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몰아내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및 바이두와 같은 자국 기업에 힘을 몰아줬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춘 상태에서 체제 안정을 위한 정치적 이유로 외국 기업을 일방적으로 몰아내는 한편 자국 기업에 의도적인 ‘경쟁력 몰아주기’에 나선 셈이다.

만리장화벽은 특히 소프트웨어 인터넷 영역에서 가공할만한 장벽으로 군림, 외부의 진입을 무조건 차단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체제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 수 있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오만함이다.

이런 가운데 2016년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도전에 나섰다. 그는 2016년 3월 18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해 악명높은 베이징 거리를 마스크도 없이 조깅하는 쇼맨십까지 보여주며 고군분투했다.

웃음을 머금은 채 마오쩌뚱 초상화가 내려다 보는 광장을 뛰었으며, 이후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와 함께 인공지능에 대한 환담을 나누고 현지 대학 강의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계 미국인 아내 프리실라 챈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유대도 부쩍 강조했다.

중국에 다시 진출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직후 페이스북은 저커버그의 중국 방문 직후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자회사 설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저커버그 CEO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2018년 돌연 페이스북의 중국 자회사 설립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기업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8년 7월 초, 페이스북이 저장성 항저우(杭州)에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이 계획이 돌연 철회됐다. 관련된 현지 언론 보도도 속속 사라지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의 중국 자회사 설립이 어떤 이유로, 왜 취소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출처=갈무리

나비효과?

페이스북의 중국 자회사 설립이 불발된 후에도 저커버그는 대표적인 친중파로 남았다.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는 아니어도, 중국과의 우호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를 맞아 시작됐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그와 날카롭게 대립했으며 당선 이후에도 긴장감을 유지했으나, 최소한 미중 무역전쟁 정국에서는 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부 정책에 힘을 실었다. 

특히 중국을 국가안보 위협의 프레임으로 묶어 기술굴기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는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최근 미 하원에서 열린 반독점법 위반 조사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이러한 소신을 적극 밝혔고, 중국으로부터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커버그가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와 의회를 움직여 틱톡에 대한 압박을 끌어냈다는 WSJ의 보도는 그 자체로 놀랍다는 평가다. 틱톡이 사실상 구글 유튜브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며, 마이크로소프트 및 트위터를 비롯해 오라클 등 많은 기업들이 틱톡 인수를 원하는 현재의 상황이 저커버그의 ‘손 끝’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정부의 압박이 저커버그의 권유로 시작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다만 페이스북이 '미국의 우위'라는 로비단체를 만들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역량을 광고하는 작업에 나서는 한편 비영리 연구단체인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페이스북의 로비 지출액이 1위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아가 페이스북은 틱톡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최고조에 이를 당시 자회사 인스타그램을 통해 15초짜리 동영상에 음악 효과 등을 넣을 수 있는 서비스 '릴스'를 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