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앱스토어 수수료 30%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그 여파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외의 사실이 폭로되는 한편 ‘생각하지도 못한 씬스틸러’들이 갑자기 나타나 눈길을 끈다. 

앱스토어 수수료 논란이 가진 첨예한 이해관계를 시사한다.

▲ 출처=갈무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넷플릭스가 OTT 시장은 물론 전체 스트리밍 시장에서 자사의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했던, 그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게임이 앱수수료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애플과 구글은 통상적으로 인앱결제를 지원하며 3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iOS와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애플은 모든 앱을 대상으로 동일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구글은 게임에만 해당 정책을 적용했으나 조만간 애플처럼 모든 앱에 유료 결제 시 구글플레이 앱의 결제 시스템 내에서 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가 아닌, 게임 내부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구매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이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이머들에게 할인까지 지원했다. 그러자 애플이 13일(현지시간) 에픽게임즈를 자사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키며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사단이 났다.

앱스토어 질서에서 ‘반란군’이 발생하자, 구글과 애플 제국이 강경진압에 나선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3월 벌어졌던 애플과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분쟁이 재연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당시 스포티파이는 앱스토어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이유로 인앱 결제 기능을 제공했다가 애플과 정면으로 충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본격적인 신경전이 벌어진 셈이다.

한편 에픽게임즈는 즉각 애플 및 구글에 소송을 걸었다. 앱스토어 수수료 30%가 지나치게 과도한 상황에서 우회 구매 기능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애플이 앱스토어 퇴출에 나선 것은 말 그대로 횡포라는 주장이다.

▲ 출처=포트나이트

씬스틸러 하나. MS

이 지점에서 눈여겨 볼 포인트는 언리얼 엔진이다. 애플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고수하며 언리얼 엔진에 대한 주도권까지 확보하려고 하자 에픽게임즈가 격렬히 반발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리얼 엔진은 유니티와 함께 게임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엔진이며, 애플은 인앱결제 수수료는 물론 언리얼 엔진 전반에 대한 에픽게임즈의 주도권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애플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게임 업계의 생명줄인 엔진을 좌우할 수 있는가’라는 논란으로 옮겨가며 글로벌 게임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일각에서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논란에 주목하며 30% 수수료가 핵심이 아닌 언리얼 엔진에 대한 주도권 향배, 나아가 업계의 지각변동에 더 주목하는 이유다. 콘텐츠에 대한 주도권이 생태계를 엄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플랫폼에 있으냐, 콘텐츠 자체를 생산하는 콘텐츠 제공자에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행동은 포트나이트 이용자들 사이에서 자사의 명성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시킬 것이며 미래 언리얼 엔진 사업에도 재앙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등장한다. 애플과 비슷한 플랫폼 사업자로 활동하던 MS지만, 언리얼 엔진에 대한 애플의 과도한 접근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케빈 감밀 MS 게임 개발 총괄 매니저는 “언리얼 엔진을 iOS나 맥에서 활용할 수 없다면 MS의 게임은 다른 곳을 선택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MS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xCloud)를 애플 모바일 기기에서 가동할 수 없음을 비판한 바 있으며,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지난 7월 미 하원의 반독점 청문회에 증인으로도 출석해 관련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게임업계의 거물이기도 한 MS는 이번 사태에 있어 언리얼 엔진 가동에 대한 주도권에 착안, 에픽게임즈의 편에 선 셈이다.

