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과 애플은 혁신의 기업이자 글로벌 ICT 업계를 좌우하는 강자들이며, 배척하지 말고 반드시 보폭을 맞추며 함께 나아가야 할 파트너입니다. 구글 코리아는 국내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구하는 한편 애플은 국내 ICT 업계에 강렬한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구글과 애플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그들도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동반자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각자가 정한 선을 넘으며 시작됩니다.

악의 연대기

최근 구글과 애플이 국내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구글은 최근 30% 결제 수수료 정책을 게임 외 다른 앱에도 적용하려는 시도에 나서는 중입니다. 인앱결제의 공포가 시작되는 순간이며, 이는 국내 스타트업 및 인터넷 사업자들에게는 최악의 위기로 여겨집니다. 당장 인터넷기업협회가 “구글의 결제정책이 변경·시행되면, 구글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수단을 이용하는 앱 사업자는 강제로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되고,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모바일 콘텐츠 이용요금이 증가되는 등 이용자 이익이 저해될 뿐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국내 앱 생태계 자체가 구글에게 종속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구글 유튜브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유튜브가 ‘가짜뉴스 팬데믹의 본산’ 역할을 하고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일부 극우인사들 사이에서 나온 황당무계한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창궐해 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계 종사자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범람하는 저질 콘텐츠에 아이들의 영혼은 검게 물들고 있으며, 넘쳐대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사람들은 세뇌당하고 있습니다.

그 뿐일까요. 뒷광고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유튜브는 두 눈을 가리고 흡혈귀처럼 사업의 동맥에 붙어 자신들의 이익만 쭉쭉 빨아대고 있으며, 유튜브의 모회사 구글은 망 이용료 비판에도 귀를 닫은체 세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겠다며 조세심판원에 조세심판까지 청구했습니다.

애플은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에픽게임즈와 공방을 벌이는 것처럼,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에 있어 콘텐츠 이용자들 쥐어짜기가 매우 능숙합니다. 이 분야에서는 구글의 선배로 볼 수 있습니다.

지독한 갑질 논란에 휘말리며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 끝에 잠정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마련한 가운데, 그 내용을 보니 새삼 황당할 따름입니다. ‘문제를 고치겠다’는 애플 코리아의 의지가 보이지만, 시정안 내용을 보니 애플 코리아의 방식이 참 ‘악독했구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애플 코리아는 통신사와 공동으로 광고기금을 만들어 이를 자사 제품에 활용했으며 광고의 방향성은 철저히 애플의 입 맛에 맞에 꾸렸습니다. 이통사로부터 마음껏 보조금을 가져와 아이폰 판매확대를 위해 이통사에 보조금을 강제했으며, 최소보조금도 강제했습니다.

쉽게 말해 광고비와 AS 비용, 심지어 최소보조금이라는 신박한 비용을 이통사로부터 뜯어내고, 이 마저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서 ‘혁신의 애플’로 활동해 신사동에서 버젓이 영업을 했다는 뜻입니다. 공정위의 개입으로 애플 코리아가 1000억원을 풀겠다고 선언하며 상황은 더 나아지겠지만,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새삼 놀랍습니다.

▲ 출처=갈무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구글과 애플이 국내에서 사업했던, 혹은 사업하는 광경을 보면 다른 사업자들은 혹시 바보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런 쉽고 편한 방식이 있는데 왜 다들 그렇게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같은 외국기업인 중국 화웨이만 해도 국내의 유별난 반중정서에 타격을 받으면서도 5G 오픈랩을 서울에 개소해 상생을 시도하는 한편 코로나19 사태에는 적극적인 구호활동까지 펼쳤습니다. 구글과 애플은 한국이 어려울 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더 적극적인 베짱영업에 나섰음에도 말입니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막대한 망 이용료와 세금까지 내면서 행여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을 받을까, 혹시 상생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합니다. 관련 논란만 나와도 화들짝 놀랍니다. 그런데 구글과 애플은 뭐...

물론 우리 모두 그 자신감의 이유를 압니다. 구글과 애플은 글로벌 최강자며,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원죄도 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 시장 초기 구글과 애플을 모시기위해(?) 치열한 출혈경쟁을 펼치며 유리한 조건을 스스로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이들이 다양한 이슈와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행여 놓치는 것은 없나 전전긍하는 반면 구글과 애플은 마법의 한 마디면 다 해결됩니다. “본사 방침이 그렇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글과 애플이 국내 ICT 산업 전반에 나름의 공헌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당장 구글과 애플이(그럴리는 없겠지만)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면 ICT 강국 코리아의 영혼도 무너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구글과 애플을 대상으로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구글과 애플의 막강한 파워는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시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잔혹하게 굴지는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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