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대(大)유동성 시대를 맞아 글로벌 증시가 호황기를 맞았다.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며 상승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업종별 순환매 장세가 나타난다. 경기회복과 코로나19 백신·치료제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헬스케어·비대면(언택트) 뿐만 아니라 일부 경기민감주들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국내 증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2차 팬데믹 우려가 커짐에 따라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순환매 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유동성 확대

올해 상반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내렸다. 풀린 시중 유동성은 저금리 리스크를 회피하고 증식을 위해 각국의 증권시장으로 유입됐다.

지난 8월 2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된 자금은 총 1조1421억달러(약 1355조원)로 작년(5805억달러·690억원) 대비 2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MMF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데다 시중 예금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 투자대기성 자금(부동자금)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MMF는 투자자가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결정할 때까지 자금을 넣어두는 대표적인 단기자금 투자처로 꼽힌다.

아울러 미국의 코로나 혈장 치료제 긴급승인과 코로나 백신 조기 승인설까지 나오면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 증시 ‘순환매’ 지속

지난 8월 24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종합 지수는 378.12포인트(1.35%) 오른 2만8308.4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4.12포인트(1.00%) 상승한 3431.28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 지수는 67.92포인트(0.60%) 오른 1만1379.72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나란히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미국 증시는 두 종류의 순환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기술주 내 순환매다. 8월(8월3~24일 기준)에 아마존(6.28%), 마이크로소프트(-1.32%), 페이스북(7.71%), 넷플릭스(-1.97%)의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같은 기간 애플(15.5%), 테슬라(35.63%), 엔비디아(15.53%) 등이 급등하며 순환매가 연출되고 있다.

미국 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업종별 순환매도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일간 S&P500 지수 내 11개 섹터 가운데 에너지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경기소비재(8.63%), 산업재(7.70%), 부동산(2.03%) 등 경기민감업종도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당분간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산업자동화, 의료기기, 소매 할인, 대형은행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유럽증시도 늘어난 유동성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 등으로 강세다.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는 3월 저점 이후 8월 24일 종가 기준 44.67% 상승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국의 FTSE 100지수(24.61%), 독일의 DAX30 지수(58.27%), 그리고 프랑스 CAC40 지수(37.85%) 모두 탄력적인 상승을 나타냈다.

미국의 경우 기술주가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지만, 유럽 증시는 뚜렷한 주도주 부각 없이 점진적인 주가 회복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24일 기준 지난 3개월간 산업재(13.7%), 소재(11.7%), 금융(9.8%), IT(9.6%) 등 대부분 업종이 상승했다.

다만 지난 7월 유럽연합(EU)이 7500억유로(약 105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에 합의함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 관련 종목들의 강세가 관측되고 있다. 특히 수소 2차전지 기업인 영국의 ITM파워, 수소충전소 기업인 노르웨이의 넬(NEL NO)은 연초 이후로 각각 3배, 2배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경제적 여파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의 통화와 재정 정책을 폈다. 이에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반등하는 등 효과가 중국 경제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미·중 무역갈등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지난 7월 중순과 비교하면 6% 수준 상승하는 가운데 전 업종에서 순환매가 나타났다. 해당 기간 지수 상승을 견인한 업종은 상하이종합지수의 경우 필수소비재(9.8%), 자유소비재(9.6%) 등으로 분석됐다. 선전종합지수는 건설(11.6%), 서비스업(10.1%)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베어링자산운용의 윌리엄 퐁 대표는 “향후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5G, 인공지능, 산업용 인터넷, 대규모 데이터 센터 등), 전자 상거래, 헬스케어 등의 성장이 기대된다”라며 “특히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는 현 위기 상황에서 성장 기회가 늘고 있는 영역으로, 데이터 센터 운영 기업들은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더욱 주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국내증시, 8월 중순 이후 성장주 쏠림

국내 증시도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유동성을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 기준 국내 증시 CMA 잔고, MMF 설정원본, 투자자 예탁금 등 증시 대기 자금의 합계는 259조18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개인 투자자의 자금은 총 128조8909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동시에 전제 자금의 48.73%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인 8월 초까지만 해도 증권주, 석유화학주, 보험주를 비롯해 실적 하락을 기록한 여행주, 면세점주까지 번갈아 가며 올랐다. 이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소외당하였던 경기민감들의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2일간(지난 8월 13~25일) 수도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증시 순환매 장세는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주일(18~24일) 사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77.66포인트(-3.23%) 하락했다. 코스피200 내 성장주 섹터는 상승했지만, 경기민감주 업종은 지수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헬스케어는 각각 1.7%, 0.4% 상승했고, 철강·소재와 금융은 각각 6.20%, 5.16% 내렸다.

키움증권 서상영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는 미 증시가 강세를 보였음에도 이에 대한 영향이 제한되고 있다”라며 “매일 방역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 이재선 연구원은 “올해 초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애플과 보잉은 3월 이후 반대의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는 기업을 눈여겨볼 필요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