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의 주력은 메모리 반도체지만, 든든한 배경으로는 갤럭시 신화가 버티고 있으며 미래에는 파운드리가 활동하고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행보와 파운드리를 살피면 삼성전자의 비전을 엿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파운드리 모두 당장은 어렵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고무적인 분위기가 연출될 전망이다.

▲ 노태문 사장. 출처=삼성전자

갤럭시, 주춤하다

삼성전자가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악의 시련과 만났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소비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가운데, 톱5 제조사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줄어든 5475만9000대에 그쳤다. 글로벌 시장 판매량 1위 자리는 지켰으나 감소 폭은 톱5 제조사 중 가장 크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역시 18.6%로 주저앉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위 중국 화웨이는 5412만대를 판매했고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올라 18.4%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했으며 애플은 3838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3.0%를 유지했다. 샤오미와 오포가 각각 8.9%와 8.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액은 52조9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8조146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은 매출 20조7500억원, 영업이익 1조9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와 비교해 4000억원 올랐으나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0이 생각보다 저조한 판매고를 올려 부진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중저가 라인업들이 시잠 점유율 방어 측면에서 다양한 행보를 이어갔으나 역시 2% 부족했다는 평가다.

미중 갈등의 복잡한 역학구도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대항하며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소위 애국소비 열풍이 불었고, 그 틈을 노려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이 지난 4월 글로벌 시잠 점유율 1위에 오르는 이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줄었으나, 삼성전자는 무려 30%나 줄었다. 화웨이도 삼성전자처럼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았으나 판매 스마트폰 10대 중 7대가 내부에서 팔린 것으로 확인되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기준으로는 여전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나,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함께 다양한 외부요인으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 인도 휴대폰 시장 점유율 추이. 출처=갈무리

하반기 전망은 맑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스마트폰 시잠 성적은 ‘무난했지만 다소 부진했디’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하반기에는 호재가 많기 때문에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부요인으로는 미국의 중국 압박에 대한 반사이익이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2분기 만에 중국의 샤오미를 제치고 인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한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은 26.3%를 차지하며 29.3%를 차지한 샤오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으로 한정한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샤오미에 밀렸으나 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피처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4%를 차지해 업계 1위에 오르며 스마트폰과 피쳐폰을 합한 인도 전제 휴대폰 시장점유율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IDC는 “코로나19로 확산으로 인한 중국의 공급망 운영 중단 문제와 더불어 각 국가들의 반중(反中)정서로 인한 인도 소비자들의 중국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반영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직후 인도 시장에서 중저가폰 갤럭시 M01, M11, A31, A21S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그 성과가 나올 경우 하반기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가 다시 재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갤럭시노트20 등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0을 두고 자신만만한 분위기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갤럭시노트20는 컴퓨터와 같은 생산성과 게임 콘솔과 같은 강력한 성능을 갖추었으며, 스마트워치·이어버즈·태블릿 등과 함께 했을 때 더 강력한 갤럭시 경험을 주어 소비자들이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풍성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S펜의 존재감이 여전하다. 울트라의 S펜 반응속도가 전작 대비 80% 좋아진 가운데, 이제는 실제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말이 나온다. S펜의 움직임을 인식해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에어 액션이 확대된 점도 눈길을 끈다. 어떤 앱을 사용하든지 상관없이 S펜의 버튼을 누른 채 왼쪽 방향으로 꺽쇠를 그리면 뒤로 가기, 지그재그로 그리면 캡처 후 쓰기를 할 수 있다. S펜의 다양한 움직임을 인식해 제어하고자 하는 명령은 사용자가 변경도 가능하다.

갤럭시노트20의 크기와 무게는 161.6 x 75.2 x 8.3mm, 192g이며 울트라는 164.8 x 77.2 x 8.1, 208g다. 디스플레이는 노트20의 경우 6.7형(169.5mm) FHD+ 슈퍼 AMOLED+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며 울트라는 6.9형(174.5mm) WQHD+ 다이내믹 AMOLED 2X 디스플레이를 지원한다.

카메라는 갤럭시노트20이 6400만 망원(F2.0)과 1200만 광각(F1.8), 1200만 초광각(F2.2)의 후면 트리플 카메라며 전면은 1000만 화소다. 울트라는 1억 800만 광각(F1.8), 1200만 망원(F3.0), 1200만 초광각(F2.2)을 지원하고 전면은 1000만이다. 하드웨어 스펙에 있어서는 현존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출시에 나서며 갤럭시노트20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약 70개국에서 21일 출시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9월 중순까지 약 130개국으로 출시국을 확대할 예정이다.

▲ 출처=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한 우려와 기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존재감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대만의 TSMC라는 높은 벽은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를 기점으로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을 끌어내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독보적인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무려 53.9%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7.4%, 글로벌파운드리는 7.0%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TSMC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분위기다. TSMC의 3분기 점유율이 2분기 대비 2.8%P 올라간 반면 삼성전자의 3분기 점유율은 2분기 대비 오히려 1.4%P 내려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TSMC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으나, 역시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양한 전략적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는 나온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근육 키우기’ 자체가 공격적이다.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린다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이 발표된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는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하며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한다. 규모적 측면으로는 ‘역대급’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고용 인력은 1만5000명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V1 라인을 가동하기도 했다. V1 라인에서 초미세 EUV 공정 기반 7나노부터 혁신적인 GAA(Gate-All-Around) 구조를 적용한 3나노 이하 차세대 파운드리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V1 라인 가동으로 2020년 말 기준 7나노 이하 제품의 생산 규모가 2019년 대비 약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월에는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전격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총 3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 평택캠퍼스의 P3 공장을 내달 가동한다. P3 공장 건설을 위한 속도전이 시작되며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확보된 6개의 공장 부지 중 절반이 가동 중이거나 공사에 들어가게 됐다.

▲ 평택캠퍼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7나노 EUV 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인 X-Cube(eXtended-Cube)를 적용한 테스트칩 생산에도 성공했다. X-Cube는 전공정을 마친 반도체의 ‘원료’라 할 수 있는 복수의 웨이퍼(Wafer) 칩을 위로 얇게 쌓아 하나의 반도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경쟁력도 크게 키운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마켓전략팀 강문수 전무는 “EUV 장비가 적용된 첨단 공정에서도 TSV 기술을 안정적으로 구현해냈다”라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성능 한계 극복을 위한 기술을 지속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출처=삼성전자

최근 IBM과 파운드리 계약을 해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운드리 계약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IBM은 17일(현지시간) 차세대 서버용 CPU '파워(power) 10'을 공개하며 이를 삼성전자가 생산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공정에 기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꿈의 7나노 공정을 가동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일하며, 최근 AMD 정도가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의 직접적인 격돌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IBM과의 협력이 큰 의미가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IBM과 10년간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이를 기점으로 2021년부터 IBM의 CPU를 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IBM

물론 정확한 물량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인데다 삼성전자가 IBM의 물량을 소화해도 당장의 점유율 변화는 없겠으나, 이를 기점으로 다수의 팹리스와 만날 수 있는 의미있는 포트폴리오를 쌓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성과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7나노 공정 제작을 포기한 인텔의 물량이 TSMC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고, 퀄컴의 예정됐던 X60 모뎀 파운드리 계약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등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앞 날에 장밋빛 전망만 넘실거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반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확장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당장 TSMC의 점유율을 넘지는 못해도 덩치 자체를 키우는 로드맵을 가동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상위 10대 파운드리 업체의 매출 총합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