씬스틸러 둘. 인기협

국내서도 인앱결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애플,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할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코스포는 “인앱결제 방식은 이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수수료가 30% 수준으로 높아 PG사가 제공하는 신용카드, 계좌이체, 휴대폰 결제 등 외부 결제방식에 비해 적게는 4배, 많게는 30배가량 비싸다”면서 “그럼에도 수수료율은 지나치게 높아 그 자체로 문제이지만, 시장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 비판했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이 문제는 중소규모의 모바일 서비스 제공자와 국내 스타트업에 훨씬 더 치명적이다. 스타트업은 협상력이 있는 큰 기업과 달리 앱 마켓의 정책 변경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이며, 이는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의 저하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출처=코스포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비판이다. 그러나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이 24일 구글 및 애플에 대한 비판성명을 낸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말이 나온다. 구글 코리아가 인기협의 소속사임에도, 인기협이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에픽게임즈가 언리얼 엔진 문제와 첨예하게 얽힌 애플과의 전투에 집중한다면, 인기협은 애플처럼 게임 외 앱에도 동일한 수수료 정책을 추구하는 한편 국내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안드로이드 구글과의 전투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인기협은 최근 구글의 인앱결제 확대방침에 우려를 표시하며, 국내 앱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하고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앱 이용자의 이익저해를 방지하고자 방송통신위원회에 구글 미국 본사와 구글 코리아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기협은 “이번 구글의 정책변경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에 위반됨이 명백하고, 이러한 구글의 행위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인터넷산업 전반에 악역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방통위에 위반행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신고서를 제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신고내용은 ▲ 다른 전기통신서비스의 선택 또는 이용을 방해하는지 여부, ▲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지 여부, ▲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계약에 관한 중요사항을 변경하거나 이용계약을 해지하는지 여부, ▲ 과금·수납대행 수수료 등 거래조건의 부당 설정·변경을 통해 적정한 수익배분 거부·제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인기협은 “구글의 결제정책이 변경·시행되면, 구글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수단을 이용하는 앱 사업자는 강제로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되고,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모바일 콘텐츠 이용요금이 증가되는 등 이용자 이익이 저해될 뿐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국내 앱 생태계 자체가 구글에게 종속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는 “K-콘텐츠의 성장은 물론 최근 편리하고 다양한 혁신적인 결제서비스가 등장해 많은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분야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인기협

누가 문제냐

구글과 애플의 30% 수수료 인앱결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의외의 선택을 하며 때로는 예상되지 못한 길을 걷는 중이다. 그 만큼 이번 논란이 첨예한 이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애플과 구글의 30% 인앱결제 방침 등은 플랫폼 자정에 꼭 필요한 주장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과도한 횡포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자의 경우 에픽게임즈 논란에서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에픽게임즈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플랫폼의 압박에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 제공자와 다른 특별대우를 요구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CNBC는 21일(현지시간) 애플이 법원 제출 문건을 통해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가 애플에 특별대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특별대우에는 우회결제는 물론, 아이폰용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만드는 것도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사실이라면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문제제기가 앱스토어의 횡포를 지적하는 문제가 아닌 특별대우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애플을 지지하는 이들 사이에서 “플랫폼 자정을 위해 노력하는 애플의 정책은 변함이 없어야 하고, 에픽게임즈는 특별대우를 요청하며 플랫폼의 횡포를 대의명분으로만 삼았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애플은 “에픽게임즈가 스스로 만들어 낸 문제는 그들이 우리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되돌리는 업데이트를 하면 쉽게 해결 될 문제”라면서 “우리는 고객을 보호하는 것보다 비즈니스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게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에픽게임즈를 예외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후자에 대한 지지도가 더욱 높은 편이다. 애플과 구글의 과도한 플랫폼 권력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 망 중립성 완화 반대시위. 출처=갈무리

스타탄생은 옛 말?

앱스토어의 횡포를 바라보는 업계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무엇보다 망 중립성 약화 등 초기 스타트업의 등장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 잦아지는 가운데, 앱스토어의 횡포까지 겹치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약화되고 있는 망 중립성은 새로운 스타탄생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망 중립성이 약화되면 이미 몸집을 키운 CP(콘텐츠 제공자)는 일정정도 이를 버틸 수 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혜성같은 스타트업 CP들은 어려움에 빠진다. 거대 CP들은 망 중립성 약화의 시대를 맞아 막대한 망 이용료를 납부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허약한 스타트업 CP들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글 및 애플의 과도한 횡포가 더해지며 논란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도 공동으로 애플의 과도한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한편 온라인 크리에이터 일부도 애플의 수수료 30% 정책에 반기를 든 이유다. 구글과 애플의 횡포는 거대 기업에게도 문제지만, 스타트업들에게는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